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지에 그려진 사랑
비엔나에서 산책을 하고 집으로 들어온 공현수는 부재중 통화가 와 있었고, 핸드폰에 윤서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아빠, 저 윤석애요. 지난번 비엔나에서 교통사고 당하신 후, 몸은 좀 어떠신지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알려드릴 게 있어서 문자 보내드려요. 지혜 엄마가 이번에 한국대학교 음악대학의 신임 교수로 임용되었다고 하세요. 실은 어제 식사 초대를 받아서 지수와 혜성이가 살고 있는 지혜 엄마집에 놀러 갔었어요. 혜성이는 곧 한국에서 차지훈 아저씨 아들인 동민이와 같이 미술 전시회를 하기로 했고요, 아빠 건강하세요. 윤서..."
현수는 딸 윤서의 문자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기쁘고 좋았다. 그것은 모든 것이 다시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만남에서 지혜가 편치 못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교수로도 임용이 되었고 쌍둥이들이 하나둘씩 멋지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연락으로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수는 윤서와 민호, 석제에게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그리고 서울에 한 식당에 모였다.
모두 모였을 때, 지수가 한 가지 제안을 한 것이다. 지수가 말했다. "우리 '카프리스'가 깜짝 놀라는 이벤트를 하나 준비하면 어떨까? 그것도 무료로...", 민호가 말했다. "선배, 무료요? 그래도 우리 지금 가장 잘 나가는 한국의 크로스오버 밴드 '카프리스'인데...?", 윤서가 말했다. "민호야, 일단 지수언니 얘기 들어보자..."
지수가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쌍둥이 동생 혜성이가 곧 미술전시회를 한국대학교 미술전시장 제2전시관에서 진행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우리가 멋지게 오프닝 연주를 해주면 어떨까 해서...", 석제도 말했다. "아, 그런데 지수선배... 저희 때문에 괜히 사람들 많이 모이고 연주에만 집중해서 작품 관람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아닐까요?", 지수가 대답했다. "많이 모이면 좋기는 한데, 방해가 되면 안 되겠지?"
윤서가 말했다. "그러면, 저희가 일반 관객처럼 악기만 들고 갔다가, 거기에서 조용히 연주를 하고 인사하면 그래도 관객들이 계속 전시장에서 있지 않을까요?", 지수가 대답했다. "그러네, 그거 좋은 생각인데?"
그렇게 모두가 조용히 관객처럼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하는 것처럼 하다가 시간이 되면 전시장 중앙에서 클래식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연주할 곡도 정했다. 모처럼 모여서 식사도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지수가 돌아오는 길에 동민의 아빠인 차지훈 아저씨에게도 곧 있을 전시회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수는 혜성이한테 전화를 했다. "혜성아, 난데. 엊그제 얘기했던 너희 미술전시회 일정이 잡혔어?", 혜성이가 말했다. "응. 그렇지 않아도 오늘 오전에 미술대학교 학예 연구실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5월 27일부터 6월 7일까지라고 하더라고...", 지수는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지수는 좀 전에 헤어졌던 '카프리스' 멤버들에게 단체로 문자를 보냈다. "혜성이 미술전시회가 5월 27일부터라고 하니까, 오프닝 이벤트 연주는 5.27일 오후에 하는 것으로 알고 미리 스케줄에 반영해 줘, 알았지?"
다른 멤버들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답장을 보내왔다.
윤서는 문자를 받고 곧바로 아빠인 공현수에게 문자로 미술전시회 일정이 잡혔고, 그날 오프닝 연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지수는 차지훈에게 비슷한 문자를 보낸 것이다.
전시회 시작일까지는 이제 열흘 정도가 남아 있었다.
혜성이는 동민이와 태성이 이렇게 셋의 모임을 갖고 필요한 작품 수량을 확인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10명 정도가 진행하는 전시로 계획하였다가 작품 준비에 대한 부담이 되어서 한국대학교 회화과 1학년, 2학년 재학 중에 있는 학생들 중 5명이 최종확정이 되었고 5인 전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다섯 명이 시작한 모임이름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쿠아페'이다. 즉, '한국대학교 미술회화전'을 영문으로 KUAPE(Korean University Arts Painting Exhibition)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미술 전시회의 제목을 뭘로 정할까 고민하던 중에, 혜성이를 비롯하여 태성이, 동민이 그리고 다른 두 명이 서로의 작품들을 검토하다가 혜성이가 음악적인 표현을 반영해서 그렸던 '오선지에 그려진 사랑'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즉, 제1회 쿠아페 미술전시회 '오선지에 그려진 사랑'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렇게 미술전시회에 필요한 참가자와 작품, 그리고 주제와 제목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혜성이와 참가자들은 남은 기간 동안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 작업실에서 그림 그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이제 전시회 시작까지 일주일이 남았다.
지수의 문자를 받은 차지훈은 클라라에게 연락을 했다. "대표님, 지난번 베를린 대학교에 방문했을 때, 알려드렸던 한국 미술전시회 일정이 5월 27일부터 시작한다고 지수 씨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클라라는 대답했다. "그래요? 그러면 학생들이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겠는데, 독일에서 선물을 준비하여 늦지 않게 비행기를 예약해서 들어가 보도록 하시죠, 이건은 회사와 무관하게 해야 하는 것이니, 비용은 제가 지불할 예정입니다. 비행항공권과 한국에서 머물게 될 호텔까지 Jason(지훈)씨가 알아봐 주기 바랍니다."
