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화복(生死禍福)
주병철은 집에 돌아와서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고 있었다.
"명태와 길상이가 말했던 것이 맞다면, 마을사람들 중에 양조장집 딸이 일본군에게 사살되었던 것이고,... 일본군들은 의적들에게 사살되었다? 정말 홍길동이가 있다는 건가?. 그리고 국밥집 사내들이 말한 고태식이 경기도에 친구를 찾으러 갔다는 것인데... 그런데 둘이 모두 왜 하필이면 경기도라는 것이지?. 아니 도대체 경기도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난 것이야?. 아이... 궁금해서 답답해 죽겠네..."
주병철은 옆 마을에 있는 일본 치안부로 가보기로 했다.
치안부 건물에 도착했을 때에 야마모또 경부보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야마모또가 걸어오는 주병철을 보고 말했다. "어이! 어쩐 일로?", 주병철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순사 나으리...", 야마모또가 말했다. "순사 나으리는 또 뭐야? 그냥 순사님... 이렇게 불러봐!"
주병철이 다시 대답했다. "네, 순사님... 제가 너무 궁금하고 답답해서 이렇게 순사님을 찾아뵙기 위해서 왔다는 것 아닙니까?", 야마모또가 말했다. "뭔데? 뭐가 그렇게 궁금하고 답답한 건데? 말해봐."
주병철이 말했다. "제가 오전에 저잣거리에 들렸다가 뭔가 좀 확인해 볼 얘기를 들어서요.", "저기 저 경기도 지역에서 마을 주민들이 사살되었다고 하면서 또 한편으로 그때 일본군들이 의적들에게 사살되었다고 하던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요. 일본군이면 최고의 무기를 갖고 있으신 병사들 아닌가요?"
야마모또가 말했다. "이 사람 말하는 것이 참 독특하네... 일본군 최고의 무기라... 뭐 지금 우리가 조선 땅을 전부 장악해서 저 왕이라는 놈도 우리 천왕의 발바닥에 있으니, 우리가 최고가 맞지...", "경기도에서 있었던 사건들은 다 소문이야. 일본군이 사격 연습을 하는데, 마을 주민이 지나가다가 피하지 못하고 맞아서 죽었다고 하더군,. 의적? 그런 게 지금 어디 있나? 저잣거리에 있는 인간들 모두 남의 소문을 듣고 퍼트리는 것이야"
주병철이 대답했다. "그렇죠? 아니 일본군의 무기가 최고인데,...", "순사님, 여기서 경기도라는 곳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야마모또가 대답했다. "음... 걸어서? 꽤 될 텐데... 왜?? 경기도에 가보려고?"
주병철이 말했다. "네, 뭐 제가 찾던 친구 놈과 이름이 비슷한 것 같은데, 경기도에 있나 해서 가보려고요"
야마모또가 말했다. "이 사람... 참 답답하군. 경기도가 그쪽 손바닥에 있나? 여기만큼 땅 떵이가 커서 사람 찾기 쉽지 않을 거야.", "그나저나 이번에 우리 치안부로 들어와... 나와 같이 일해보자고... 그러다 보면 경기도도 가보게 될 것이고. 경성에도 가볼 수 있을 거야...", 주병철이 놀라면서 말했다. "경성이요? 정말요? 우와."
주병철은 야마모또의 말에 끌렸다. 그리고 대답했다. "순사님. 저 당장 치안부에 들어갈게요..."
야마모또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저분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을 지금까지 맡아왔는데, 순박해 보이고 세상 물정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이, 병철이라는 녀석에게 다 떠 넘겨야 하겠다고...
야마모또가 대답했다. "그래. 좋~아. 내가 가나하라 경부에게 잘 말씀드려 볼게..."
주병철은 말했다. "네, 순사님! 너무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 해보겠습니다!"
그 시각 경기도에 내려와서 양조검사소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박무열은 백호의 말이 생각났다.
- 혹시 우리와 같이 일해 볼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황금성씨에게 알려주세요 -
박무열은 건물로 들어오는 황금성을 만나서 말을 했다. "계장님, 지난번 저와 얘기했던 백호라는 사람을 한 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 황금성이 말했다. "아, 백호 씨?... 어렵지 않죠.", "지금 그분을 만나려면 여기서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 교회에 가보면 됩니다. 그분들이 언제 또 옮겨갈지 모르니, 서두르는 게 좋을거애요"
박무열은 황금성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한 뒤에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
박무열이 양조검사소에서 시작한 일은 자신의 여동생인 故박현주 양이해왔던 일을 배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모든 게 어색하고 낯설었다.
저녁이 되었을 때, 양조검사소에서 나온 박무열은 마침 검사소에서 나오던 고태식을 만났다.
"고태식 씨, 일은 좀 할만하던가요?", 고태식은 말했다. "아뇨, 이거 여기에서 하는 일이 뭐 이리도 복잡한 것인지, 차라리 힘쓰는 일이면 단순하고 편할 것 같은데 말이죠..."
박무열이 말했다. "그럼, 일단 오늘은 여기를 나왔으니, 창고에 있던 짐은 그대로 놔두고 나와 함께 어디 좀 갑시다." 그렇게 둘은 걸어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들꽃열매교회로 갔다.
그 시각 백호와 석재는 교회 안에 있는 짐들을 깨끗이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수와 춘길은 교회 근처에 있는 낡은 건물들을 돌아다니다가 무언가 발견했는지 백호와 석재를 불렀다.
