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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Oct 17. 2024

글, 길게 써야할까, 짧게 써도 괜찮을까?

나는 기본적으로 글을 짧게 쓰는 편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긴 글을 잘 못 쓴다. 긴 이야기가 있으면 짧게 끊어 여러 편으로 나누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그런데 ‘전자책’을 쓰려다 보니 뭔가 길게 써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겼다. 짧은 글들을 묶으면 왠지 성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 하지만 내 스타일도 아니고, 길게 쓰는 건 늘 고민거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 눈에 들어온 한 문장이 있었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 또는 책이 가진 의미를 논할 때 우리의 기준은 결코 길이나 분량이 아니다. 실제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영화는 정말 의미가 있어. 상영 시간이 무려 5시간이나 되니까.’, ‘이 책은 정말 의미가 있지, 무려 1,000페이지가 넘잖아.’ 이처럼 길이나 분량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 정말 중요한 건 뭘까? 바로 중간중간에 놓여 있는 ‘가치’가 핵심이다.”– 김종원,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이 문장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이 책은 김종원 작가님의 ‘김종원의 세계철학전집’ 첫 번째 책으로, 괴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도 그다지 긴 글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 꼭지의 글이 3~4페이지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67편의 글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이루고 있었고,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가치는 확실했다.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짧은 글 속에 깊은 가치를 담아내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다.


다른 책도 보았다. 철학전집뿐만 아니라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역시 비슷했다. 짧은 글의 연속이었지만, 그 글들 하나하나가 의미를 품고 있었다.


사실, 글쓰기나 책쓰기에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자일수록 길이에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이제는 분량보다는 그 안에 어떤 ‘가치’를 담을 것인가에 더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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