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와 수능은 다르다.
2017년 9월 6일 수능 모의고사가 있었다.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수능을 보기 전 마지막으로 본인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10월 17일 교육청 모의고사가 한 번 더 남아 있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안 보는 학생도 있고 (시험을 보고 나면 멘붕이 와서 며칠간 공부를 못하는 학생의 경우) 문제를 내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수능은 평가원, 10월 시험은 교육청) 정확한 평가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시험이 끝나고 재수를 하고 있는 민서는 영어 시험지를 들고 내게 왔다. 어떻게 하면 본인이 1등급을 맞을 수 있냐고 물었다. 이번에 9월 모의고사는 81점 나왔단다. 2등급이니 1등급을 바라는 것이 본인에게는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틀린 문제를 보니 기본적인 문제를 세 개나 틀렸다. 그런데 의외로 어려운 문제는 맞힌 게 몇 개 있었다. 물어보니 솔직히 '찍어 맞혔다'라고 고백했다. 모의고사에서 찍어 맞힌 문제만큼 수능에서도 운이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이 상황에서 엄밀히 말하면 이 학생의 실력은 2등급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늘 제기되는 문제지만, 모의고사의 연계율과 수능의 연계율이 이론적으로는 같지만 체감상 전혀 다르다.
모의고사는 EBS를 공부하면 실제로 점수가 가파르게 상승한다. 반면에 수능에서는 '이게 연계가 된 건가? 아닌가?' 강사들도 헷갈린다. 그러니 아이들은 연계가 된 것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것까지 감안하면 민서는 수능에서 81점 받기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수능까지 약 70일 정도 남았는데 하루에 영어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최대 1시간 이하라는 것이다.
민서는 수능에서 과연 몇 등급을 받아올까? 이 상태로 가면 3등급이 유력하다. 운이 좋아야 2등급을 기대할 수 있다. 1등급은 희박하다. 그러니 일단 본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은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국민들과 축구 관계자들 심지어 선수들까지 반발했다. 무슨 소리냐. 우린 유럽 선수들에 비해서 체력은 좋은데 기술이 부족하다.
2002 월드컵의 결과는 다들 알 것이다. 그만큼 스스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민서에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게 본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시키려고 설명했다.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어려운 3점짜리 빈칸 문제를 풀겠다고 남은 기간을 허비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어찌어찌해서 3점짜리 빈칸을 맞혔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문제들이 결국 발목을 잡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경우 솔루션은 남은 시간을 2등분 하는 것이다. 일단 10월 17일 모의고사까지 part 1. 그리고 이후 수능까지 part 2.
part 1. 은 다시 한번 기본적인 문제들을 마스터하는 것이다. 틀리면 안 되는 기본적인 유형들 예컨대, 주제, 목적, 요지, 주장, 제목, 심경, 일치, 실용문, 도표, 대명사 등의 유형들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부를 조금 하는 학생들에게 다시 기본적인 공부를 시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내가 이걸 왜 하냐는 것이다. 다 할 줄 아는데. 그래도 참고해야 한다. 기본은 아무리 반복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도 2002년 월드컵 당시 국가대표 팀을 데리고 헬스장에서 웨이트 훈련을 하고 운동장을 뛰게 한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후 한국 선수들이 90분 동안 유럽 선수들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히딩크 감독의 의도를 납득했다.
part 2. 는 위의 기본적인 유형들에 대해서 정말 실력이 탄탄해져서 여간해서 틀리지 않는다면, 수능까지 어법, 빈칸, 순서 배열, 문장 넣기, 요약, 장문 독해 등의 유형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물론 part 1. 과 part 2. 의 과정을 병행해도 나쁘지 않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만 쉬운 문제도 틀리는데 어려운 문제를 공부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
그동안 고생한 전국에 있는 많은 수험생들이 모쪼록 본인이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거두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