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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심 Feb 11. 2020

여자가 성공하려면 욕먹을 각오쯤은


믿을만한 정보원에게 새로운 팀장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여자’보다는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태껏 만나온 여자 상사들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빈 틈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녀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와 평판에 흠이라도 날까 싶어 까다롭게, 공격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타 부서와 ‘네 탓이네, 내 탓이네.’하며 싸움이 붙은 날이면 중간에 낀 나와 동료들만 죽어 나가곤 했다. 뭐 하나 거슬리면 중요하지 않은 일도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기는 통에 숨이 막힌 적도 여러 번이었다.


문제의 원인은 ‘그녀의 좋지 않은 성품’이 아니라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진짜 원인은 여자이고 아이 엄마여서 언제고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그녀를 압박하는 환경’이라는 것도. 하지만 애가 없으면 없으니까 더 잘해야 하고, 있으면 있으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조직의 생리가 변하지 않는 이상, ‘여자’인 리더는 여전히 ‘같이 일하기 힘든 상사’ 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자주 유능함을 의심받고 증명해야 하는 빡빡한 ‘그녀’의 생존 환경에 같이 허덕이게 될까 봐 ‘그’를 선택했을 뿐이었다. 물론 결정권은 없었지만.

 

이처럼 다수의 여성 리더들이 생존을 위해 ‘이기적이고 독한 캐릭터’에 내몰리고 이를 감수하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위직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지 않은가. 나는 그녀들이 불굴의 의지로 얻어낸 ‘센’ 이미지 때문에 남자, 전사, 마녀에 빗대어지거나, 저래서 시집은 가겠냐는 둥, 남편이랑 사이가 좋을 리 있냐는 둥, 자식이 불쌍하다는 둥 사생활까지 싸잡아 비난당하는 현장을 너무 많이 목격해왔다. 일에 열심인 남자는 ‘열정적’이라고 치켜세우지 ‘가정을 내팽개친 가장’이라고 비약하는 경우는 없었던 거 같은데?


여성이 대외적 성과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욕먹기 싫은 게 다 똑같은 사람 마음일진대, 이룰수록 격려받기보다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니 미래의 딸아이에게 ‘야망을 가지려면 멘탈부터 단단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될 판이다. 나는 미움받을 용기 있는 여성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의심하지 않고, 남 눈치 보지 말고,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아서 제 역량을 펼치는 여성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보다 많은 여성들이 사회 곳곳의 중요한 자리에서 활약하게 된다면 ‘여자답지 않다’, ‘일 때문에 정작 여자 삶에 중요한 것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편견도, 거친 생존 환경도 바꿀 힘이 생기지 않을까. 걸스 비 앰비셔스! 성별 관계없이 마음껏 야망을 품고 도전하는 미래를 꿈꿔본다. 일단 나부터 미래의 걱정으로 현재의 가능성을 닫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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