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올 때 듣는 노래들

by 홍준오

눈은 칙칙한 주변 풍경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등산복을 입은 40대 아주머니도, 낭만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검게 그을린 피부의 60대 아저씨도 오랜만에 내린 눈을 멍하니 바라본다.


눈 내리는 날 연인과 시간을 보내는 게 내 버킷리스트다. 하얗게 뒤덮인 세상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덩이를 던지기도 하며 둘만 아는 추억을 만든다. 손과 발이 냉기에 덮여 따가워져 올 때면 편의점에 가 따뜻한 컵라면을 먹으며 몸을 녹인다.


첫눈을 본 날에는 눈과 어울리는 노래를 꼭 들어줘야 한다. 1년 중 며칠 안 되는 날이기에 적절한 배경음악이 함께한다면 행복한 날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의미로 내가 요즘 자주 듣는 노래들을 소개하려 한다.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 무미한 기분에 화색이 돌 때가 있는데 이어서 소개할 곡들이 그렇다.


1. 화이트(White)-핑클

겨울 노래의 정석이다. 전주에 깔리는 캐럴풍의 연주와 옛날 노래의 느린 템포가 천천히 내리는 눈으로 인해 시간이 느려진 것 같은 겨울의 풍경과 정확히 들어맞는다.


2. 스키장에서-터보

화이트가 눈 내린 저녁에 어울리는 노래라면 이 곡은 눈이 그친 다음날 아침에 들으면 좋다. 다른 부분은 선호하지 않지만 후렴 부분이 좋다. 두 번째 후렴에서는 반주가 바뀌는데 흥이 마구 올라온다(춤을 추고 싶어지는 흥과는 다른, 가슴 아래에서 벅차오르는 느낌이 드는 흥이다).


3. Christmas Song-back number

앞선 두 노래의 소개를 통해 엿볼 수 있듯 난 곡의 가사보다는 소리에 매력을 느낀다. 가사가 와닿지 않아도 괜찮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도 소개하고 싶다. 일본 노래여서 가사는 모르지만 가수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캐럴풍 반주가 너무 잘 어울린다. 기교가 뛰어난 곡이 아니기에 사랑에 빠진 소년이 투박하게 마음을 고백하는 느낌이라 좋다(가수가 노래를 엄청 잘해서 경이로운 곡보다 이런 류의 노래를 선호한다).


4. Blue Christmas-김동률

같은 앨범의 유명한 곡인 취중진담보다 이 노래를 더 많이 듣는다. 이 노래에 꽂혀 CD플레이어를 구매하고 앨범을 사서 듣기도 했다. 이 노래는 요즘 노래와는 달리 가수의 목소리가 작다. 제목처럼 가사도 우울하고 김동률의 다른 곡과는 달리 부르는 방식도 어눌하다. 그게 이 곡의 매력이다. 눈이 쌓이듯 잔잔하게 쌓이는 여러 겹의 악기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가 함께하면 크리스마스 무렵, 왠지 모를 허무함을 묵묵히 함께 해주는 노래가 된다.


노래 취향이 특이해서 글을 읽는 당신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으나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들을 수 있는 보물 같은 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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