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제작소(43화)

경성예술원 연주회

by MRYOUN 미스터윤

고신국은 또 한 번 고민에 빠졌다.


황금성이 고신국에게 말했다. "신국 씨,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고신국이 말했다. "아. 황금성 계장님, 엊그제 만났던 경성예술원장에게서 온 전보인데, 저희가 계획하던 경성 연주회 일정이 11월 말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정이 연기되면서 다섯 명의 연주자들이 참여가 어렵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인원수만큼을 채워야 한다고 제게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해 오셨네요"


박무열이 잠시 검사소 건물로 내려왔다가 고신국이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박무열이 말했다. "신국이. 그 부분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고신국이 말했다. "자네는 언제 그 새 지나가다가 우리 얘기를 들은 것인가?"


박무열이 말했다. "일단 현재 악보 제작에 필요한 실질적인 인원은 저기 저 두 사람인 것 같고, 이곳에 오신 세분의 연주자들은 지금으로서는 추가적으로 하실 일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데... 저분들이 11월 말 연주에 참여하면, 두 분만 섭외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고신국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자네 말이 맞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연주자들이 그림을 그릴 것도 아니고..."

박무열이 대답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저분들은 누구보다 악보에 대한 암호해독이 가능한 분들이니, 저들이 함께 참여하게 된다면, 다른 연주자들에게 직접 사용할 악보를 전달하면, 접선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봐..."


고신국이 대답했다. "야. 이 친구 대단해. 이곳에 온 뒤부터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아서 놀랍고...", "그렇게 한다면, 여러 가지로 신경 쓸 일이 줄어들겠어."


황금성이 말했다. "고신국 씨, 그러면 두 명만 더 알아보면, 연주회 진행에 문제가 없는 것이네요"


고신국은 산에 올라가서 백호를 만나서 11월 말로 연기된 일정과 추가적으로 필요한 연주자 인원에 대한 생각과 함께 얘기를 했다. 백호가 말했다. "잘 된 것 같습니다. 접선을 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위장을 한 상태에서 그 연주자 중에 한 명을 만나야 했을 텐데, 지금처럼 일정과 인원들이 변경되는 상황이라면, 저희와 함께 일하는 연주자분들이 함께 연주하면서 새로운 암호로 제작된 악보를 전달하면 되겠네요."


백호가 말했다. "저희가 진행할 연주회 일정은 정확히 언제로 확정된 것인가요?" 고신국이 대답했다. "1908년 11월 25일 오후 5시입니다. 저희 연주자분들은 오후 2시까지는 가야 연주자들에게 악기별로 만들어진 악보를 나눠주고 연주회 사전 연습모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황금성이 말했다. "연주회 일정이 변경되었는데, 을사오적과 일본 고위 관료들이 참석할 수 있을까요?"

고신국이 말했다. "경성예술원장의 말에 의하면, 일반 관객들의 경우는 보름 일정이 뒤로 미뤄졌기 때문에 그날 일정표를 확인 후, 참석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을사오적(매국노)들의 경우는 새해가 되기 전인 12월에 그들의 승진이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11월 말까지는 일본 고위급 관료직 인원들 앞에서 정식으로 인사하며 자신들의 이름을 한번 더 알리기 위한 자리이므로 반드시 참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백호가 말했다. "자신의 얼굴을 일본 고위 관료직에게도 알리겠지만, 저희 연주자들에게도 확실하게 알려지겠군요. 그래야 저희가 작성한 밀지 내용대로 작전이 수행될 수 있으니까요"


황금성이 대답했다. "네, 맞아요. 저희들의 작전대로 진행되겠네요"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1908년 11월 25일 날씨가 쌀쌀해졌다. 오늘 오후에 드디어 경성예술원에서 연주회가 진행된다.


오전부터 석재, 동수, 춘식과 그의 부하들은 기차를 타고 경성으로 출발했다. 백호, 무열과 태식은 황금성이 운전한 차로 이동했으며, 악기 연주자인 정혜영, 최민영, 윤지숙은 고신국이 운전하는 차로 출발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총과 활을 헝겊으로 두른 뒤에 황금성이 운전하는 차 뒷 좌석 아래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악보는 고신국이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한 세명의 연주자의 가방에 들어 있었다.


오후 1시가 되었을 때에 경성예술원 입구에 도착을 했다. 연주 시작까지 네 시간이 남은 상황이며, 사전 연습은 오후 2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일행들이 타고 간 차는 경성예술원 맞은편에 있는 공원 앞에 세워두었다.


고신국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첼로와 바이올린 연주자 두 명이었다. 총 다섯 명의 충원이 필요한 인원 중, 정혜영, 최민영, 윤지숙을 제외한 두 명을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두 명의 여성이 악기를 갖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여성 중 한 명은 고태식을 보자마자 "태식 씨, 그동안 잘 지냈죠?"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태식도 그 여성에게 말했다. "은영 씨, 어떻게 이곳에 왔나요? 저는 은영 씨가 아직 일본에 있는 줄로 알았는데..."


고신국이 말했다. "태식아, 너만 친한 게 아니다. 내가 연락을 해서 오게 된 거야..."

고태식이 말했다. "암튼 형은 대단해. 아니 내 여자친구까지 연락을 해서 참여해 달라고 부탁을 해요?"


고신국이 대답했다. "내가 미술과 음악에 오랫동안 조예가 깊지 않았냐?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에 아는 음악인이 있어서 다행이지, 인원수 모두 채우려고 노력한 결과다."


차은영이 말했다. "내 남자친구의 사촌형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세상이 참 좁다고 생각했어요.", "아 맞다. 내 옆에 같이 온 이 분은 첼리스트 강윤미 씨. 저와 일본에서 함께 연주회 활동을 하면서 친해졌어요"


벌써 시간이 1시 30분이 되었다.


연주자들은 2시에 사전 연습을 위해 모두 공연장이 있는 연주홀로 입장할 예정이었다.


연주자 다섯 명은 경성예술원 1층에 위치한 연주자 대기실에 들어갔다. 정혜영, 최민영, 윤지숙은 총 30명의 연주자가 사용할 암호화된 악보를 가방에 넣어서 갖고 들어갔다.


그리고 세명은 연주자들이 대기실로 들어오는 동안 자신들이 갖고 있던 악보를 전해 주었다. 뒤늦게 악보의 존재를 알게 된 차은영과 강윤미는 왜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악보와 별개로 대기실에서 나눠주는지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전체 연습 진행 10분 전에 차은영이 정혜영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잠시 정혜영이 대기실 밖으로 나와서 악보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한 것이다. 차은영은 고신국에게 악보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이었다.


차은영이 정혜영에게 말했다. "뭐라고요? 암호가 적용된 악보요?", "지금 저희가 비밀스러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정혜영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간단하게 말을 전해 준 것이다. "항상 하시던 방법대로 연주를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후에 이 악보 정체에 대한 설명은 추가적으로 신국 씨가 해 드릴거예요."


일단 그렇게 말을 하고 둘은 2시 사전연습을 위해서 무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연재소설 '악보제작소(제44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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