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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산 Jul 29. 2023

서울 물 재생체험관을 알고 있나요?

“얘야! 불 꺼라!”

“물은 왜 또 틀어놓고 쓰니 얼른 잠가라!” 

    

어렸을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너도나도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에 이 땅의 어머니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자식 공부시키며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려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다. 모든 게 차고 넘치는 지금 세상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우리들의 지난 삶의 단편이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별다른 생각 없이 물을 쓰고 버린다. 아니? 물을 쓰고 버리는 데 뭐 생각할 게 있나? 매달 나오는 수도 요금 꼬박꼬박 내면 그만 아닌가. 그럼 쓰는 건 그렇다 치고, 그렇게 버려진 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고 있을까. 나 역시도 그렇지만, 그건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버린 더러운 물이 죄다 하늘로 증발하는 게 아니다. 또 소리소문없이 땅속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 어디서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어른들은 몰라도, 아이들은 버려진 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른다. 아이들의 관심사가 아닐 뿐 아니라,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아 그럴 수밖에 없다. 요즘은 전 세계가 자연과 환경 보호에 아주 민감하다. 


사는 서울에서 쓰고 버린 더러운 물은 네 군데의 물재생센터에서 깨끗하게 처리한 다음 한강으로 흘려보낸다. 그 덕분에 천만의 가까운 인구가 사는 서울의 한강이 지금처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말은 간단하고 쉽게 하지만, 하수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시설과 인력 그리고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걸 생각하면 내 돈 내고 사용하는 물이라도 아껴 써야 한다. 만약에 하수가 지금처럼 처리되지 않고 더러운 상태로 한강에 흘러 들어간다면 우리의 환경이 어떻게 될까? 정말이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 60년대, 시궁창 같았던 청계천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하수처리는 환경 보호는 물론 우리의 삶의 질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물 아끼고, 전기 아끼라고 귀가 닳도록 말씀하셨지만, 요즘은 그렇게 해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어릴 때 밴 버릇은 늙어서도 고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어렸을 때 들인 좋은 버릇은 늙어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습관은 아이 때부터 길러야 한다. 



아이에게 물 아끼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즐거운 체험을 통해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런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 강서구에 있는 ”서울 물 재생체험관“이다. 서울 물 재생체험관은 서남 물재생센터 안에 있다. 물 재생 센터? 무엇을 하는 곳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사람도 있을 텐데, 물재생센터는 예전의 하수처리장이다. 하는 일은 예전과 같지만, 하수처리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물재생센터로 바꾸었다. 


다 알겠지만, 이미지라는 게 이름만 바꾼다고 변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 눈에 보이는 노력과 함께 신뢰가 쌓여야 한다. 그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하수처리 기술이 발전을 거듭했다. 또 물재생센터는 시민들과 상생하기 위해 체험관과 공원 그리고 각종 체육시설을 조성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꾸준한 노력과 변화가 있어 신뢰가 쌓이면서 이미지가 개선되었다. 


서울 물 재생체험관은 서남 물 재생 센터 정문에서 차로 대략 5분 정도 들어간다. 이정표와 바닥에 그려진 녹색 선을 따라 가면 널찍한 주차장과 함께 멋진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물 재생을 주제로 한 체험관이라 그런지 부드러운 곡선의 미를 한껏 살렸다. 거기에 웅장함이 보태져 현대적인 세련된 멋스러움을 보여준다. 


요즘은 유명 관광지에 허공을 걷는 스카이 워크가 많이 있다. 높은 곳에서 아찔한 재미와 함께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 물 재생체험관에도 그것처럼 허공으로 쭉 뻗어나간 전망대가 있다. 그 전망대를 잡아주는 수직의 높은 구조물이 마치 범선의 거대한 돛대를 보는 듯하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체험관 건물은 전체적으로 물과 연관된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 전망대에 오르면 서남 물재생센터는 물론 인근의 경치까지 한눈에 즐길 수 있다. 



요즘은 어디든 주차장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이곳의 주차장은 크고 넉넉하다. 언제 어느 때 찾아도 주차할 곳이 없어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 주차장을 헤맬 일이 없다. 한쪽에는 여러 대의 전기차 충전시설까지 준비되어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차 공간이 넓어 좋은데, 주차료까지 무료라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서울 물 재생체험관 뒤쪽에는 ”서울 물 재생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에는 아이들한테 인기 만점인 물놀이터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누구나 쉬고 싶을 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 재생공원 지하에는 하수처리장이 있어 토지의 활용도를 한껏 높였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하수처리장인 물 재생 센터에 몰 재생체험관이나 공원 그리고 각종 체육시설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 그뿐 아니라 이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잘 모른다. 서울 물 재생체험관은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과정을 아이들이 체험해볼 수 있는 유익한 공간이다. 


