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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Sep 14. 2017

67 수능 모평 감독관 후기

나는 니가 수능 시험장에서 할 일을 알고 있다.

  2017년 9월 6일 수요일 전국에서 수능 모의평가 시행되었다. 어쩌다 보니 감독관으로 아이들의 시험 보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감독관을 해보니 준비가 잘 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보였다. 올해 수능을 보러 가는 학생들은 시험에 필요한 것을 꼼꼼하게 준비해서 본인의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감독관 후기를 남긴다.


8시 10분 : 감독관 입실 – 유의사항, 휴대폰 회수

                    

  먼저 8시 10분에 딱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긴장된 얼굴이 보인다. 그런데 그중에 몇 명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잠이 덜 깬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다.


  이런 학생들은 국어시험 보는 중간에 정신이 돌아온다. 평소에 자던 시간에 깨어 있으니 뇌가 적응이 안 되는 것. 지금부터 아니면 늦어도 수능 1달 전부터 수능 시간에 맞게 일어나서 공부할 것을 권장한다.


8시 25분 ~ 8시 40분 국어 답안지 & 문제지 배부

                    

  먼저 답안지를 배부하고 5분 뒤에 국어 문제지를 배부한다. 그런데 문제지를 배부하고 시험 시작시간까지 5분의 시간이 있다. 이 시간에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인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넘기는 척하면서 꼼수로 1문제 정도는 풀 수 있다는 사실! 특히 시간이 부족한 국어, 영어는 이 스킬(?)을 잘 활용하는 학생이 많다.        

            

8시 40분 ~ 10시 : 국어 시험(80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냉난방 시설이 쾌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에어컨 바람이 세게 오는 자리에 앉은 학생은 추워서 꺼달라고 요청. 끄니깐 한 20분 뒤에 다른 학생들이 덥다고 켜달라고 요청. 온도를 조금 올려서 키니깐 에어컨에서 냄새가 났다.ㅠ


  즉 시험장 온도가 나에게 딱 맞는 쾌적한 상황이 아닐 수도 있음을 예상하자. 몇몇 아이들이 더위/추위와 사투하면서 문제를 풀 때, 구석에 한 학생은 평온하게 문제를 풀고 있었다. 이 학생은 반팔 위에 긴팔 남방 그 위에 후드 재킷을 입어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수능을 대비해서 철저하게 준비한 모습이었다.  


10시 ~ 10시 20분 : 휴식 시간(20분)      

              

  쉬는 시간에 아이들국어 잘 하는 아이 옆으로 몰려간다. 그리고 본인이 헷갈렸던 문제를 물어본다. 그리고 탄식이 연이어 터진다. 이번에 아이들이 헷갈렸던 문제 중에 개살구가 있었던 것 같다. 어? 개살구가 아니라고? 이럴 수가... 개살구가 아니라니.. 하하 개살구.. 개살구.. 계속 이러고 있음.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는 쉬는 시간에 극명하게 갈린다. 프로는 쉬는 시간에 국어 시험지를 가방에 넣고 보지 않는다. 대신에 화장실 갔다가 바람 쐬고 정신을 환기시키고 온다. 그리고 침착하게 다음 시험을 준비한다. 얼음물, 휴지 등등..


10시 20분 ~ 10시 30분 : 수학 답안지 및 문제지 배부                    


수학은 머 답안지 줄 때부터 다 찍고 자는 학생도 있다. 남은 시험을 위한 현명한 전략일 수도...


10시 30분 ~ 12시 10분 : 수학 시험(100분)     

               

  수학 시간을 지켜보면 치열한 전투의 현장을 보는 듯하다. 열심히 칼로 싸우는 군사들 주변에 널 부러져 있는 시체들... 수학 시간은 정말 극과 극. 


  한 30분쯤 지나면 세 부류로 나뉜다. 엎드려 있는 아이, 문제를 푸는 아이 그리고 미술을 하는 아이. 다만 안타까웠던 것은 몇몇 학생은 감기, 축농증, 비염 등의 이유로 계속 콧물이 흘렀다. 그런데 이 학생이 휴지가 없었다.


  반면에 콧물이 나는데 휴지가 있던 학생은 여유롭게 휴지로 콧물을 처리해가며 문제를 풀었다. 휴지가 없는 학생은 계속 들이마시고, 옷을 활용했다. 휴지 몇 장에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을 느꼈다. 주머니에 비상 휴지 3장쯤을 챙겨두자.


12시 10분 ~ 1시 : 점심시간(50분)     

               

수학 답 맞추랴 점심 먹으랴 아이들은 바쁘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것이 이 점심시간에 멘탈이 무너지는 아이들이 꽤 많다. 아이들은 삼사오오 모여 점심을 먹으며 국어 수학 문제 얘기를 한다.


