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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Feb 14. 2017

53 대학원은 꼭 가야 할까?

대학원에서는 뭘 배울까?

  학원에서 처음 가르쳤던 아이들이 어느새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나가고 있다. 그런데 다들 취업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 중상위권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한 학생은 원서를 50군데 넣었는데 3군데 서류가 통과 됐지만 결국 면접까지는 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라고 말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위 학생은 대학원에 진학했다. 사실 대학교 졸업반에 있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취업을 해야 하나 대학원에 가야 하나 한 번 쯤은 고민을 한다. 이 학생도 고민을 했고 취업 재수와 대학원 진학의 갈림길에서 대학원을 선택한 것이다. 학부는 기계 전공이었고 대학원은 수학 전공이었다. 그리고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칠 즈음에 다시 원서를 넣었다. 흥미로운 것은 위에 50군데 원서를 넣었던 기업에 똑같이 서류를 넣었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1차적으로 희망하는 회사는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흥미롭게도 10군데 정도 지원을 하자 4군데서 서류가 통과 됐고 면접까지 본 후 지금 원하는 회사 중 한 곳에 다니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그렇게 힘들었던 취업이 대학원을 졸업하자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렸다. 물론 학생의 대학교와 학과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대학교만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되는 시대는 저물고 대학원까지 나와야 취업이 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보다 더 고도화된 전문지식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학사 학위를 받고, 대학원을 졸업하면 석사, 박사 학위를 받는다. 대학원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흔히 대학원이라고 하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석사 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는 '일반대학원'을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서 학업에만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여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야간대학원,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 등의 이름으로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코스도 준비해 놓고 있다. 다만 이러한 직장과 병행하는 대학원은 석사학위 까지만 수여가 가능하다. 박사과정을 위해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만 하는 일반대학원으로 가야 한다.


  일반대학원과 다른 대학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책상 배열이다.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원의 경우 고등학교, 대학교 교실처럼 강의식으로 되어 있다. 수업을 듣고 발표를 하고 보고서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대학원의 경우 책상 배열이 원탁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미리 공부해 온 부분에 대해서 발표, 질의응답, 토론 등이 이루어진다. 교수님께서 여러 학생에게 무작위로 질문하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해올 수가 없다.


  그럼 대학원에서는 어떤 것을 공부할까?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오해하고 있는 것은 박사라고 하면 그 분야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령 물리학 박사라고 하면 물리학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박사라고 하는 타이틀은 해당 분야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 같은 것이다.


  연구는 우리가 무언가를 판단하는데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누군가 시험보는날 아침에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을 못본다는 주장을 제기했다고 생각해보자. 하지만 미역국이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철분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두뇌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이 둘이 서로의 주장만 옳다고 고집하면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게 된다. 


  이는 연구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때 연구를 절차에 맞게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일종의 박사인 셈이다. 연구의 첫번째 단계는 해당 분야의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만약 이와 관련해서 신뢰할 만한 연구가 여러 문화권에서 이미 충분히 진행되었다면 굳이 비슷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니 <음식과 성적의 상관관계>와 같은 논문은 있지만 딱 집어 미역국과 성적의 상관관계가 없는 경우 이를 한 번 진행해볼 수 있는 것이다.


  연구 방법은 누가 봐도 동의할 수 있게 객관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내가 미역국을 먹고 시험을 봤는데 망쳤다." 또는 "내 친구들이 미역국을 먹었는데 시험을 잘 봤다."는 식의 주장은 개인적인 경험일 뿐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진행하면 어떨까?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 두 곳을 선정한다. 두 학교의 이전 시험 성적 평균데이터를 확보한다. 그리고 한 학교는 시험 당일날 아침 미역국을 준비하고 다른 학교는 된장국을 준비한다. 그리고 시험을 본 데이터를 이전 데이터와 비교한다. 이렇게 진행해서 나온 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면 그 주장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는 못할 지언정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모든 연구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위의 연구에서도 학교 시험의 난이도는 어땠는지, 한 학교에서 연구를 한다고 선생님들이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가르치지는 않았는지, 아이들도 어떤 이유에서건 평소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거나 덜 하지는 않았는지 등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사실 완벽한 연구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어서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인간이 무언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도 선택하지 못하는 '선택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먹는지 데이터를 확인한 후 다수에 편승하면 그나마 위안을 가진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교육심리 학술지로 몇 년째 디자인의 변화가 없다. 


  개인적으로 교육학을 전공했기에 이 분야에서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추이를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학계의 최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복잡한 수학적 공식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도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의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 예컨대 2016년에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시행된 <인터넷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메타분석>이라는 연구가 있다. 인터넷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관한 연구 11,554편을 집대성한 결과 인터넷 중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고자 하였다.


  여러가지 원인 중에서 인터넷 중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심리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불안, 학습 동기, 정신건강문제, 우울, 자기통제, 충동성 등이다. 즉 불안하고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모르고 정신이 안정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나아가 인터넷 중독자 중 상당수가 만성적인 낮은 자아존중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인터넷 중독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에게 인터넷을 그만 하라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아존중감을 올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개인의 자아존중감은 본인이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스스로 여기는 것이다. 내가 아무것도 잘 하는 게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으면 자아존중감이 낮아진다. 반면에 본인이 하는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여겨지면 자아존중감은 높아진다. 요컨대 인터넷 중독은 현실에서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으니 이를 온라인에서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실에서 본인이 가치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면 자연스럽게 온라인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줄어들게 되어 있다.


  정리하면, 취업난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힘들게 대학교를 들어가도 취업이 되지 않으니 대학교는 가서 무엇하느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무원 준비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정확히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학원에서는 해당 학과의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학과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의 가치는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객관적인 척도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대학원은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나아가 남은 인생동안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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