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노트를 정리해라?
스포츠 슈퍼스타가 코치로 성공하는 케이스는 별로 없다. 왜 그럴까?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분들이야 기술적으로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그들의 실력은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공감 부족. 공감을 한다는 말은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과 입장, 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타인의 입장과 상황을 공감을 하면 제대로 된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 역으로 공감하지 못하면 효과가 없는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
기본기가 없는 학생의 상태를 정확하게 공감하지 못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많다. (나도 한국사를 공부해보기 전까지 그들 중의 한 명 이었다.) 그래서 앵무새처럼 반복적으로 기출문제를 풀어라, 직접 요약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깊이 반성하고 그동안 나로 인해 고통받았던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또 학생들 중 몇몇은 이런 방법으로 실력이 향상되니 본인의 생각을 의심하기 힘들고 점점 더 확고해지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부법을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맞게 적용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째, 기출문제를 풀어라. -> 예제, 기본 개념 문제를 풀어라.
둘 째, 요약집 사지 마라. 직접 요약해라. -> 전문가가 요약한 내용을 공부해라.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셋 째,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이것도 귀가 닳도록 듣는 말이다. 오답노트를 정리해라. 얼핏 듣기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이것도 잘못된 말이었다. 10문제를 풀었다. 5문제를 맞고 5문제를 틀렸다. 그럼 틀린 5개를 오답노트로 정리해야 하는데 일단 너무 많다.
오답노트를 정리하려면 적어도 10개 중에서 7~8개는 맞아야 한다. 그러면 오답노트를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오답노트를 정리하면서 느낀 가장 큰 단점은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이다. 자꾸 틀린 문제를 들여다보니 공부가 하기 싫어진다. 이건 뭐 개인적인 성격일 수도 있지만..
대신에 정답 노트를 만들어보았다. 맞은 문제를 정확히 맞았는지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객관식 보기 중에서 나머지 4개가 왜 정답이 아닌지 확인했다. 일단 맞은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
이 ‘느낌’이 되게 중요하다. 부정적인 느낌으로 공부하는 것과 긍정적인 느낌으로 공부하는 것의 효율은 굉장히 다르다. 실제 많은 연구로도 증명되었다.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은 평소처럼 바로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전에 웃음을 유발하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결과는 예상보다 흥미로웠다.
한 번 웃고 공부한 학생들의 수업 자세와 학습 참여도가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실제 성적도 다른 반에 비해서 5~10점 정도 올라갔다.
50분 동안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한 수업보다, 10분을 웃겨주고 40분 동안 지식을 전달한 수업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인간은 참 알면 알수록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생명체다.
어쨌든 정답 노트를 정리하면서 ‘내가 맞긴 맞았지만 정확하게 다 알고 맞은 것은 아니다, 아차 하면 틀릴 수도 있었겠다’고 느낀 경우가 많았다.
물론 오답정리도 했다. 그러나 틀린 문제를 전부 다 하는 대신 틀린 문제를 먼저 구별했다. 분명히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틀린 문제, 둘 중에 하나를 엄청 고민하다가 찍은 문제는 오답 정리를 했다. 오답을 정리하면서 ‘아 맞다 맞다 이거였지...’이런 생각이 연거푸 들었다.
반면에 질문조차 이해가 안 되는 문제는 일단 넘겼다. 무엇을 물어보는 지도 이해가 안 되는 문제는 오답정리가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틀린 문제는 전부 오려서 노트에 붙이는 작업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다시 공부하고 다음에 비슷한 문제를 보면 무엇을 묻는지는 알 수 있다. 그리고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고 풀 수 있다. 이렇게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로 정리하는 데 의미가 있다.
정답 노트/ 오답노트 정리에 대한 한 가지 팁을 알려주면, 정리하고자 하는 내용을 빈 노트에 적으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이때 전문가가 요약해 놓은 부분에 본인이 부족한 내용을 하나씩 추가해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보통 전문가가 해 놓은 요약은 핵심어 위주로 되어있다. 여기에 살을 붙여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한 페이지에 해당 파트의 내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것도 공부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그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
이렇게 문제를 풀면서 조금씩 부족한 지식을 메워 나가는 것이다. 암기과목을 공부하는 과정은 수 백개의 퍼즐 조각을 맞춰 나가는 것과 유사하다. 절대로 한 방에 끝낼 수 없다.
셋 째,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 정답 노트를 만들어라.
물론 이 모든 방법은 '역전'을 위한 학생들을 염두해 놓고 한 말이다. 잘 하고 있는 학생은 본인 방법대로 계속 열심히 하면 된다.
끝으로 가르치는 업에 종사하는 분들 중에서 평소에 기출문제를 풀어라, 직접 요약해라, 오답노트를 만들라는 말을 많이 한 분들은 본인이 직접 그 방법을 해보길 권한다. 대신 본인이 잘 하는 과목 말고 못하는 과목으로.
사탐 강사가 위 방법으로 물리를 공부했을 때, 과탐 강사가 위 방법으로 국사를 공부했을 때야 비로소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못 하는 과목이 없는 서울대 출신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슈퍼스타 출신의 스포츠 선수가 명코치가 되는 경우가 드문 것이다.
수능 암기과목 역전 공부법 총정리
첫 째, 기출문제를 풀어라. -> 예제, 기본 개념 문제를 풀어라.
둘 째, 요약집 사지 마라. 직접 요약해라. -> 전문가가 요약한 내용을 공부해라.
셋 째,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 정답 노트를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