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난영 Sep 02. 2019

엄마에게 한 걸음 더

부엌엔 낮은 울타리가 쳐져있다. 이 구역 너머로는 강아지들은 출입할 수 없다. 낮은 울타리일 뿐인데도 강아지들은 넘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어떤 강아지 한 마리가 넘어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누굴까? 그는 라라였다. 


평소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라라는 그 울타리 옆에서 자곤했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 기어코 넘어왔다. 당시 내가 바디 블로킹을 하며 못 넘어오게했더니 어제는 차마 못 넘어오고 울타리에 발을 올리고 계속 우는거다.


무시하고 계속 설거지를 했는데 이눔이 어느 순간 기어코 넘어왔다. 물론 곧 쫒겨났지만. 하지만 울부짖음은 계속 됐다. 그러다 잠시... 조용해지는 거다. 그게 더 이상해서 거실로 나가보니... 깔아놓은 이불에 쉬야를 하고 그걸 이불로 덮으려고 또 얼마나 코질(?)을 했는지...  





어젠 산책도 꽤 많이 했는데 왜 이러는지 당췌 알 수가 없는거다. 뭐가 불만인지 한국말로 말해줬으면 하는 맘이 굴뚝같았다. 


나머지 설거지를 급히 하는데 문득 라라만 데리고 방에 들어가 예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얼마나 울부짖었는지 혀를 쭉 내밀고 헥헥대고 있었다. 


한참을 둘이 있었다. 그냥 있었다. 그랬더니 차츰 안정이 되더라. 





쓰담쓰담해줬다. 그러다 내가 라라의 얼굴 쪽으로 움직이자 라라, 이 녀석 고개를 돌린다.




라라는 그저 엄마에게 한 걸음 더 오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못 오게 하니까 가고 싶어서 그렇게 울부짖었던 게 아닐까. 


둘이 그러고 나오자 많이 안정되어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 10분이라도 애들과 개별적인 시간을 가져야겠다. 개별 산책만으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강아지라는 동물, 참 오묘하다. 어쩔 땐 정말 사람같다. 다양한 감정, 표현, 본인의 의지, 선택... 이런 아이들은 어찌 무시할 수 있으리오. 

매거진의 이전글 제제님이 끙아를 하셨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