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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Apr 30. 2016

37 스마트폰 중독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란?

  대학원 졸업 논문을 위해서 15년 만에 졸업했던 중학교를 다시 찾았다. 교감선생님에게 설문을 부탁하고 나오는 길에 몇몇 교실을 지나쳐갔다. 예전에 50명이 있었던 교실은 이제 30명이서 사용하고 있었다. 책상 배열도 두 줄씩 4 분단이었던 것이 4~5명씩 모둠으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쉬는 시간인 듯 아이들은 자유롭게 떠들고 스마트 폰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 추억 속에 잠기려는 찰나... 어? 그런데 앞에 선생님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쉬는 시간이 아니라 수업시간이었던 것이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선생님은 혼자서 목이 터지게 교과서를 읽으면서 설명하고 있었다. 교생 실습이나 이제 막 부임한 새내기 교사였을 것이다. 아이들은 경험이 없는 젊은 교사를 단박에 알아차리고 막무가내로 떠들고 있었다. 선생님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교실은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결국 아이들은 제 멋대로 떠들고, 선생님은 혼자서 수업하고 있었다. 안타까웠지만 수 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교육현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절감했다. 예전과 다른 점은 아이들이 수업시간에도 스마트폰을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때는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 세 가지쯤으로 분류됐다.


1. 잔다.

2. 딴생각(짓)을 한다.

3. 옆(앞/뒤) 친구와 떠든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1~2번 행동은 장려? 되기도 했다. 어차피 공부 안 하고 떠들고 놀 바에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그냥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3 교실 수학 시간은 무덤터를 방불케 하는 시체? 들로 즐비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의 옵션이 하나 더 늘었다.


4. 스마트폰을 한다.


  이 스마트폰 때문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그 승자는 더 욕망이 강한 쪽이다. 스마트폰을 빼앗으려는 어른들의 의지가 100이라고 치면 스마트폰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욕망은 10,000 쯤 된다. 어지간해서는 아이들 손에서 스마트폰을 뺏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은 이미 아이들 신체의 일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윤경이의 일과를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아침에 눈을 뜨면서 본능적으로 손이 이불속 스마트폰을 찾는다. 지난밤에 잠든 뒤에 아이들이 나눈 대화를 쭉 훑어본다. 친절하게도 '여기까지 읽으셨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 뒤부터 쭉 읽는다. 별 얘기는 없다. '뭐해?' '내 말 씹는 거야?' 'ㅋㅋㅋㅋㅋ'와 같은 말이 주를 이룬다. 아이들이 일어났는지 서로 카톡으로 확인하고 날씨, 인터넷 기사 등을 검색한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은 터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매일 낚이지만 매일 읽어보게 된다. 아침 먹을 시간도 스마트폰을 하느라 건너 띄기 일수다. 


  아침도 거르고 학교 가는 아이가 안쓰러워 엄마는 쉬는 시간에 간식을 사 먹으라며 용돈을 준다. 윤경이는 그 돈으로 매점에 가지 않았다. 대신에 요즘 빠져있는 '아바타 키우기 게임'에 현질(현금을 인터넷 게임에 지른다.)을 했다. 내 아바타가 예쁜 새 옷으로 갈아입자, 이 메시지가 친구에게로 전달되고 친구 아바타들이 찾아온다. 


「와~ 윤경아 아바타 옷 이쁘다.」

「응.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그냥 질렀어.」

「나도 사고 싶은 게 있는데 이번 달 용돈은 다 써서 다음 달에나 사야 돼...」


  아바타 옷을 구입하고 바로 오는 친구들의 관심에 윤경이는 뿌듯함을 느낀다. 그렇게 등교를 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런데 하루에 한 번 가장 중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바로 아침 조회 시간에 스마트폰을 담임선생님에게 제출해야 하는 시간이다. 이 때는 눈치가 중요하다. 담임선생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면 스마트폰을 제출해야 하지만 여간해서는 내지 않을 계획이다. 선생님이 회의 등으로 바빠서 반장이 대신 스마트 폰을 걷는 경우, 또는 선생님의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경우는 여지없이 내는 척하면서 내지 않는다.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었다. 더욱이 옆 반에서 한 아이가 새로 산 휴대폰을 제출했는데 액정이 깨졌다며 담임선생님과 문제가 생긴 뒤로는 선생님들이 비싼 휴대폰은 안 내도 묵인한다는 소문도 아이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한다.


