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연말결산(푸바오 이야기 후기)

by 홍준오

2024년은 내게 의미가 크다. 올 것 같지 않던 전역을 맞은 해이자, 브런치스토리 작가 입성이라는 큰 성과(내게는 정말 기쁜 일이었다)를 낸 해이기도 하다. 입대 후 시작한 운동을 지금까지 꾸준히 하는 것도 큰 발전이었다.


난 끈기가 없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쉽게 불타오르는 대신 작은 입김에도 꺼지는 촛불 같다. 그런 내게 이런 결과는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물렁이고 볼록 튀어나왔던 이곳저곳의 군살들이 탄탄해져 보기 좋아졌다(객관적으로 좋은 몸은 아니지만 난 꽤 만족한다).


글쓰기도 조금 하다가 금방 관둘 것 같았지만 네이버 블로그에서 시작해 어느덧 브런치스토리의 '정식 작가'(자랑하고 싶어서 내 인스타그램에 브런치스토리 링크를 걸어 놓았다)가 되었다.


소설 한 편을 끝까지 연재하자는 내 목표도 지켰다. 푸바오 이야기는 글을 쓰는 시점으로 마지막 편 작성이 끝나고 예약 발행을 마쳤다. 결말부로 갈수록 게을러져 촉박한 시간에 급하게 쓴 감이 있지만 어찌어찌 완결까지 다다른 내가 참 자랑스럽다.


푸바오 이야기는 관련 주제가 인기였던 당시, 블로그에 쓴 글로 시작된다. 에버랜드의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날 때 라이브 방송이 송출되었다. 현장의 곡소리와 절규는 장례식장을 방불케 했다. 동물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이렇게까지 슬플 일인가'하는 작은 놀라움이 일었다.


아니나 다를까 SNS에서도 그저 동물 한 마리가 중국으로 떠나는 것뿐인데 지나치게 유난 떤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또한 관련 인터뷰 중 푸바오와의 이별에 눈물을 흘리는 인터뷰이의 모습을 긁어 와 인신공격을 해댔다. 나 또한 슬퍼하는 이들에 놀라긴 했으나 그들의 반응은 지나쳤다. 내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은 '유난 떠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군가는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에이스의 죽음에 슬퍼했으며, 영화 신과 함께의 슬픈 장면에 눈물을 흘렸고,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가족처럼 여긴다. 이들의 '유난'도 내게는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나 또한 누군가에겐 하찮은 존재에 지나친 애착을 느끼고, 이별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유난쟁이'였기에 개의치 않았다. 내겐 그 멍청한 판다가 원피스의 에이스처럼, 신과 함께의 슬픈 장면처럼, 누군가의 소중한 강아지처럼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소위 '이성적인 사람들'을 꼬집고자 푸바오에 대한 짧은 글을 썼다.


브런치스토리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블로그의 글을 조금씩 고쳐 브런치로 옮겨 왔는데, 푸바오에 관한 글을 조금 더 자세히 쓰고 싶었다. 이에 평소 쓰고 싶었던내 자전적인 이야기에 대한 단편에 푸바오라는 소재를넣어 글을 썼다.


글을 쓰는 동안 참 재밌었다. 글의 주인공 영철은 나를 닮았다. 타인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미련함, 작은 자극에도 쉽게 짜증 내는 예민함, 그러나 누군가에게 소리 내어 말하지는 못하는 찌질함까지.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극대화해서 삶의 애로사항을 주절거리는 게 글의 주된 내용이었다. 평소 내 성격과 삶에 불만이 많았기에 글은 쉽게 써졌고, 영철의 모습을 비추어 나를 바라보며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내용을 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받을까 걱정했다. 글에서 도축일의 파장에 대해 걱정하는 영철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글의 영철은 현실의 나보다 조금 더 소심하고 피해의식에 쩌든 찌질한 어른이다. 혹시라도 글을 보고 내 이야기 아니야? 하는 분들은 당신들을 겨냥하는 이야기가 아님을, 미워했던 것도, 미워할 것도 아님을 알아주길 바란다. 당신들의 이야기는 그저 소재였을 뿐이다.


푸바오 이야기의 완결을 향하는 동안 고정적으로 하트를 눌러준 몇몇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그저 모든 사람들의 글에 하트를 누르는 하트 폭격기인지, 내 글이 정말 좋아서 모든 에피소드를 다 읽은 애독자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클릭 한 번이 이 글을 완성시켰다. 어느 쪽이든 좋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하고 싶다.


2025년 내 목표는 크지 않다. 그저 글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쓰고 있었으면 한다. 또 하나의 목표는 푸바오 이야기처럼 한 시간 만에 써버리는 즉흥적인 단편이 아닌 짜임새 있는 장편 글을 완성하고 싶다.


새해 목표가 거창하면 이루지 못한 내가 싫어진다. 목표를 작게 잡고 초과달성하는 게 더 좋다. 다가오는 2025년은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불태우며, 적당히 슬퍼하고, 적당히 좌절하는, 동시에 적당히 웃고, 적당히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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