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31)
요술상자가 육지로 볼일 보러 갔다. 하아~ 나 혼자 탐탐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 그동안은 요술상자가 동행해서 나는 운전을 했고, 요술상자는 강아지를 안아주었었다.
나는 원래 운전을 싫어했다. 하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운전면허증을 따야 했다. 하지만 꼭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되도록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더군다나 두어 달 전에 차 사고가 난 후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 다니기 시작했고, 버스를 탔다. 하지만 꼭 운전을 해야 할 경우엔 간이 콩알만 해져서 어지간하면 양보를 했다.
이런 상황에 이동장도 없이 탐탐이를 데려가야 한다니. 난감했다. 하루 정도는 병원에 안 가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탐탐이는 계속 기침해. 콧물도 뿜어내. 아이고~ 어떻게든 가야겠다.
정말 하기 싫었다. 안 그래도 운전할 때마다 간이 콩알만 해지는데 어리고 아픈 강아지를 담요 한 장에 의지해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을 해야 한다니. 걸어가기엔 좀 먼 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좀 그렇다. 일단 이동장이 없으니 버스는 안되고 택시도 기사님이 싫어하신다는 이야기를 주워들은 터였다. 고로 나에겐 도전이었다. 고작 강아지를 태워 약 2km 거리의 병원에 데려다주는 미션이지만 그것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풀어나가는지에 대한 나의 삶의 자세이기도 했다.
싫지만 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회피할 수 없는 일도 있는 거야. 그럴 땐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봐. 못 찾겠다면 일단 시도해봐. 하다 보면 너만의 방법이 나올 거야. 그게 쌓이면 삶의 지혜가 되는 거겠지.
결국 담요 한 장을 깔고 신호 걸릴 때마다 쓰다듬어주고 하품도 하면서 운전했다. 하지만 탐탐이는 낑낑댔다. 그래,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길 수 있으니 이동장을 하나 장만해야겠어. 그리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간식도 넣어주는 등 약간의 훈련도 해야겠지.
그간 나는 많은 문제를 회피하고만 살았던 건 아닐까. 내가 책임져야 하는 존재가 생기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조금 웃프기도 하다.
무사히 네블라이저를 마치고 귀가한 탐탐이. 밥 먹고 쉬야하고 끙아하고 잔다. 그런데 텐트 벽을 긁기도 하고 발을 차기도 하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기도 한다. 강아지도 한창 클 땐 떨어지는 꿈을 꾸는 걸까. 얼마나 클까. 부모를 알 수 없으니 얼마나 클지도 알 수 없다. 너무 크면 아파트에서 키우기 좀 미안한데. 돈 많이 벌어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갈 수 있음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