물 재생체험관에 들어서면 둥그런 형태의 내부 공간이 툭 터져 있어 시원하다. 곳곳에는 우수수 친구들이라고 하는 귀여운 캐릭터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수 발생원을 아이들에게 쉽고 재밌게 알려주기 위해 만든 물방울 요정들인데 귀엽고 재밌게 생겨서 다들 좋아한다. 특히 입구에 있는 커다란 캐릭터 조형물은 이곳을 찾은 아이들의 인기 포토존이다. 캐릭터 앞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는 게 이곳을 다녀간 인증 사진이 된다. 


체험관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재밌다. 들어서자마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부터 정신 줄을 살짝 놓아버리는 아이도 있다. 함께 온 부모가 관람권을 발권하는 그사이를 참지 못하고 체험관 안으로 돌진하는 아이도 많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들이 많은 물 재생체험관은 언제나 아이들의 웃음과 환호 소리가 뒤섞여 시끌벅적하다. 



1층에는 영상실, 서남 물재생센터 홍보관과 함께 수유실, 사물함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공놀이장과 초대형 미끄럼틀이 있다. 편하게 공놀이장이라고 하지만 그곳은 아이들이 하수 배관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놀이터다. 하수가 흘러가는 모습은 공기압력으로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볼 수 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공놀이장 바닥에는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놀아도 다칠 일이 없다. 하는 요령만 알려주면 아이들 스스로 창의적으로 잘 논다. 그 때문에 아이를 데려온 젊은 엄마들은 이곳에서 잠시 육아의 짐을 내려놓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다. 


영상실에서는 물 재생과정을 우수수 친구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곳만큼은 아이들이 꼭 보았으면 한다. 정해진 영상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점이 있긴 하지만, 영상물의 내용이나 재미를 생각하면 그 정도의 관심이 전혀 아깝지 않다. 하수처리 과정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만든 애니메이션이라 추천할 만하다.

 

공놀이가 시들해진 아이들은 미끄럼틀에 마음을 빼앗긴다. 2층에서부터 연결되어 S자로 휘어진 미끄럼틀은 타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아이들이 타는 재미와 속도감을 즐길 수 있게 미끄럼용 방석을 내준다. 그것을 타고 신나게 내려오는 아이들의 표정은 한껏 들떠있다. 미끄럼틀을 한 번 타고 끝내는 아이는 찾아볼 수 없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 소진할 때까지 2층을 오르내리며 미끄럼틀에 탄다. 그런데 아이들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는 언제 바닥을 보일지 아무도 모른다.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지만, 어른도 눈치껏 한번 타 볼 만하다.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어 어른의 몸무게도 너끈하게 감당한다. 어렸을 때, 눈 쌓인 언덕에서 비료 포대를 엉덩이에 깔고 눈썰매 타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 추억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 한 번쯤 타 보고 싶어진다. 미끄럼틀 탄 어른들의 얼굴에는 쑥스러움과 숨길 수 없는 즐거움이 교차한다. 



2층은 각종 체험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물 재생과 관련한 내용을 자연스럽게 접해볼 수 있는 체험물들이다. 읽기도 어렵게 빽빽하게 써놓은 설명문이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 아이들이 좋아한다. 



하수의 종류와 흐름, 하수관 속 청소하기, 하수처리 과정과 재생에너지에 관한 것들이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그뿐 아니라 놀이를 통해 뚝딱뚝딱 하수도를 만들어 볼 수 있고, 착한 미생물이 되어 물을 깨끗하게 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이 모든 시설을 부모와 아이가 함께해볼 수 있어 교감하며 즐거움을 차곡차곡 채울 수 있다. 


2층에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통통 물놀이터“가 있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고 물놀이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그런 만큼 아이들이 북적이는 인기 만점의 공간이다. 물줄기로 공을 쏘아 올리기도 하고, 펌프질도 해볼 수 있다. 물총놀이도 할 수 있고, 흐르는 물줄기를 만들며 창의적으로 놀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물을 즐길 수 있어 아이들은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물놀이에 빠져든다. 


물 재생체험관에는 체험지가 비치되어 있다. 유아용과 초등학생용이 있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체험지의 문제를 풀면서 좀 더 깊이 있게 하수처리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 싶으면 오전, 오후에 있는 전시해설을 들으면 좋다. 부모를 동반한 6세 이상 아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단 한 팀이 신청해도 해설사분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해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루어지지만, 젊은 부모들도 몰랐던 유익한 내용들이 많다. 


서울 물 재생체험관은 1일 3회차로 나누어 2시간씩 운영된다. 회차가 끝나면 30분간 내부 정비를 한 다음, 다음 회차 관람객을 받는다. 회차당 80명이 “서울시 공공 예약 포털”을 통해 사전 예약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까 늘 쾌적한 상태에서 관람이 이루어진다. 예약인원이 차지 않았거나, 예약이 취소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관람객을 입장시킨다. 


신나게 놀다 보면 아이들에게 2시간은 눈 깜짝할 새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꼭 무언가를 배워가야 할 필요는 없다. 하수가 이런 것이고, 하수를 이렇게 처리하고 있다는 개념만 알고 가도 성공이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태서 물을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까지 한다면 그것처럼 좋은 게 없다. 물 재생체험관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과 해맑은 웃음소리가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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