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요약해라?
수능이 얼마 안 남아서 <수능 암기과목 공부법>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평소에 암기과목 때문에 고민이 많은 학생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앞에서 기본기가 부족한 학생이 기출문제로 공부하는 맹점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그 솔루션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첫 째, 기출문제를 풀어라. -> 예제, 기본 개념 문제를 풀어라.
그럼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다른 공부법에 대해서 살펴보자.
둘 째, 요약집 사지 마라. 직접 요약해라.
개인적으로도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너무 의존적이면 안 된다. 스스로 해야 된다. 앞에서는 스스로 하라고 말하고 뒤에서는 남에게 의존한다면 안 되니깐 직접 요약집을 만들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책을 보고 집에 와서 1~2시간 정도 요약을 했다. 국사책 한 권을 요약하는데 약 10일 정도 걸렸다. 책을 집필한 경험도 있고 해서 이 부분은 자신이 있었다. 국사책을 요약해서 나만의 요약집이 생기자 나름 뿌듯했다.
그리고 이 요약집을 여러 번 회독하면 시험은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지나친 자신감은 패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요약집을 열심히 공부하고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기출문제를 풀어봤다. 생각 같아서는 다 맞을 것 같았다. 벌써 다 맞으면 싱거워서 어떻게 하지? 솔직히 이런 오만한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100점 만점에 3~40점이었다. 충격이었다. 난 도대체 뭘 한 거지? 내가 머리가 정말 나쁜가? 내가 정말 국사랑 안 맞나? 이런 생각들로 좌절감에 휩싸였다.
암기과목 전문가들이 저지른 한 가지 실수가 있다. 기본이 없는 사람이 요약을 하면 시험문제에 많이 나오는 챕터,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요소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요약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시험과는 무관한 부분을 열심히 읽고 공부하게 된다.
물론 모든 공부는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금인 수험생들에게는 이게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요약집을 만들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학생은 해당 과목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경우다.
3등급 맞는 학생이 스스로 요약집을 만들어서 공부하면 2,1등급으로 갈 수 있지만, 5등급 학생이 스스로 요약집을 만들어서 공부하면 4,3등급으로 가기 어렵다.
학창 시절부터 그 과목을 좋아했고, 잘했고, 전문가가 된 교사들은 대부분 아이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학창 시절에 늘 90-100점만 받아본 교사는 30-40점 받은 학생의 머릿속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해당 과목을 좀 하는 학생은 스스로 요약집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기초가 없는 사람이 직접 요약집을 만드는 것은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멘탈 낭비...
그럼 결국 강사들의 강의를 들으라는 말이냐? 사교육에 의존해야 되는 것이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그 방법도 나쁘지는 않다. 기초가 없는 사람이 혼자 공부하게 되면 흔히 아이들 용어로 ‘삽질’할 확률이 높으니깐.
개인적으로 강의를 들을까 고민을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강의를 들어도 어차피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40일 중에서 기출문제를 풀고 요약집을 만드느라 20일을 허비했다. 그래서 남은 20일 안에 승부를 봐야 했다. (솔직히 이때 한국사능력시험 신청 취소 버튼에 마우스 커서를 잠시 올려놓기도 했었다.)
서점에 가 보니 어떤 책은 시험에 잘 나오는 부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요약된 부분이 있었다. 잘 살펴봐야 하는 게 이렇게 요약된 부분이 없는 책도 있다. 처음에 산 기출문제집은 이 요약된 부분이 없었다.
이 요약된 부분을 3 회독 정도 공부하고 문제를 풀어보니 10문제 중에 5~7개 정도 맞기 시작했다. 역시 전문가들이 요약한 것은 대부분 시험과 직결되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해당 과목에 기본기가 없는 사람은 일단 전문가가 요약한 책으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후에 스스로 요약해보길 권한다. 효율성을 위해서. 정신 건강을 위해서.
둘 째, 요약집 사지 마라. 직접 요약해라. -> 전문가가 요약한 내용을 공부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