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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천기누설 공부비법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있을까

by 홍석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구체적으로 어렵지 않고, 단 시간에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바람에 기업은 반응한다. 그중 하나가 '엠씨스퀘어'라는 집중력 향상 도구였다. 그 당시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우리 집에도 하나가 있었다. (응답하라 1994에서도 삼천포가 엠씨 스퀘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나온다.) 나도 사용해 봤는데 눈 앞에서 빨간 불이 깜빡거리고, 이어폰으로 '뚜, 뚜, 뚜...'하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는 별다른 효과를 느끼지 못해서 한 번 사용 하고 그만두었다. 아인슈타인을 광고모델로 사용하고 실제로 엠씨스퀘어를 사용하고 전교 1등을 했다는 사용후기도 있었다. 아마 많은 부모님들이 이 기계를 사용하면 내 아이도 아인슈타인처럼 천재가 되고 전교 1등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구매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은 예전처럼 인기가 없을까? (아직도 판매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험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인슈타인은 그 장비를 본 적도 없고, 전교 1등을 했다고 광고를 한 학생은 그 장비가 없어도 매우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비웃을 자격이 없다. 한참 영어를 공부할 때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 그러던 중 어디서 '자면서 영어 뉴스를 틀어 놓으면 귀가 뚫린다'는 비법을 접했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바로 이거야. 그동안은 비효율적인 공부를 하고 있었어.' 바로 그 날부터 워크맨과 영어 뉴스테이프를 구입해서 자면서 틀어 놓았다.


'$#%# 부시~ @#$% 사우스 코리아~ @#$%^% 누클리어 미사일~ ^&*(%^&...'


시끄러워서 잠이 금방 들지는 않았지만,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데 그 정도 어려움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 달 정도 지났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들리는 단어만 들렸다. 나는 자면서 더 열심히 듣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리고 그 훈련을 6개월이나 더 하고 나서야 '혹시 이게 맞는 방법일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머리가 둔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지만 당시에는 그 만큼 절박했기 때문에 하늘에서 별을 딴다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나요?'


이 질문은 다시 말하면 본인은 공부를 하고 있는데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단 여기서부터 생각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많은 학생들을 만나보고 내린 결론은 '방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못하는 학생이나 똑같은 교재로, 똑같은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고,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시간을 공부하고 있었다.


문제는 '방법'이 아니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같은 한 시간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공부'를 했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생각'을 했다. 어떤 생각을 하는 지 머릿속을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너 지금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무슨 생각하고 있었니?'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솔직하게 얘기해 주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요.」

「배가 고파서 공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따가 정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공부가 손에 잡히지가 않아요.」


위에서 학생이 말한 '정말 중요한 약속'은 나중에 알고 보니 내일 친구와 같이 추리닝을 사러 가는 것이었다.


「선생님 제가 항공대에 가고 싶은데 거기 갈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왜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나 후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뭐해서 먹고살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제가 생각을 해 봤는데요 PC방은 절대로 망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저 나중에 PC방 차릴 거예요.」

「너무 졸려서 그냥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아 네 그냥 멍 때리고 있었어요.」


그렇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실 공부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는 것 먹는 것 노는 것을 생각하거나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기막힌 비법을 알고 싶어 했다. 재미있는 것은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의 노하우를 알려주어도 계속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태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러니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들은 대답들 중에서 압권은 다음과 같았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즉,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공부'를 했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까'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해결책이 나온 것이다. 생각을 하지 말고 공부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공부를 해보니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다. 힘든 일은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힘든 이유가 이 질문 사실 이걸 묻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힘들지 않고 쉽고 편하게) 공부를 잘할 수 있나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많은 학생들이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생각을 멈추고 공부를 한다고 모두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 함정을 피해야 한다.


첫 째는 '비법'이라는 함정이다. 쉽게 하는 착각이 있다.


