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출문제로 공부해라?
수능이 100일도 채 안 남았다. 더욱이 9월 모평이 끝나면 수험생들은 남은 기간 동안 암기과목으로 분류되는 탐구과목에 매진한다.
그런데 의외로 암기과목에서 고득점을 받는 학생은 드물다. 영어 수학이야 오랜 시간 동안 기초 훈련 과정이 필요하더라도, 암기과목이야 바짝 두 달 정도 외우면 될 것 같은데 무엇이 문제일까?
포털사이트에 암기과목 공부법을 검색해보니 유명한 강사들이 효율적으로 암기과목을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 올려놓은 글이 있었다. 공통되는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째, 기출문제를 풀어라.
둘 째, 요약집 사지 마라. 직접 요약해라.
셋 째,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이번에 더 퀄리티(?) 있는 칼럼을 쓰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말한 방법으로 직접 공부를 해봤다. 위에서 말한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 몸소 느껴보고 싶었다. 학창 시절부터 국사를 못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국사에 무지하다는 자괴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도 있었다.
8월 12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신청을 하고 달력을 보니 40일 정도가 남아 있었다. 40일 뒤면 다시 태어난다는 희망(?)에 약간 설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위에서 전문가들이 알려준 방법으로 직접 공부를 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의 세 가지 모두 잘못된 방법이다. 얼핏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왜 틀렸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첫 째, 기출문제를 풀어라.
이건 뭐 선생님들이 입만 열면 하는 소리다. 서점에 가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문제집을 샀다. 그리고 설명이 되어 있는 부분을 훑어보고 문제를 푸는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다.
이 과정이 겉보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뭐 공부란 게 원래 문제 풀고 틀리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니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서 실력이 쌓이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왜 그럴까?
기출문제의 가장 큰 맹점은 난이도가 높다는 것이다. 해당 과목의 기본기가 없는 학생은 실력으로 풀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감으로 찍는다. 개인적으로 이게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력이 좋아서 기출문제를 10개 중에 7~8개 정도 맞으면 기출문제를 풀어도 괜찮다. 하지만 10문제 풀었는데 맞는 문제가 5개 이하라면 아직은 기출문제를 풀 단계가 아니다. 그 5개 중에 분명히 찍어서 맞춘 것도 있을 것이다.
직접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문제를 풀어보니 10개 풀어서 2개~4개 정도 맞았다. (고등학교 때도 국어와 국사를 못해서 이과로 선택했었다.ㅠ) 그래서 왜 틀렸는지 정답지를 보는데 더 큰 문제는 정답지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해설지도 이해가 안 된다. 기출문제 해설지는 기본기가 없으면 읽어도 이해가 안 된다. 보통 기초가 없는 학생들이 기출문제를 감으로 찍고 이해가 안 되는 해설지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3~4일 정도 기출문제를 풀다가 공부 방법을 바꿨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면 묵묵히 이 길을 가는 학생들이 많다. 물론 그 의지는 높게 평가하지만 문제는 시간은 없고 공부할 과목은 많다는 사실이다. 효율적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결과에 대해서 가장 실망하는 것은 결국 본인일 것이다.
기출문제집을 포기하고 새로 책을 사서 쉬운 문제를 풀었다. 흔히 예제,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들인데. 이런 문제는 10개 중에서 5개 전후로 맞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틀린 문제의 해설을 보니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게 되게 중요하다. 이해가 된다. 즉 머릿속에서 지식이 쌓인다는 말이다. 예제, 기본 개념 문제는 학습자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가정으로 보통 해설을 쉽게 설명한다. 어려운 어휘는 아래 풀어놓은 경우가 많아서 공부하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반면에 기출문제는 학생이 어느 정도 공부가 끝나서 확인해본다는 가정으로 정답지를 만들기 때문에 그 수준에 맞게 해설을 한다. 요컨대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 기출문제를 풀고 해설지를 읽고 이해하면서 실력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위험할 수 있다 것이다.
첫 째, 기출문제를 풀어라. -> 예제, 기본 개념 문제를 풀어라.
둘 째, 요약집 사지 마라. 직접 요약해라.
셋 째, 오답노트를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