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녀를 창의 융합형 인재로 만들어드립니다.
미국 교육을 멀리서 바라보면 꽤 이상적인 것 같다.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서 잠재력을 키워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예컨대, 미국의 선생님과 부모님은 수학시간에 어린 자녀가 포크레인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이 아이는 수학에는 관심이 없고 포크레인과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의 흥미를 존중(?)한다.
수학시간에 포크레인을 가지고 논 아이는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원하는 직업을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포크레인을 가지고 노는 시간을 줄이고 수학 공부를 시켰다면 다른 미래를 살아갈 가능성이 생긴다.
학생의 관심을 지나치게 존중한 나머지 이후에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 현장에는 공부는 재능을 타고난 학생만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 아이는 공부쪽은 아니라고 일찍 선을 그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전혀 다르다. 이런 학교의 커리큘럼은 적성과 소질, 관심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나라 학생들 이상으로 숨 막히게 공부한다.
미국을 이끌어가는 리더는 이 명문 사립학교의 졸업자들 중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미국 교육은 소수의 엘리트 교육과 대중 교육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미국은 이 소수의 엘리트 교육과 일반적인 대중 교육의 질이 철저하게 다르다. 이후의 삶도 서로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고 다른 사회에서 살아간다.
사회적으로도 소수의 엘리트가 이끌어가고, 다수의 대중은 각자의 위치에 만족하며 저항 없이 살아간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모두가 이 소수 엘리트의 삶을 갈구하며 노력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본받자고 한 것은 이 다수의 '교육열'을 말한 것이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말한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대다수 국민들이 받는 교육의 질은 그리 높지 못하다. 적성과 소질을 살린다는 취지로 실은 아이들의 성장 잠재력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일본은 어떨까? 현재 일본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을 위해서 일본 교육 시스템을 수정 보완해서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외국의 교육과정과 시험을 통째로 들여올 준비를 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학생들이 미국의 SAT를 공부하고 시험을 보고 그 성적으로 국내 대학교에 진학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시험은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이다.
IB는 스위스에 위치한 교육 재단에서 주관한다. IB 교육과정은 질문 중심 학습에 기반하고 토론, 문제해결력, 문제발견력, 논리적 사고력, 커뮤니케이션 기술까지 두루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IB의 핵심 평가 기준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어쨌든 교육 목표는 미래가 원하는 인재상에 가깝다. 이런 시험을 만들어서 시행착오를 겪고 안착시키려면 최소한 몇 십년 이상이 필요하다.
일본은 이런 시험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대신 IB를 통째로 들여오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이지 교육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선택에 따른 장점과 단점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확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 하지만 아직 대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학종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슬로건은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국내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창의 융합형 인재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스갯 소리로 '수학 잘하는 외고생', '영어 잘하는 과학고생'이 창의 융합형 인재라는 말이 떠돈다.
사실 지금의 기성세대는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바꿔야 한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그 대가는 다음 세대가 받는다.
창의 융합형 인재는 전문성, 상상력, 관점의 변화, 소통, 공감, 호기심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역량을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서 과연 기를 수 있냐는 것이다.
2017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수업 혁신 요소를 분석한 연구를 진행했다.
예상한 대로 연구를 보니 아직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갈길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고무적인 변화들은 눈에 띈다. 예컨대 중학교 내내 자유탐구 활동을 쭉 시키니까 중3이 되면 아이들이 알아서 조 짜고 발표하고 스스로 토론을 하는 정도까지는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탐구에 대한 오류도 찾아내고 가설 설정이나 이런 변인도 예리하게 지적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수업 방식도 획일적인 주입식 강의에서 내적인 동기로 몰입하는 훈련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틈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끊임없이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자기 생각으로 표현으로 만들어내고, 상대방이 말했을 때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집중력과 몰입도가 생기고 타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을 체득한다고 한다. 단 시간에 확 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효과는 이렇게 서서히 조금씩 나타난다. 물론 연구의 샘플은 몇몇 선생님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화 할 수는 없다.
하버드 대학교 에릭 마주르 교수는 시험을 바꾸는 것이 교육개혁의 핵심임을 강조 한다. 지금 우리 나라의 대입 시스템이 수능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변하는 과도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학생부 종합 전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취지'에만 공감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개입될 여지를 없애고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더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낼 것이다.
얼마전에 한 아이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교내에서 컴퓨터 활용 경시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등을 활용해서 문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1등부터 5등까지 수상을 했는데 수상자는 누구였을까? 전교 1등부터 전교 5등까지 였다고 한다. 대회 1등이 전교 1등, 2등이 전교 2등, 3등이 전교 3등이 아니라 순서는 바뀌었지만 어쨌든 전교 5등까지 상을 받았다고 한다.
매우 의심이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5명의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런데 1등부터 5등까지 아이들의 작품(?)이 공개되자 수상자의 기준은 컴활 능력이 아니라 성적이었음을 전교생 모두 알수 있었다고 한다.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얘기를 듣고 속으로 매우 분노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웃고 있었다.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는 성적이 높은 아이들의 학생부를 관리 해준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사기 행각이다.
만약 여러분이 최종 결정자라면 교육과정은 이상적이지만 선발 과정은 불투명한 학종을 선택하겠습니까? 아니면 교육과정은 주입식이지만 선발 과정은 객관적인 수능을 선택하겠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부는 이 선택을 1년간 더 고민해 본 뒤에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최고 두뇌들이 모여서 내리는 결정은 과연 어떨지 개인적으로도 매우 궁금하다.
유투브 영상
< 2019-2020 입시 트렌드에 맞춘 국영수 학습 전략 >
https://www.youtube.com/watch?v=_jh9OIyairs&t=5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