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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May 05. 2016

38 스마트폰 중독 2

이상적인 방법 vs. 현실적인 선택

  중2 종호는 친구들과 방과 후에 농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서둘러 집에 돌아갔다. 그런데 종호와 친구는 계속 농구를 했다. 비에 온 몸이 다 젖어서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그런 사소한?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한 시간이 넘게 빗속에서 농구를 하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종호가 언제부턴가 더 이상 빗속에서 농구를 하지 않는다. 비를 쫄딱 맞고 농구를 하고 나면 몸살감기에 걸려서 며칠 동안 고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종호는 중2 때는 왜 그렇게 무모한 선택을 했을까?


  그것은 바로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뇌가 다르다. 중학생이 되면 즐거움, 슬픔 등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뇌의 부분(변연계)은 어른과 비슷하게 발달한다. 그래서 중학생과 이야기를 해보면 초등학생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조금은 인간? 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고차원적인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다.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지금의 행동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고 자제하는 능력은 아직 발달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청소년기는 자극적인 정보나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유혹에 더 빠지기 쉬운 것이다. 이러한 인지 발달의 특성을 인정하는 몇몇 나라에서는 15세 이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법적으로 제재하기도 한다. 어쨌든 요지는 청소년기는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에 적절한 시기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가장 큰 명분은 공부로 지친 '머리를 식힌다'는 것이다. 그러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정말 아이들에게 휴식이 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아이들의 집중력은 급격히 소모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MRI로 뇌를 찍어본 결과 아이들의 뇌는 거의 모든 영역이 다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비단 아이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어른들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읽거나, 대화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는 것이 아니다. 얘가 왜 이런 말을 할까? 이 기사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 게임에서 어떻게 하면 적과 더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을까? 등등 오히려 뇌의 종합적인 영역을 더 많이 활성화시킨다. 결국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하면서 정신적 에너지를 엄청 소비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공부에 사용할 집중력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다.


  우리의 체력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집중력에도 한계가 있다. 개인마다 체력이 다르듯이 집중력에도 개인차가 존재한다. 어쨌든 공부에 써야 할 집중력을 스마트폰에 쓴다는 얘기는 다시 말하면 스마트폰을 하고 나면 공부를 할 집중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 모든 연구들은 이구동성으로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어떤 문화권이든 스마트폰의 사용시간과 성적은 정확히 반비례한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외국의 몇몇 학교들은 학교에 휴대폰을 가져오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반발도 심했고 심지어 압수당한 아이의 부모가 학교에 와서 항의하기도 했다. 그래도 학교에서 단호하게 휴대폰 금지 정책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휴대폰을 금지한 학교의 아이들 성적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그 이후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오히려 그 정책을 더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금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수업시간에 사용을 자제시키거나 아침 조회시간에 걷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대폰을 가지고는 있지만 사용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확인했듯이 그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을 막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막을 수 없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어른들이라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책상 위에 만화책, 성인 잡지, 연예인 브로마이드를 펼쳐 놓고, 뒤에 TV를 켜 놓고, 옆에서 동생이 컴퓨터에서 게임을 하는 방에서 공부를 하라고 하면 잘 될까?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공부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위와 같은 것들을 바로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너무나 큰 유혹을 참아내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이 유혹에 결국 굴복하고 만다. 설사 스마트폰을 잊어버리고 공부에 몰입하는 순간이 있다고 해도 불쑥불쑥 날아오는 친구들의 대화가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한다. 


  결론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배고픈데 치킨을 시켜 놓고 먹지 말라는 것보다 더 가혹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실에서 스마트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1. 대학생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다.

2. 부득이한 경우에 일반 휴대폰을 사준다.


  일단 아이들이 스마트폰의 세계에 들어가면 다시 빼내기가 엄청 힘들뿐더러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물론 어린이 날이나 생일마다, 시대에 뒤떨어진 부모님이라는 둥 반에서 스마트폰 없는 아이는 나 혼자 뿐이라는 푸념을 들어야 한다. 물론 이상적인 방법이야 존재한다. 스마트폰을 사 주고 아이들이 자제하면서 사용할 수 있게 시간을 정하고,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대화를 많이 하고... 그러나 이런 방법들이 현실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결국 현실에서는 아래의 옵션 중 하나를 선택을 해야 한다. 


1. 스마트폰을 사주고 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와 전쟁을 치른다.

2.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어른이 된다.

3. 문자와 전화만 가능한 일반 폰을 사준다. 

  

  만약 1번을 선택하기로 했다면 어릴 때부터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안 된다. 아이가 계속 놀아달라고 보챌 때, 스마트폰을 아이 손에 쥐어 주고 게임을 틀어주면 어른들이 조금 쉴 수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스마트폰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스마트폰 중독의 최초 원인 제공자는 아이의 부모님인 것이다. 3번 선택이 절충안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폴더폰을 들고 다니는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크게 불편해 보이지도 않는다.


  정리하면, 요즘 청소년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지니고 다닌다.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좀 자제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없다. 한참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 스마트폰을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다.  더욱이 스마트폰을 하면서 이미 집중력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공부의 효율이 오르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하지 않을 때에도 채팅, 검색, 게임 등의 잔상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서 정상적인 삶을 방해한다. 스마트폰 중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세계에 진입하는 것을 대학생 이후로 미루자는 것이다. 처음부터 모르고는 살아도 있다가 없이는 살기 힘든 법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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