지훈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같은 시각에 비엔나에서 머물고 있던 현수는 5월 27일 전시회 오픈행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항공사에 연락을 했다. "안녕하세요, 한빛항공 예약담당자입니다.", 현수가 말했다. "네, 제 이름은 공현수입니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5월 26일 한국도착으로 비행좌석 알아봐 주십시오." 그렇게 해서 좌석예매를 했다.
차지훈이 예약한 항공사와 같은 날짜에 좌석 예약이 된 것이다.
지수와 윤서는 지훈과 현수가 한국에 온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지혜는 오랜만에 한국대학교 교학처를 찾아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 연락을 받았던 신임 교수발령받은 윤지혜입니다.", 교직원이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교수님... 여기 필요한 서류에 작성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총장님이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되시는데, 좀 있다가 총장실에서 뵙고 가셨으면 합니다.", 지혜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나왔다.
20분 정도 후에 총장실에서 연락이 왔고, 지혜는 총장실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지혜는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된 한성실 한국대학교 총장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총장님..."
한성실이 말했다. "네, 윤지혜 교수님... 이제 호칭을 붙들리는 게 맞을 것 같아서요...", 지혜가 대답했다. "아, 감사합니다.", 한성실은 말했다. "지난번 따님이 비엔나에서 연주회를 하면서 저희 학교에서도 난리가 났어요,... 스타가 배출되었다고 하면서... 암튼 윤 교수님, 따님 연주회에 대해서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한성실은 이어서 말했다. "아마 저희 교직원 통해서 들으셔서 알겠지만, 신임교수 특혜로 비엔나 1개월 코스를 다녀오셔야 하는데, 일정은 6월 내에서 정하시면 됩니다. 제가 그렇게 결재는 해 놓을 것이고요.", "그리고 한국에 들어오시면 곧바로 2학기 수업을 위해서 교직원과 상의하시어 수업 교과목과 일정을 편성하셔서 알려 주시면 됩니다.", 지혜는 한성실에게 그렇게 진행하겠다고 대답하고 총장실에서 나왔다.
다행히도 혜성이의 미술전시회 시작일정에는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지혜는 다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수가 엄마가 집으로 들어오자 말했다. "엄마, 혹시 학교에 갔다 오시는 길이죠?, 지난번 저희 스튜디오 영에서 성과급으로 준 돈으로 엄마 차 한 대 구입하셔서 운전하고 다니면 좋겠어요. 이제 교수님인데, 버스와 지하철 타고 다니기 힘드실 것 같아서..."
지혜는 지수에게 말했다. "지수 씨, 지금도 불편하지 않아요. 그러니 괜한 곳에 돈을 쓸 필요 없답니다."
지수는 엄마가 한 말이 옳다고 생각하여 더 이상 차 구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고 벌써 혜성이와 동민이가 참가하는 미술전시회 D-1이 되었다.
차지훈과 강지현(Clara), 그리고 공현수 이렇게 셋은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것이다. 같은 항공편으로 들어온 셋은 곧바로 호텔로 이동했다. 차지훈이 한국에 친한 지인에게 부탁을 해서 차량이 준비되어 있던 것이다.
클라라와 공현수가 뒷자리에 앉고 차지훈은 조수석에 앉았다. 차지훈이 말했다. "현수 씨, 이렇게 같은 비행 편으로 들어오니, 편하시죠?", 현수가 대답했다. "그러게요, 저도 같은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차량도 준비를 해 놓으시고 감사할 뿐이네요."
클라라는 말했다. "인연이란 것을 이럴 때 말하는가 봅니다.", "20년 전에 비즈니스 건으로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두 분과 함께 다시 한국을 찾아오게 되네요."
현수도 말했다. "저도 20년 전에 저의 첫사랑이었던 여인과 함께 한국에 들어오려고 했다가 입국 거절이 되어서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다시 돌아간 경험이 있습니다.", "그 후에 입국 거절에 대한 소송절차를 통해 모든 것을 다시 해결해 놓았지만,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꺼려졌어요."
클라라가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두 분이 모두 저처럼 현재 국적이 한국이 아닌 것 같던데, 맞나요?" 현수와 지훈이 말했다. "네, 대표님이 알고 있으신 대로 저희는 한국인이 아닌 상태입니다.", "제 아들인 동민이가 한국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외국인 전형으로 들어갔다고 아들 친구인 혜성이가 말하더군요."
그렇게 셋은 차 안에서 얘기하는 동안 서울 삼성동 라벨라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나서 셋은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같은 시간에 혜성이와 동민이는 학생들과 전시용 작품들을 전시장에 설치하고 있었다. 각자의 작품에 높이를 일정하게 맞춘 뒤에 전동 드릴을 사용하여 나사못을 박고 있었다. 그리고 작품이 기울어지지 않게 걸었다.
사다리를 준비하였고 조명을 모두 맞춘 것이다. 이제 도착한 전시 팸플릿을 전시장 입구 테이블 위에 놓았고 전시장 외부에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현수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1회 쿠아페 미술전시회 <오선지에 그려진 사랑>"
모든 작품이 설치되었을 때에 회화과 교수님 두 분이 미리 방문하여 학생들의 작품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교수님 한분이 말했다. "혜성학생, 이번 전시의 제목이 '오선지에 그려진 사랑'이라고 되어 있던데요,... 혹시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네 제 메인 그림 작품이 바로 <오선지에 그려진 사랑>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있었다.
모든 작품설치와 준비가 끝나고 혜성이와 쿠아페 인원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밤은 달이 유난히 밝았다.
다음 날...
연재소설 "제95화, 최종회"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