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심 Feb 16. 2020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

다섯번째 밑줄


우리가 보통 ‘잘 쓴 글’이라고 말할 때, 바로 떠오르는 공통의 느낌, 분위기, 이미지가 있습니다. 왠지 고상하고, 전문성이 엿보이고, 문법까지 완벽하게 들어맞는 글. 누군가 일필휘지로 썼는데도 무릎을 ‘탁’ 치는 유려함에 위트까지 서린 글. 비유와 상징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공감각적인 글 등등. 맞습니다. 모두 정말 잘 쓴 글이죠.


그렇지만 이렇게 ‘잘 쓴 글’도 있습니다. 한 번 천천히 소리 내여 읽어보세요. 꼭 ‘문학 작품’이란 점을 기억하세요.



재미있죠? (중략)

근데 저는 왜 하필 이 글을 ‘잘 쓴 글’로 뽑았을까요?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칼럼 중에 이를 설명하기에 아주 좋은 글이 있어 가져왔습니다.


문학(글쓰기)의 근원적인 욕망 중 하나는 정확해지고 싶다는 욕망이다. 그래서 훌륭한 작가들은 정확한 문장을 쓴다. 문법적으로 틀린 데가 없는 문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는 문장을 말한다.


우리에겐 ‘잘 쓴 글’이라고 했을 때 고정된 편견이 있습니다. ‘좋은 글’은 저마다 주관이 들어갈 수 있지만, 잘 쓴 글은 정의가 딱 떨어집니다. 신형철 평론가의 조언처럼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본질, 작가의 인식에 적중한 글로서 대체할 수 없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고상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반드시 수사가 유려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문법적으로 완벽하게 흠이 없는 것 역시 아닙니다. 나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달해 낸다면 ‘잘 쓴 글’이죠.


- 이동영 작가의 책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경향BP) 중에서 -


매거진 < 표지와 밑줄친 문장들> 책을 읽으면서 밑줄친 문장들을 모으고, 표지   그려 같이 껴넣는 개인 수납공간입니다. 요새 시간이 많아서 누가 보면 배곯고 다닌 사람처럼 만나는 족족 책을 해치우고 있거든요.  마음을 요동치게  문장이 누군가에게도 수신되기를 바라면서 칸칸이 모아놓을 예정입니다. 고상한 취향을 보여주기 위해 그럴싸한 문장만 골라낼 생각은 없습니다만, 예쁜 표지를 만나면 표지가 예뻐서 올리는 주객전도가 일어날  있습니다.  1 발행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갈피의 기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