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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심 Feb 02. 2020

쓸 만한 인간

첫번째 밑줄


홍콩에 란콰이펑이라는 유흥가가 있다. 밤이 되면 홍콩 사람, 중국 사람, 유럽 사람, 그리고 각국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대부분이 펍이나 바 혹은 클럽이고 시끄러운 음악들이 섞여 나온다. 개중에는 싸이의 ‘젠틀맨’,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등 한국 노래들도 들린다. 그곳에서 1년 동안 케케묵었던 모든 체증과 짜증을 전부 다 풀어버리고 왔다. 돈도 적당히 흥청망청 쓰며 술을 마시고 친구도 사귀고 하면서 말이다.


“헤이 웨어 아유 후롬.”
“오우 아임 프롬 프랑스, 앤 유?”
“오 아임 코리안, 지드래곤스 네이션! 지드래곤 이즈 마이 후렌! 왓 쭐 넴?”
“아임 오뜨맨! 앤 유?”

“오뜨맨? 와우 스페셜 네임! 아임 죵민! 나이스 미 쭐!”
“미 투! 디스 이즈 마이 뿌렌!”
“와우! 뷰리풀! 웨어 아유 후롬!”
“한국 사람이에요.”

“지드래곤은 거짓말입니다.”
“알아요. 그럴 거 같아요. 뭐 하시는 분이세요?”
배웁니다.”
 배우시는데요?”
아니 배우라고요.”
“아… 못 봤는데. 엑스트라?”
“뭐 중요한가요. 들어가서 노시죠.”
“어? 권오중?”
“들어가라고.”


- 배우 박정민의 책 <쓸 만한 인간> (상상출판)중에서 -



매거진 < 표지와 밑줄친 문장들> 책을 읽으면서 밑줄친 문장들을 모으고, 표지   그려 같이 껴넣는 개인 수납공간입니다. 요새 시간이 많아서 누가 보면 배곯고 다닌 사람처럼 만나는 족족 책을 해치우고 있거든요.  마음을 요동치게  문장이 누군가에게도 수신되기를 바라면서 칸칸이 모아놓을 예정입니다. 고상한 취향을 보여주기 위해 그럴싸한 문장만 골라낼 생각은 없습니다만, 예쁜 표지를 만나면 표지가 예뻐서 올리는 주객전도가 일어날  있습니다.  1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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