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루 종일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
대한민국에서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정해진 시간표가 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학원이 끝나면 집에 와서 간식을 먹고 휴대폰을 조금 만지다가 잠을 잔다. 요컨대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우리 아이는 그렇게 하루 종일 공부를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일까?!
공부를 하기는 하는 것일까? 정말로 머리가 나쁜 것일까?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일까? 도대체 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는 것일까?
그래서 아이들의 머릿속을 한 번 들여다봤다.
학생들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뇌구조를 직접 그려보라는 설문을 했다. 설문 참가자는 중학교 1학년부터 재수생까지 남녀 100명 정도이다. 학생들은 키득키득거리며 친구들의 뇌구조와 자신의 뇌구조를 비교해가며 열심히 본인의 머릿속을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뇌구조를 커닝? 하는 애들도 있었다. 학생들의 뇌 구조는 다른 듯 비슷했다. 각 학년별 대표성을 띄는 뇌구조를 직접 확인해 보자.
왜 아이들이 공부를 해도 실력이 늘지 않을까? 아이들이 직접 그린 뇌 구조에 질문에 대한 답이 있었다.
바로 지식이 들어갈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주된 이유는 배우는 내용이 어려워서도 아니고, 선생님이 못 가르쳐서도 아니다. 지식이 들어갈 공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설득하고, 화도 내보고, 학원에 보내고, 책도 사주고, 과외 선생님을 붙여도 아이의 점수가 요지부동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바로 아이들의 머릿속에 있었다. 이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
어쨌든 대부분의 어른들은 본인의 어린 시절을 반성? 하며 이러한 아이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해준다.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우러러 나오기를 기다려준다. 그러나 진심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생이 되어도 어른들의 생각처럼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
옆 그림의 롤은 아이들이 즐겨하는 컴퓨터 게임 이름이다. 예전에 스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시대는 바뀌어도 아이들의 행동양식은 비슷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여전히 공부는 뇌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신세다.
이 공간을 넓히지 않고서는 학습에 대한 근본적인 향상은 없다.
나는 이 공간을 ‘동기’라고 명명하고 싶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학생은 극히 드물다.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나마 재미없는 공부를 참고해야 할 '이유'라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이다. 이는 꿈이 될 수도 있고, 가난한 형편을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이 될 수도 있다. 어쨌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확실하고 간절할수록 학습에 대한 동기는 크다고 보면 된다. 이 동기가 있는 학생은 솔직히 가르칠 필요도 없다. 본인이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아이들의 머릿속에 드디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바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것은 '대학을 가지 못하면 인간 취급 안 하겠다.'는 사회와 어른들의 압박으로 기인한 것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은 아이들은 드디어 아침부터 밤까지 책상에서 버틴다. 이제 아이들은 공부다운 공부를 할 수 있는 정신적 준비가 된 것이다. 수업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공부에 할당된 뇌의 공간에 지식을 채워 넣는다. 좀 일찍부터 그렇게 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공부가 워낙 재미가 없고 힘드니깐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5년 동안 공부해야 할 내용을 1년 동안에 채워 넣자니 보통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공부만 해도 생각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몇몇 아이들은 이를 참지 못해 책상을 박차고 떠나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은 드디어 공부를 제대로 한 것 같은데 시간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수의 길을 선택한다.
그런데 이렇게 고3이 되어서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해도 두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는 이미 흘려보낸 소중한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외부적인 강압에 의해서 공부를 하니 도무지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으니 공부가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공부는 정직하다. 하면 는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느는 속도는 다르다. 그래도 어쨌든 하면 는다. 공부를 하는데 늘지 않는다는 것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실제로 머릿속에서는 공부를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비단 공부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하면 할수록 는다. 그런데 몇 년을 해도 제자리 걸음인 경우가 있다. 이는 십중팔구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경우이다.
결국 아무리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어도 억지로는 공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에, 학원에, 과외를 다 시켜도 학습동기가 없으면 기대한 만큼의 실력 향상은 없다. 이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다. 2012년 6월에 진행한 '중학생의 학습양식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중학생 524명의 학습자를 상 집단(1-10등), 중 집단(11-20등), 하 집단(21등 이하)으로 분류하고 학업성취 수준에 따른 전반적인 학습양식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차이점 중에서 상 집단이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인 '내재적 동기'수준이 중 집단과 하 집단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선물 같은 '외재적 동기'는 차이점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시험에서 5등 안에 들면 하면 최신 휴대폰을 사줄게.'하는 식으로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길 기대하지 말자. 그러한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연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학업성취 수준을 예측하는 요소도 분석해보았더니 '지속성'의 수준이 높을수록 학업성취 수준이 높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내재적 동기를 가진 학생이 꾸준히 해야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너무 상식적인 얘기라서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너무나도 많다.
'이 책으로 공부하면 공부가 더 잘 될 거야.'
'누가 저 학원 다니면서 성적이 많이 올랐다네 나도 거기 가면 성적이 많이 오르겠지.'
'족집게 과외를 받으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 텐데.'
연구는 공부를 꾸준히 해야 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학습에 대한 내재적 동기 없이는 꾸준히 공부할 수 없다. 평소에는 놀다가 시험 때만 벼락치기로 해서는 절대로 공부를 잘 할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찾아야 할 것은 시험을 잘 보는 비법이 아니라 꾸준하게 공부할 수 있는 내재적 동기인 것이다.
정리하면, 하루 종일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머릿속에 공부에 할당된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니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학습에 대한 동기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생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글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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