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사랑 3
2년은 결코 길지 않았다. 나약해질까 겁냈던 너지만 마지막까지도 의연했다. 구멍이 뚜렷이 보이는 그 거대한 주삿바늘(난 빨대라고 부른다)이 네 살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갈 때도, 항암치료로 수척해진 팔다리와 예의상 몇 가닥 붙어 있는 머리카락이 전부인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볼 때도, 눈물보다 웃음을 택했다.
내가 대머리면 이런 모습이구나. 웃기게도 생겼네 하하..
네 말에 웃긴 구석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슬프지도 않았다. 끔찍한 상황에 조금이나마 숨 쉴 구멍을 찾으려 하는 몸부림이었다. 너의 눈에 고인 작은 구슬은 천장등 빛에 반사되어 빛을 내고 있었다.
주삿바늘이 꽂혀 있는 앙상한 손을 포개며 첫 만남 때 내 아픔을 들은 네가 남겼던 따뜻한 눈빛(날 반하게 한 그 눈빛)을 고스란히 다시 전해주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한부를 극복하고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인터넷의 여러 사람들을 보며 너의 죽음을 부정했다. 그러나 기적은 없었다. 네 몸 안의 종양은 이곳저곳으로 전이되어 손 쓸 수 없는 거대한 적이 됐다. 호스피스에 들어간 넌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감았다.
넌 마지막까지도 날 저주하지 않았다. 어쩌면 매번 너와의 만남 전에 피운 담배 한 개비가 고스란이 밴 내 옷이, 널 아프게 했을지도 모른다. 너와의 싸움에서 바짓가랑이를 질질 물며 어떻게든 이기려고 한 내가 준 스트레스가 네 병을 키웠을지도 모른다. 부대찌개를 좋아하는 나를 배려해 자주 먹었던 탓에 너무도 많은 가공식품을 섭취한 게 암을 유발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네 암이었을지도 모른다.
넌 내게 일상이었다. 자주 가던 음식점이었고, 관심사였으며, 개그맨이었고, 최고의 방청객이었다. 내 최대의 적이었으며 가장 든든한 아군이었다. 가장 즐겨 듣는 팟캐스트였다. 제일 친한 친구였다. 평생의 가르침을 준 선생님이었다.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다.
넌 죽었지만 살아있다. 평생을 너만 사랑하며 홀로 살아가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내 옆에 있어도 넌 악착같이 주변을 맴돌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부대찌개에 네가 있다. 둘이 걷던 한강에 네가 있다. 너와 놀러가던 서울에 네가 있다. 나와 함께 살던 이 나라에 네가 있다. 넌 어디에나 있다.
넌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이다.
너와의 사랑은 특별한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