  수업시간에 몰래 하는 카톡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역시 별 내용은 없다. 


「지혜야.」

「어 너 뭐야? 휴대폰 안 냈어?」

「ㅋㅋ 너는?」

「아마추어냐? 시키는 대로 다 하게?」

「맞아.ㅋㅋ 내는 넘들이 ㅂㅅ 이지~」

「이건 우리끼리만 비밀이다.」

「ㅇㅇ」


  쉬는 시간은 화장실에 가서 스마트폰을 한다. 교실에서 하다가 걸리면 압수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걸어가면서도 계속 스마트폰을 본다. 학원에서도 원칙은 스마트폰을 내야 하지만 이를 피해 가는 스킬은 이미 오래전에 익혔다.


「엄마가 전화한댔어요. 중요한 전화예요. 나가서 이것만 받고 낼게요.」


  라고 말한 뒤 화장실에 갔다가 수업이 시작하고 늦게 들어가면 선생님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업을 멈추고 휴대폰을 냈는지 확인하는 선생님은 거의 없다. 매일 똑같은 기술을 쓸 수 없으니 다른 기술도 있다. 기분 나쁜 표정으로 


「없어요. 집에 두고 왔어요.」


  이렇게 말하면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했다. 자습 시간에는 모르는 '단어'를 찾는다며 교육적으로 활용할 것을 어필하면 된다. 모르는 단어를 선생님에게 물어보라고 해도 방법이 있다. 30분에 50개쯤 물어보면 다음에는 선생님이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찾으라고 장려? 하는 것도 알고 있다. 종이 사전을 보라고 하면 찾아본 적이 없어 효율이 떨어진다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된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방법을 찾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핑계를 찾는다는 말이 있다. 원래는 이런데 사용하는 말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사수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딱 그러하다. 그렇게 학원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도 스마트폰이 윤경이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집에 와서도 역시나 스마트폰으로 아이들과 대화, 게임에 몰두한다. 가끔 들어오는 엄마의 어택은 이미 윤경이의 상대가 아니다. 


「너는 맨날 스마트폰만 보니?」

「아이.. 엄마~ 학교에서 학원에서 하루 종일 공부하고 왔는데, 집에 와서 좀 하면 안 돼?」


  윤경이는 그 날 숙제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만진다. 메시지가 왔나 확인하고, 없으면 먼저 보내기도 한다. 본인이 키우는 아바타도 확인해주고, 댓글이 달려 있으면 부리나케 답글을 단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스마트폰을 본다. 역시나 별 얘기는 없다. 잠이 들려고 하다가 단체방에서 누군가 말을 하면 그걸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궁금하기도 하고 대화에서 본인이 소외당할까 봐 걱정도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시간은 새벽 2시 20분이었다. 그리고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스마트폰을 쥔 채로 잠이 든다. 꿈속에서도 스마트폰에서 대화한 내용들, 키우는 아바타, 게임, 읽었던 기사들의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다시 아침에 눈을 뜨면서 동시에 손이 이불속 스마트폰을 찾는 것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비슷한 사이클로 하루를 보낸다.


  고1 종백이의 하루도 윤경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카톡을 하고 아바타를 키우는 대신에 게임을 더 많이 할 뿐이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아이들의 민낯을 들추어낸 이유가 있다.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Q.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절제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Q. 스마트폰 문제를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정리하면,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눈을 뜨면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집에서, 눈을 감으면서, 심지어 자면서도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의식을 지배한다.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단편적인 자극들을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맛을 끊지 못한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다음 글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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