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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Apr 28. 2018

76 상위권으로 만드는 세 가지 비법

해양 동물원 조련사들에게서 배우는 교육한 개론

  올랜도의 한 해상 동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원이다. 바로 범고래 쇼 때문이다. 범고래는 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상어와 고래를 잡아먹기도 하는데 길이는 7-10m, 무게는 7-10톤이 나간다. 


  조련사와 함께 하는 쇼는 정말 장관이다. 관중들에게 꼬리로 물세례를 하고, 수면에서 3미터나 점프를 하는데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더 궁금한 내용은 '과연 이 고래들을 어떻게 훈련시켰을까'이다. 어떻게 그 무시무시한 범고래를 표면에서 3미터가 넘는 점프를 하도록 만들었을까? 그 비법을 알면 우리 아이들을 책상에 앉혀서 공부를 시키는 것 정도는 쉽지 않을까?




point 1.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신뢰감 있는 관계를 형성한다.


  이 동물원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동물원에 범고래가 새로 들어오면 일정 기간 동안은 아무런 훈련도 시키지 않는다. 그저 배가 고프지 않게 먹이를 주고 조련사들이 물속에 들어가 같이 놀기만 한다.


  이게 전부일까? 당분간은 그렇다. 이 과정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신뢰'다. 고래 한 마리와 신뢰가 쌓이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조련사와 고래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이다. 동물과 인간도 이러한데 인간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과연 교육자와 학습자 사이에 얼마나 큰 신뢰가 있을까? 


  범고래의 훈련 과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어떻게 했길래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가 조련사의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범고래가 동물원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에 훈련은 시작된다. 그렇다고 특별한 훈련시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범고래가 헤엄쳐 다닐 때 밧줄을 물속에 집어넣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놓는다.


  새로운 고래를 처음 훈련시킬 때 조련사들은 범고래가 점프하는 법은 알지만 밧줄 위로 점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한다. 


  그리고 범고래가 밧줄 아래쪽으로 헤엄쳐 다닐 때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밧줄 위를 헤엄치게 되면 주의를 기울이면서 먹이를 준다.


  범고래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혼자서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흠. 이 밧줄과 음식 사이에 뭔가 재미있는 연관성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서 범고래는 밧줄 위를 좀 더 많이 헤엄치게 된다. 그러면 이제 조련사들은 어떻게 할까? 서서히 밧줄을 수면 쪽으로 올리는 것이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고정관념은 동물의 능력을 얕잡아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월등한 존재인 인간이 열등한 존재인 동물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물들은 인간의 마음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해양 동물원 조련사들은 만일 범고래에게서 아무런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면 그것은 인간이 좀 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이지 동물이 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말한다.


  만일 상대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이 사려 깊은 방식을 아이들에게 적용한다면 교육자로서 뿐만 아니라 부모님으로서도 아주 놀랄 만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point 2. 잘 못하는 것은 피하고 잘 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모든 범고래가 척척 잘 따라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요구한 걸 잘하지 못하거나 잘못했을 때는 어떻게 할까? 심리학 연구 결과 어떤 행동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일수록 그 행동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즉 잘못한 일에 대해 계속 지적하는 것보다 잘못한 일은 못 본 척하고 재빨리 다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범고래들도 잘못한 일 대신에 잘한 일에 관심을 가져주면 올바른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범고래들이 쇼를 잘하도록 하기 위해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행동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된다. 대신 잘못된 행동에 쓰일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환시킬까? 상황에 따라 다르다. 기회를 다시 주기도 하고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해주기도 한다.


  만약 잘한다면 계속 긍정적인 것을 강조하고 그에 따라 상을 주면 된다.


  왜 수학을 못하는 사람은 많을까? 수학이 어려워서일까? 정말 어려운 수학 문제는 어려워서 못 푼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풀 수 있는 기본적인 것도 못하는 것은 단지 수학이 어려워서는 아니다.


  아이가 기어 다닐 때를 생각해보자. 처음 무언가를 집고 일어섰을 때는 그 자체로 경이로웠을 것이다. 아이가 갑자기 넘어지면 다칠까 봐 넘어지는 쪽에 손으로 받쳐주고, 잘 걷지는 못하지만 엉거 주춤으로만 걸어도 박수와 환호성을 선물해주었다. 


  즉 아이들이 걸을 때마다 부모님이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정확히 그 반대로 했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은 넘어가고 못하는 것만 지적하고 혼을 냈기 때문이다.


  수학뿐만 아니라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대부분의 교육자들은 학습자의 잘못된 행동,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마치 죄수가 탈옥하려 할 때 탐조등을 비추듯 집중하고 있다.


  사실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자신이 훨씬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잘못하지 않도록 중간중간 확인하고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 관련 종사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point 3.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칭찬한다.


  시험이 끝났다. 지난번보다 성적이 올랐다. 부모님은 기뻐했고 선생님도 좋아했다. 학생 본인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점수는 조금 올랐지만 과도한 학업적인 압박으로 인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공부에 대한 혐오감이 싹트기 시작했다면 점수가 오른 것이 무슨 소용일까?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만 좋으면 좋은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궁극적인 결과가 어디 있을까? 결국 모든 것은 과정의 연속이 아닐까?


  사람들은 고래들이 이해가 빠르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범고래는 놀랍도록 예민하다. 범고래를 무성의하게 대하면 범고래는 그걸 금방 인지한다. 속일 수가 없다. 


  범고래는 자신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조련사의 손을 통해 그들이 진심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지 형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알아챈다. 범고래는 무성의하다는 걸 알게 되면 다른 곳으로 헤엄쳐 가버린다.


  그래서 단지 쇼를 잘 했고 못 했고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훈련하는 과정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 상태를 계속해서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보상해야 하는 것이다. 


  잘한 일을 인정해야 하고, 만일 정확하고 올바르게 처리되지 못한 일이라면 그 과정을 칭찬해야 한다. 그 방법은 범고래마다 다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범고래가 있고, 코를 만져주는 것, 지느러미를 쓰다듬어 주는 것, 공연을 끝나고 같이 헤엄을 치는 것을 좋아하는 범고래도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유일한 요소는 아닌 것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훈련하는 과정에서의 재미이다. 서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는 재미가 없다면 화려한 쇼와 관객의 박수갈채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해양 동물원의 스태프들도 대단히 협동적이고 활기가 넘친다는 사실이다. 이곳의 사기가 우연히 높아졌을까? 아니다. 조련사들이 고래에게 적용하는 것과 똑같은 원칙을 서로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점을 강조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큰 가치를 두고 동료를 대하는 것이다. 


  조련사들이 범고래를 대하듯 교육자가 학습자를 대하면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지 않을까? 교육 현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해양 동물원 조련사들에게 교육에 대해서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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