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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Nov 13. 2017

70 중2 '엄마'의 병

대한민국의 교육실험은 언제 끝날까?

  박근혜 정부는 지지자들조차 실망시키며 시민들의 촛불에 밀려났다. 이 혼란스러운 시국에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지지율 70%를 유지하며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공약집에 있었던 한 줄이 지금 중2 학생과 부모에게 어떠한 혼란을 야기할지 그 때는 미처 몰랐다.


  고교서열화 해소 -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 학원으로 변질돼 사교육의 주범이 되었으며, 일반고 황폐화를 가속화시켜 공교육 정상화를 막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따라서 외고, 자사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이 공약을 지지한 셈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율은 굉장히 높다. 고교서열화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약속을 이행할 것 같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 폐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기 때문에 절차상 어렵지도 않다.


  당장 내년부터 외고, 국제고, 자사고 입시를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미 입시 방식의 변별력 약화로 과거에 비해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중2 절대평가와 중3 상대평가 성적으로 합산해 산출하는 내신성적은 내년부터 중3 내신도 절대평가 성적을 활용해 산출한다.


  외고만 보면 전국 31개 외고 전체 경재률이 2015년 2.31대 1, 2016년 1.94대 1, 2017년 1.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자사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주 송원고가 현재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만 보더라도 신입생 미달 등으로 운영의 어려움이 있는 울산 성신고와 대구 경신고가 자사고 지정 취소를 신청,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중2 학생과 부모님들은 혼란스럽다. 일반고를 가야 하는 건지, 그래도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가야 하는 건지 생각할 수록 고민의 늪으로 빠져든다. 초등학교부터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목표로 밤낮으로 준비한 학생과 부모님의 허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사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가 '고교 교육 다양화 300프로젝트'로 획일화된 교육을 대신해 교육의 다양성을 주기 위해 설립되었다. 물론 이후의 자사고 행보를 보면 이런 다양화의 취지를 제대로 살린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전 정부에서는 우리 교육에 대한 구원 투수로 등장 했지만, 지금 정부에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은 정치 논리의 희생양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일반고가 살아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폐지되면 교육특구로 수요자들이 몰리게 되기 때문에 '강남 8학군'이 부활한다는 얘기도 신빙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학생 중심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진보교육감들은 혁신학교 확대로 공교육 활성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물론 현재 경직된 학교를 학생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은 찬성이다.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서 경쟁력을 길러줄 수 있는 학과개편과 융합교육과정을 운영할 필요도 있다.


  세상이 변해가니 이에 따라 교육도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것저것 건드리다가 정권이 바뀌면 또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든다. 그러다가 우리 아이만 손해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다다르면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고입, 대입에서 실패한 후 우리 아이가 평생 비교당하고 설움당하는 모습이 떠오르면 걱정과 불안으로 귀에서 '삐-' 소리가 난다. 


  여기에 평소에는 아이 교육에 관심도 없고 돌아가는 상황도 모르는 아빠가 갑자기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거 공부는 스스로 하는거야. 애 좀 내비둬."라고 한 마디 툭 던진다. 정말이지 중2 '엄마'들이 병이 날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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