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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Mar 01. 2016

32 우는 아이들

지금 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예비고 1의 영어시간에 지선이는 수업시간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밝은 표정으로 공부를 하던 아이가 느닷없이 우니 선생님도 당황했다.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몸이 아픈지 물어봐도 묵묵부답이다. 어쩔 수 없이 수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아이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면서 계속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무언가 자신에게 문제가 일어났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었다.


  쉬는 시간에 이렇게 문제가 발생한 아이들을 전담? 하는 실장 샘에게 수업시간에 일어났던 일을 알려주었다. 실장 샘이 아이를 달래고 얼러서 30분 만에 극적으로 아이가 입을 열었단다. 이유는 수업시간에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울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아이는 말하지 않고 울음을 택한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누군가에게 본인의 부족한 점을 얘기해봤던 적이 없었을 것이다. 뭐든지 처음은 어렵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 자기소개를 하는 것, 발표를 하는 것 등등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지선이도 수업 시간에 "선생님 지금 들은 설명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다시 한 번 더 설명해주세요."라는 말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말을 웃으면서 잘 하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성격이나 성장배경이 다르므로 나에게 쉬운 일이 남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지나치게 내성적인 아이는 집에서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마음을 전달하는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주위 부모나 어른들이 어렵지 않게  도와줄 수 있다. 다른 사람하고 같이 지내다 보면 마음에 안 들고 불편한 일들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이를 표현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 오히려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알려주면 아이는 달라진다. 나아가 표현하는 방식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센스까지 일러준다면 그렇게 한 아이의 인생 궤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또 요즘 아이들은 형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가령 수학 10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내가 먼저 다 풀었다. 그런데 아직 다른 아이들은 풀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풀었던 문제를 검토하면서 기다린다. 그런데 간혹 어떤 아이는 내가 다 풀었으니 빨리 선생님에게 풀이를 해 달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낸다. 아직 못 푼 다른 아이들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혼자 자라면 나 밖에 모르게 된다. 왜냐하면  그동안 다른 사람을 배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혼자일 수는 없다. 다른 사람과 만나는 일들을 언젠가는 겪게 되어있다. 하다못해 슈퍼에서 계산하는 주인, 버스 운전기사, 택배 기사 등등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만날  수밖에 없다. 예전에 일했던 학원의 1층에는 편의점이 있었다. 자주 왕래를 하다 보니 주인과 조금 친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저도 애들 상대하느라 힘들지만, 사장님도 항상 손님들 상대하느라 힘드시겠어요?」

「아 네. 그렇죠 뭐~」

「그래도 늘 웃으셔서 손님들이 좋아하겠어요~」

「아니에요 얼마 전에는 어떤 분이 왜 웃냐고 그래서 무서웠어요?」

「웃어도 뭐라고 그래요?」

「네. 왜 자기 보고 웃냐고」

「아 네....」


  예전에는 형제가 3~4명은 기본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미 남들과 같이 지내면서 배려해야 하는 부분, 참아야 하는 부분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훈련을 받고 사회에 나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2명이 고작이니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고 싸우고 반성하고 깨닫고 하는 경험치가 예전 사람과 비교해서 현저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전 사람들이 보기에 요즘 사람들은 자기밖에 모른다고 하는 말은 일리가 있다. 이렇게 혼자서 자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주변 이웃과의 마찰도 넘쳐나고, 이혼율도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 이러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은 아이는 학창 시절부터 주변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어른으로서 경험하고 느낀 점에 대해서 조용히 일러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긍한다. 아이와 대화하는 힌트를 주면 일방적으로 어른이 말을 하면 아이들은 훈계로 받아들인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데 네 생각은 어때?」


  얘기 중에 이렇게 간간이 물어보는 게 좋다. 물론 아이들의 대답은 어른들이 보기에 비 논리적이고 얼토당토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서 면박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너는 왜 그렇게 생각이 모자라냐? 하여튼 공부 못하는 애들은.... 」


  이렇게 말하는 대신에 서로의 관점이 다름을 인정하고 추후에 다시 대화하자고 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음... 우리가 살아온 시대가 다르니 생각이 다른 것도 당연하다. 일단 조금 더 생각해보고 다음에 다시 얘기해 보자.」


  이러면 아이도 감정을 상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도 인정받는 점이 있으므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나중에 곰곰이 본인의 생각을 곱씹으며 본인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깨닫는 경우가 많다. 


