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상대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가 어려웠는데 특히 내게 비수를 꽂는 말에 더욱 그랬다. 9살 무렵에 같은 반 여자아이가 내게 말했다. "너 웃는 거 진짜 이상해. 웃지 마." 속이 점차 뜨거워지고 장기들이 서로 얽히고 꼬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당장에 무엇이라도, 아주 소량일지라도 안에 있는 것들을 뱉어내지 않으면 틀림없이 후회가 찾아올 것이란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목구멍의 근처에는 도달조차 하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난장을 벌이다 고요히 썩어버렸다. 그 후 활짝 웃는다는 것이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늘 그 아이를 곱씹으며 웃다가도 멈추고, 웃을 뻔하다가도 멈추고, 웃기 직전에도 멈추었다. 난 그런 아이였다.
그때보다 조금 더 자란 내게 아빠는 내 마음이 여리기 때문이라고 그랬다. 그런 기이한 말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마음이 여리다는 것이 무엇이며, 여린 마음의 고향은 어디이며, 어쩌다 내 안에 자리 잡게 된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내 마음이란 것은 나조차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인데 아빠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늘 죽음과 피, 칼, 죄, 복수 같은 것들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살았는데 그것들은 시야의 끝자락과 천장을 타고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검은 존재들이 건네주던 것들이었다. 어찌 여린 마음을 가진 자가 감히 그런 서슬 퍼런 것들을 품을 수 있겠는가! 결국 아빠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며, 그가 말한 여린 마음이란 것은 내 안에 없으며, 애초에 마음이란 것은 누구든지 아무렇게나 떠벌리듯 정의 내릴 수 있는 실존과는 멀리 떨어진 나약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