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중심
지난 주말에 JTBC 금토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 시청률이 12.065%로 JTBC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다들 막장이라고 말하면서도 결말은 궁금했나보다.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사람들이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공감하지 못하는 스토리는 오래 보지 못한다. 그러면 드라마의 어떤 요소를 사람들이 공감했을까?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아니었을까?
박복자(김선아)를 비롯해서 가사 도우미, 식당 주인, 헬스 트레이너 등등 평범한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면서 살아가는 드라마 속의 모습은 현실과 닮아있다.
그런데 드라마의 어떤 등장인물보다 얼굴이 어두운 한 명의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고3 운규다. 늘 표정이 없는 얼굴로 책상이 앉아 있는 모습은 실제 고3, 재수생의 비주얼과 흡사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드라마에서도 고3은 예외적으로 대접받는 다는 사실이다. 사건에 휘말리면서 아빠, 엄마, 그리고 고3 아들이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그 때 엄마가 할아버지에게 던진 카드는 '수능'이다.
"아버님 운규가 고3이잖아요. 올 해 수능 볼 때 까지만 있을게요."
품위있는 그녀 마지막회에서 인상깊은 장면이 나온다.
"우아진(김희선) 주변이 얼마나 스펙타클해? 근데 자기 중심 딱 지키고 사는 거봐."
"멘탈이 건강해요. 우리 아이도 그렇게 컸으면 좋겠어요~"
다들 재벌 할아버지 옆에서 어떻게든지 돈을 받아내려고 아둥바둥하지만 우아진은 본인이 노력한 딱 그 만큼만 기대한다. 그게 본인 삶의 철학이고 가치관이다. 그래서 재벌 아들하고 이혼하고 생계를 위해 가방을 만들어 팔지만 품위를 잃지 않는다.
품위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 필요하다. 옆집 아이가 어떤 책을 보고/어떤 학원에 다니고 성적이 올랐더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저항할 수 없다. 마음의 중심이 없다면.
성현이는 고민이다. 이번 주 일요일에 과학 보충과 수학 보충이 같은 시간에 잡혔기 때문이다. 다른 시간은 국어 영어 사회 논술로 꽉 차 있어서 옮길 수도 없다. 어떤 학원에 갈지 선택을 해야하고 그 선택한 학원의 과제만 해야한다. 과제를 다 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좋다는 것을 다 시키려다 보니 벌어진 참사다.
드라마에서 한 학부모는 학원에 공부 못하는 학생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아이를 다른 학원으로 옮긴다. 덩달아 다른 학부모들도 우르르 따라나갔다. 그런데 우아진은 아이를 계속 그 학원에 보내면서 쿨 하게 한 마디 던진다.
"그게 뭐 어때서요? 어차피 같은 반도 아닌데요?"
대한민국에서 확실한 교육관이 없으면 혼란의 연속이고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