  수업시간에 한 아이가 또 울기 시작했다. 역시나 예비고 1이다. 참고로 중3에서 고1로 넘어가는 겨울방학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시기이다. 이제 곧 지옥 같은 고등학생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평소에 공부도 곧 잘 하는 아이인데 느닷없이 우니 선생님이 당황했다고 한다. 또 우는 아이 전담마크? 실장 샘이 나설 수밖에 없다. 얘기를 들어보니 수학책을 한 번 다 끝내고 복습을 들어가는데 하나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본인은 처음 시작할 때 이 책을 열심히 공부해서 수학을 마스터하겠다는 다짐을 한 모양이다. 그런데 성실하게 공부를 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속상하고 억울했던 것이다. 예비고 1이면 이제 막 공부를 제대로 하기 시작할 때이다. 그런데 이 시기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마스터하면 수학은 끝날 거야.」

「이 단어장을 열심히 공부하면 모르는 단어가 없겠지?」

「이 수업을 들으면 꼭 1등급이 나올 거야.」

「이번에는 수업시간에 열심히 공부했으니 시험에서 100점이 나오겠지?」


  하지만 막상 공부를 해 보면 예상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이때 아이들은 당황하고 실망하게 된다. 극단적으로 위험한 결론에 이르는 아이들도 있다.


「어차피 난 해도 안 돼.」


  이런 아이들에게도 역시나 주변 어른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저 공부에 대한 본인의 경험을 얘기해 주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  이때 아이의 단점을 들추어 내거나 평소에 부족한 부분을 공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너는  허구한 날 휴대폰만 붙들고 있으니깐 안 되는 거야.」

「학원 보내줘,  과외시켜줘, 니 공부방도 있겠다. 네가 뭐가 부족해서 힘들다고 그래?」


  이런 말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어떤 긍정적인 결과도 이끌어 내지 못한다. 일단 상처가 난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 먼저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 후에 하는 것이 맞다.


「공부를 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 돼서 속상하구나? 속상하다는 얘기는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는 증거니깐 그렇게 슬퍼할 필요는 없어. 다만 생각해볼게 있는데 우리가 한 번 무언가를 공부했다고 해서 다 잘할 수는 없거든.  노력할수록 이전보다 나아지는 것만 있으면 되는 거야.」


  사실 책 한 권을 공부하고 나서 우리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정도나 될까? 10% 남으면 많이 남는 것이다. 우리 머리가 나빠서일까? 아니다. 그게 정상이다. 잘 아는 분야의 책을 보면 30% 정도는 남을까? 원래 공부라는 것이 그렇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한 책을 10번 20번 보는 것이다. 그래야 그 책에 있는 내용이 다 머릿속에 남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실을 모르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비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게 되고 결국 실망하고 공부에서 멀어진다는 점이다. 주변의 어른들이 이러한 내용을  주지시키면 아이의 학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하면,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들은 심적으로 환경적으로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시기이다. 그리고 대부분 한 번 제대로 공부해보고자 하는 마음도 생긴다. 다만 공부를 해보니 예상과 달라서 실망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본인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우는 아이는 부모님이 따듯하게 안아주고 낯선 사람과 말하는 연습을 시키면 나아진다. 타고난 성격이야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변할 수는 있다. 또 공부를 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실망스러워서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다. 이러 아이는 우리가 무언가를 공부할 때 또는 배울 때 한 번에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없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계획을 짜서 공부를 한다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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