  실제 한 아이가 수학 주관식을 찍어 맞혔다면서 자랑을 한다. 수학 주관식 29번 문제 정답 10을 찍어서 맞힌 것. 무려 4점. 확인해보니 그냥 10일 것 같아서 찍었단다... 심지어 이 학생은 28번을 128이라고 썼다. 28번의 정답은 28.


  나는 감독관이니 한 번 웃고 넘어갔지만 몇몇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표정관리가 안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예전 수능 때 주관식 정답이 1, 0, -1이 많이 나왔는데 한 학생이 수학 주관식을 두 개나 찍어 맞혔다. -1 하고 루트 2였나?.. 그때 열심히 풀었지만 답이 틀린 학생은 얼굴이 새카매졌다.


  점심은 혼자서 조용히 먹는 게 가장 좋다. 지나간 시험 얘기는 피하자. 남은 시간에 멘탈이 흔들린다.


1시 ~ 1시 10분 : 영어 답안지 및 시험지 배부  

                  

  영어는 시작 시간 3분 전부터 듣기 평가 안내 방송이 나온다. 방송에서 이제 문제지를 넘기라는 지시와 함께 바로 18번 문제로 가면 듣기 1번 문제를 풀기 전에 잘 하면 18번을 풀 수도 있다.


  보통 독해 문제는 정답에 대한 힌트가 중간이나 후반부에 많이 나온다. 하지만 듣기 1번 방송이 시작하면 미련을 버리고 듣기 문제로 컴백해야 하는데 욕심부리다가 듣기 1번을 틀릴 수 있으니 주의 바람!  


1시 10분 ~ 2시 20분 : 영어 시험 (70분)     

               

  영어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물론 시간을 무한정 줘도 점수가 변동이 없는 학생도 있지만 2-4등급 학생들은 5분만 더 있어도 1등급이 오를 수 있다.


  특히 마킹을 하다가 실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문제도 다 풀었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답안지를 바꾸면 된다. 하지만 한 학생이 1~2분 남기고 마킹하다가 틀렸다고 손을 들었다. 다시 마킹할 시간이 없다. 수정 테이프가 없단다. 역시 준비성이 중요하다. 


  그날은 다른 사람의 수정 테이프를 빌려 줬지만 실제 수능에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반드시 수정테이프를 준비하자. 그런데 수정 테이프가 떨어져서 오답처리되면 본인 책임이라는 사실도 알아두자.


2시 20분 ~ 2시 40분 : 휴식 시간(20분)                    


  이제 영어까지 보면 아이들은 긴장이 살짝? 풀린다. 그리고 바로 이럴 때 사건이 터진다. 자동차 사고가 가장 많이 날 때가 운전 경력 1~2년 사이다. 한 학생이 화장실에다 지갑을 두고 왔는데 다시 가 보니 사라졌단다. 이 학생은 쉬는 시간에 카드 정지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본인 소지품은 잘 챙기자.


2시 40분 ~ 2시 50분 : 한국사 답안지 및 시험지 배부 

                   

  학생들 중에서 귀에 이어 플러그를 꼽고 시험 보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그렇게 조용한 환경에서 공부했겠지만 현장은 어느 정도의 소음이 발생한다. 기침, 발 구르는 소리, 탄식, 중얼거리는 소리 등등...


  그리고 이어 플러그를 꼽고 있어서 전달사항을 예민하게 캐치하지 못한다. 목소리가 작은 감독관의 말은 안 들린다.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다. 시험장이 아주 조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고 약간의 소음이 있어도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학습관을 만들자.


2시 50분 ~ 4시 32분 : 한국사 및 탐구과목 시험(30분 + 62분)                    


  자포자기한 얼굴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문제를 푸는 경우가 있다. 이미 국영수를 망쳤으니 탐구는 잘 봐서 머 하겠느냐는 표정이다. 그런데 사람 인생은 마지막까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길... 


  어떤 학생은 수학이 제일 자신 있는 과목이었는데 6월에 80점 9월에 50점이란다. 수학만 믿고 있다 대입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른 학생은 국어가 제일 자신 있는 과목이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자살하겠다고 생난리를 피웠다. 국어 샘이 와서 (농담조로) 옥상에 문 열려 있다고 말하니깐 갑자기 고분고분해졌다. 


  요지는 의외로 평소에 꼴도 보기 싫었던 과목인데 그 덕분에 대학에 합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포기란 없다. 이제 와서 포기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것. 다들 마지막까지 파이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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