「우리 반 1등은 이 책으로 공부한다는데 나도 이거 사야지.」

「옆집 수영이는 팝송으로 영어를 공부한다는데 나도 팝송을 들어야지.」


즉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의 어떤 부분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따라서 해 보면 별로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그 학생이 그 책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잘하는 학생도 팝송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비법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


대학원에서 논문 자료를 수집할 때 EBS에서 방송한 '공부의 왕도'라는 프로그램을 분석한 적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논문의 주제로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정리한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 전국에서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의 일거수 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눈에 띄는 점은 다들 공부하는 방법이 달랐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은 수업시간에 절대 필기를 하지 않았고, 다른 학생은 선생님이 말하는 모든 것을 받아 적었다. 또 어떤 학생은 수학 문제를 최대한 머릿속에서 계산하면서 풀었고, 다른 학생은 모든 수식을 적어가며 문제를 풀었다. 그러니 공부를 잘 하는 어떤 절대적인 방법이 있다고 말할 수가 있을까?


본인에게 더 적절한 공부방법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는 본인이 찾아가는 것이지 남이 알려줄 수 없는 것이다. 칸막이 책상이 좋은지 탁 트인 책상이 좋은지, 환한 곳이 좋은지 약간 어두운 곳이 좋은지, 아침에 공부가 잘 되는지 저녁에 공부가 잘 되는지, 한 번에 여러 과목을 바꾸어 가며 공부하는 것이 좋은지, 한 과목을 오래 하는 게 좋은지, 문제집을 풀고 내용을 정리하는 게 좋은지, 내용을 정리하고 문제집을 푸는 게 좋은지, 책은 최대한 깨끗하게 쓰고 노트에 필기하는 게 좋은지, 책에다 필기를 꽈꽉 채우는 것이 좋은지, 학교에서 공부가 잘 되는지, 학원에서 잘 되는지, 독서실에서 잘 되는지, 집에서 잘 되는지 본인이 해봐야 알 수 있다. 요컨대 최고의 공부법을 찾기 위해서는 본인이 시행착오를 겪어 가면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따라 해야 할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방법이 아니라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 즉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는 확고한 의지, 철저한 자기 관리,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끊임없이 검증하고 확인하는 집요함이다.


둘 째는 '기적'이라는 함정이다. 지금도 인터넷만 접속하면 거부하기 힘든 광고들이 있다.


「하루 30분이면 당신도 원어민처럼 될 수 있다.」

「막판 역전을 위한 기적의 2주를 경험하라.」


만약 하루에 30분씩 공부해서 원어민처럼 될 수 있다면, 왜 전국에 학생들이 하루에 3시간씩 영어를 공부하느라 책상에 앉아 있을까? 그리고 특별한 훈련으로 2주 만에 역전이 가능하다면 왜 아이들은 2년 동안 공부를 해도 성적이 떨어지는 것일까? 물론 '역전', '기적'이라는 단어가 주는 짜릿함에 솔깃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아온 아이들 중에서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아이는 없었다. 놀고 싶은 것을 참고, 보고 싶은 텔레비전을 참고,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공부해서 성적이 오른 아이들이 전부였다. 이런 속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멀리서 성적이 오르는 것만 보고 '와 네가 이렇게 성적이 오르다니. 기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였다.


그런 아이들이 밤에 코피를 쏟아가며 공부하는 것은 보지 못하고 그 아이들이 쓰는 문제집과 다니는 학원을 수소문해서 우리 아이도 그렇게 보내고 나서 성적이 오르길 기대하는 것은 엠씨스퀘어 만큼이나 허무맹랑한 것이다.


요컨대 어떤 특별한 비법을 통해서 기적처럼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기대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은 공부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공부법'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자체를 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나아가 공부를 하는데 '비법'과 '기적'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는 본인이 공부를 하면서 알아가야 하는 것이다. 쉽고 편하고 재미있고 방법으로 공부해서 단기간에 기적을 바란다면 사기꾼의 속임수에 걸릴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예전에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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