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어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석철 Oct 18. 2017

04 대한민국 영어 학습의 본질

반복 훈련을 통한 내재화

  영어 학습의 분야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네 파트가 있다. 여기에 단어와 문법까지 더하면 총 6 분야가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 시스템 안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이 6가지 영역의 균형 잡힌 실력을 가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사실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한 불신은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12년 동안 영어를 공부하지만 외국인과 기본적인 대화조차 못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12년 동안 영어를 공부해도 외국인과 말 한마디를 잘 하지 못할까?


  대한민국의 영어 교육은 공식적으로 초등학교 3학년에 시작한다. 초3 영어 교과서를 보면 대부분 그림으로 되어 있다. 내용도 노래, 퍼즐, 그림 찾기 등으로 공부라기보다는 놀이를 통해서 영어에 친숙해지는 과정으로 보면 맞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영어 교육은 이 흐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일종의 ‘언어’로서 영어를 접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영어 교육은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더 이상 수업시간에 노래와 퍼즐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여유가 없다. 시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유창성’과 ‘정확성’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우리는 시험이 가지고 있는 ‘정확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이다. 


  얼마나 정확하게 영어라는 언어를 알고 있는지 가르치고 시험으로 확인한다. 정확하게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언어의 규칙 즉 문법을 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중학교 수준에서 요구하는 단어, 해석, 듣기의 수준은 높지 않다. 하지만 문법은 학생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며 괴로워한다. 사실 문법은 이해할 수 없다. 


  아래 문장처럼 주어가 3인칭 단수이고 현재형일 때 동사에 –s를 붙여야 문법적으로 올바른 문장이 된다.


She like animals. (x) → She likes animals. (o)


  여기서 “왜 주어가 3인칭 단수 현재일 때 동사에 –s를 붙여요?”라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가르치는 사람도 모른다. 원어민들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대학교 4학년 영어 전공 시간에 고대 영어 문법에 대해서 관련 지식을 배우긴 했다. 고대 영어는 1인칭일 때 동사에 t, 2인칭 일 때 동사에 d, 3인칭 일 때 동사에 s가 붙는 식으로 주어에 따라 동사에 붙는 게 다 달랐다. 지금은 이러한 변형들이 다 사라지고 3인칭 단수 현재만 남은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설명해 줄 수는 있지만 학습의 고통을 줄여줄 수는 없다. 


  이러한 문법이 있다는 것을 책을 읽거나 설명을 듣고 아는 것이 영어 학습의 첫 단계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 설명을 듣고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큰 오해다. 


  이렇게 눈으로만 공부하면 실제 시험에서 문장을 쓸 때 실수를 하게 된다. 충분한 훈련을 통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언어 학습의 본질은 반복 훈련을 통해서 체내화 시키는 것이다. 체내화라는 것은 한 마디로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상태다. 대한민국 중학교 영어 교육의 본질은 이 규칙을 정확하게 숙지시키기 위해서 영어의 규칙을 반복 훈련을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문법이 중요한 내신 시험에 하나의 더 트랙이 생긴다. 바로 수능이다. 수능은 영어로 된 글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시험이다. 


  우리나라의 초중고 영어 교육은 이런 식으로 되어있다. 말하기 쓰기는 대학생이 되거나 개인이 필요에 따라서 셀프로 공부하는 구조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초등학교 영어 : 영어를 언어로 접근 / 말하기, 듣기 중심

중학교 영어 : 영어를 시험으로 접근 / 단어, 문법 중심

고등학교 영어 : 영어를 시험으로 접근 / 단어, 문법, 읽기, 듣기 중심

대학교, 성인 영어 : 셀프


  물론 이는 공교육이 가지고 있는 영어 학습 방향이고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말하기, 듣기, 쓰기의 파트는 사교육을 활용할 수도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 12년 동안 영어를 공부했지만 외국인과 말 한마디를 못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과정에는 말하기, 듣기의 시간이 많이 할당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든, 일본어든, 중국어든 언어 학습의 본질은 하나다. 반복 훈련을 통한 내재화. 그러므로 우리 아이의 영어 말하기 실력을 높이고 싶다면 어릴 때부터 말하기 훈련 시간을 충분하게 확보하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03 영어공부를 위한 첫걸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