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멘탈
수능이 50일 채 안 남았다. 마라톤으로 비유하면 레이스의 마지막 구간이다. 지금까지 잘 뛰어왔지만 여기서 발을 잘못 헛디디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만 큼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 쯤이면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얽혀 있을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어쨌든 빨리 끝나서 공부에서 해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초조하고 불안한 아이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럼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 째는 계획이다. 여기서 말하는 계획은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라는 것이 아니라. 9월 모의고사를 보고 생각했던 계획을 바꾸지 말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보통 100% 완벽한 계획을 추구하는데 사실 우리네 삶에서 그런 계획은 없다. 모든 계획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 뿐이다.
최악의 경우는 수능 전날까지 매주 계획만 다시 정하는 것이다. 계획을 정했으면 실천을 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실천했어도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계속 고민하고 계획을 변경하는 것보다는 더 낫다.
어떤 계획이라도 한 달 정도는 꾸준하게 해야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만약에 9월 모의고사를 보고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면 지금 정해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막연하게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집중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과녁이 있어야 집중해서 활을 쏠 수 있는 것처럼, 목표가 있어야 마음이 응집된다.
혹시 도저히 계획을 정할 수가 없다면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공부해야만 뭔가를 배웠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배웠던 것을 다시 한번 보는 것도 이해가 깊어지는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D-50일 정도 되면 그동안 안 봤던, 또는 봤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공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5년 동안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50일 안에 이해할 확률은 희박하다. 그보다는 확실히 맞아야 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풀었던 문제들 중에서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가는 문제보다는 아리송했던 문제들을 다시 한번 풀면서 개념과 공식을 정리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수능 D-50 시점에서 중요한 것 두 번째는 멘탈 관리다. 불안, 걱정, 좌절, 기대 등의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꽉 차 있다면 책상에 앉아 있어도 학습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때 흔들리는 멘탈을 스스로 부여잡을 정도의 역량이 되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런 중요한 시험이 처음이라 멘탈이 무너진다. 인간은 멘탈이 무너지면 끝이다.
이럴 때 주변 어른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은 없다. 먼저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자. 무슨 걱정과 고민이 있는지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뻔한 얘기일 수도 있고 조금 특별할 수도 있다. 듣고 공감해주자.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다음과 같다.
"제가 수능에서 수학 3등급을 맞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야, 공부나 열심히 하고 그런 소리를 해라! 맨날 펑펑 놀면서 무슨 3등 급이냐!"
이렇게 반응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은 아이들은 감정이 상해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러면 어른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공부도 안 할 거였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방해는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얘기를 잘 들어주다 보면 아이들은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는데요... 공부가 잘 안 됩니다."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이야 인지상정 아닌가? 별로 색다른 일도 아니다. 이럴 때 꾸중이나 비난하는 어투로 말하지 말고 현재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자. 국어는 5등급에서 꿈쩍도 안 하고, 영어는 3~4등급 왔다 갔다 하고, 수학은 차마 말하기 힘든 등급이고, 탐구는 이제 한참 공부 중이라고 해보자.
이러면 남은 기간 동안에 영어와 탐구를 주력으로 공부하고 국어는 서브로 받쳐주면 나쁘지 않다. 사실 아이들도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다만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서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것만으로 스스로 생각이 정리가 되는 효과가 있다. 즉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들도 속이 터지고 답답할 때 친구를 불러서 본인의 얘기를 하지 않는가?
아이들도 본인의 생각을 두서없이 말하면서 뭐가 중요하고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정리가 된다. 그리고 아이에게 하루에 공부할 시간표를 짜라고 해보면 대략 영어 4시간, 탐구 4시간, 국어 2시간 정도가 나온다. 시간표를 보고 남은 50일 동안에 이렇게 공부하면 네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면 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매우 많은 변수로 인해서 예측할 수 없다. 문제 난이도, 파트별 문제 비율, 당일 컨디션, 새로운 문제의 유형, 그날의 운 등으로 결과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러니 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걱정하는 시간에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