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강원도
다음 날 아침 7시.
아지트인 별채에서 보냈던 고신국은 다른 이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마당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하인들이 세워 놓았던 빗자루를 갖고 와서 마당에 떨어진 낙엽과 눈을 치우기 위해서였다.
어느덧 12월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나무들은 앙상하게 마른 속살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원도에 산간 지역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간밤에 눈이 쌓였던 것이다. 고신국은 올해도 강원도에서 눈을 보게 된 것이다.
2년 전 경성예술원 일본군과 총격전이 일어났을 때 강윤미를 예술원에 두고 남은 일행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차에 태운 후, 곧장 강원도로 올라왔던 것이다. 그때의 일이 자꾸 마음에 걸렸었다. 그리고 강윤미가 죽은 것을 알고 난 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한 달 동안은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일행들과 사촌동생인 고태식 집에서 있었다.
얼마 전에 고신국은 동생 태식에게 그날 일을 생각하면 자신은 참으로 이기적인 남자였다고 말한 것이다.
태식은 누구였더라도 일행들을 태워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와서 숨어 있을 것이었기 때문에 자책하지 말라고 해왔었다.
고신국은 눈에 뭉쳐있는 낙엽을 한쪽으로 모아 둔 후, 계속 반복해서 빗자루를 갖고 눈 위를 내리쳤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태식이 나와서 말했다.
"신국 형님, 아직도 그날 일을 생각하세요? 형님. 어제부터 새롭게 조선애국단의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형님도 이제 과거에 갇혀 있지 말고 벗어나십시오. 일제 식민지 통치가 시작되었고 잘 못 하다가는 우리들 모두가 위태로워집니다. 형님을 믿고 따르는 많은 부하들과 식솔들을 생각하십시오."
고신국은 태식의 말을 듣고 고객을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신국이 태식이 어깨에 손을 얹고 집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준비하였던 태식이의 하인 한 명이 말했다. "도련님,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별채에 방에서 하룻밤을 잤던 일행들은 모두 함께 식사를 위해서 모였다.
춘길이가 말했다. "단장님, 부단장님. 저희가 경기도 있을 때에 김들꽃 선교사님이 식사 앞에서 이렇게 두 손을 모아서 뭔가 얘기를 하였는데, 오늘 우리들도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윤민호가 말했다. "춘길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요. 선교사님이 이렇게 말하셨어요. 땐스 갓."
동수가 말했다. "아이고 단장님. 아니에요. 땐스 갓이 아니라... 댄스 갓... 정말 부드럽게 말하셨어요. 댄스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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