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사진이 아니다

by 홍준오

사진은 영원하지만 꺼내보지 않으면 금방 어디론가 사라진다. 영원히 존재하지만 영원히 볼 수 없다.

그러니 남는 건 사진이 아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오랫동안 담고 싶었던 그 때는 차곡차곡 쌓여 마음 어딘가에 남는다.

사라질 것 같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긴 겨울에 시달리면 봄이라는 따스한 나날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나 언젠가는 온다. 언젠가는 화사한 벚꽃이 탁한 겨울 하늘을 덮는다. 소중한 기억이 그렇다.


가슴이 아린 찬 바람을 견디다 못해 쓰러질 것 같은 어느 날이면 향긋하고 샛노란 빛을 띤 봄바람이 불어온다. 소중한 기억이 그렇다.


차갑고 매서운 세상살이에 지칠 때쯤이면, 아름다웠던 그 장소와, 함께 있던 너, 행복한 나의 모습이 코를 간질이며 불어온다.


기억은 점차 바래져 흉한 모습은 흐려지고 아름다운 것은 시간과 함께 나름의 멋을 찾는다.


남는 건 사진이 아니다. 남는 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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