상수가 말했다. "백호 대장, 저희가 이 마을에 있는 폐 건물들을 돌아다니다가 지하에 통로가 있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백호는 함께 가보기로 하고 석재와 춘길이와 그곳으로 걸어갔다. 교회에서는 걸어서 5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건물은 오래되었고 인적이 드물어서 곰팡이 냄새가 났는데, 지하에서 통로로 연결되는 곳이므로 며칠 청소를 하고 나면 아지트로 사용하기에는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백호가 말했다. "지금 선교사님들이 밤에 사용하도록 얘기하신 들꽃열매교회는 매주 마을주민이 오셔서 성경을 배우는 장소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해야 할 특수임무를 진행하기 위한 장소는 별도로 우리 손으로 찾아서 만들어가야 할 듯합니다."
석재도 말했다. "저희가 성주와 함께 산에서도 지냈는데요. 백호 대장 말대로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춘길이 부하들과 함께 모든 인원들은 새로운 아지트로 지하 통로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하루만 교회에서 지낸 뒤 날이 밝을 때에 와서 지하통로를 위한 청소와 보수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백호가 춘길이와 상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 조직을 조선애국단으로 정합시다."
"그리고 우리들의 주요 거처는 이곳이고, 특수임무를 위한 얘기는 이 새로운 곳에서 시작합니다."
춘길이가 말했다. "백호대장, 좋은 생각입니다. 저도 한 말씀드리죠. 오늘부터 백호대장을 조선애국단장으로 선임하면 어떨까요?", 상수도 말했다. "조선애국단장님 축하드립니다. 이제 뭐든 지시 내려주세요 단장님..."
석재가 말했다. "상수 씨는 처세 전환이 상당히 빠른 것 같아요. 백호 씨에게 대장이라고 했다가 선배라고 했다가, 이제는 단장이라고 불러주는 것을 보면요... 하하"
백호가 말했다. "벌써부터 단장이라뇨. 솔직히 그런 호칭은 부담됩니다.", "그리고 제가 지하통로를 보니까
워낙 오래되고 낡은 곳이라서 이 상태로라면 사흘에서 나흘정도 보수 작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때까지는 모두가 함께 고생 좀 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은 어제처럼 교회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합시다."
모든 부하 일행들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다시 교회로 걸어갔다.
그리고 교회에는 김들꽃 선교사와 윤열매 선교사가 음식을 준비하여 온 것이었다.
김들꽃(Brian) 선교사가 백호가 교회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어디들 갔다 오나 봐요." 백호는 대답했다. "아, 저희가 그동안 이곳에서 신세를 진 것도 있고, 계속 여기에 머물 수는 없어서 새로운 장소를 찾고 있었다가 저 쪽에 낡은 폐건물이 있는데, 지하에 통로를 보수해서 사용하면 될 것 같아서 잠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윤열매 선교사가 말했다. "아 저 쪽에 있는 건물들 말하시나 봐요. 저도 들었던 얘기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많았어요.", "100년 전에 이 지역 전체가 전염병이 퍼져서 죽은 자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30년 전에 이 근방에 적들이 들어왔고 조선인 병사와 싸우면서 건물에 숨어 있었는데, 칼이나 총에 맞아 피신했다가 굶어서 죽은 시체들이 여러 곳에 방치된 상태로 있었고요."
김들꽃 선교사가 대답헀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죽은 시체 유령이 나온다고 소문을 들은 이곳 마을 사람들은 건물 근처로는 절대 안 가요. 그러다 보니 먼지가 쌓이고 비가 오고 나면 습기에 차고 곰팡이가 있어서 더욱 인적이 드문 곳이 되었어요."
백호가 말했다. "네? 아 그러면 건물이 텅텅 비어있는 이유가 시체가 묻혀있고 유령이 나타나다는 소문으로 그랬군요...", "저희는 그런 이유도 모르고..."
윤열매 선교사가 말했다. "그러한 배경은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믿음을 갖고 담대히 나아가세요. 전보다 더 강해지시면 좋겠어요. 앞으로 저희가 백호 씨 일행을 위해 기도 많이 하겠습니다."
백호는 대답했다. "아,... 그래도... 유령이라면... 시체가 묻혀있다... 아..."
김들꽃 선교사가 말했다. "생사화복은 모두 하나님께 있으시니, 저도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윤열매 선교사가 대답했다. "할렐루야!", 백호도 말했다 "선교사님 감사합니다."
김들꽃 선교사가 말했다. "아, 그리고 지금까지 알려드리지 않았는데, 여기 교회에도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있습니다. 저기 건물들처럼 이곳에도 건물이 있었는데, 그 건물에 지하가 있었어요. 건물 자체가 나무였고 50년 전에 불이 나서 잿더미 상태였던 곳에 저와 윤열매 선교사가 직접 교회를 세운 것입니다.", "그때에 여기에도 죽은 이의 시신들이 있었는데, 저희가 그들을 따로 모아서 묻어 드리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윤열매 선교사가 말했다. "네, Brian(김들꽃) 선교사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교회를 세우기 전에 모습은 정말 폐허 상태의 잔해만 있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었어요. 누군가가 특수 용도를 위해서 파내었던 땅굴처럼 보였습니다."
백호가 상수와 춘길을 불렀다. "상수 씨, 지금 선교사님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이 교회 건물 아래에 땅굴처럼 생긴 지하 통로가 있다고 합니다.", "선교사님 안내를 받고 한번 확인해 보세요. 춘길 씨도 함께요"
그렇게 윤열매 선교사는 교회 안에 있는 의자들을 잠시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춘길이 자신의 부하들을 모두 불렀다. 그리고 의자들을 한쪽 편으로 모두 치웠다. 그리고 바닥에 깔아놓은 양탄자 같은 것을 치웠더니, 작은 네모난 문이 보였고 그것에는 새끼줄로 만든 손잡이가 있었다.
윤열매 선교사가 그 손잡이를 당겼다. 그랬더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 것이다.
그리고...
연재소설 '악보제작소(제27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