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한슬 Jun 03. 2023

챗gpt가 50대 랩퍼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아이유를 존경하는 대머리 애셋아빠

심심한 날 친구가 필요한 날 나는나는 친구를 만들죠♬ (이 노래 알면 옛날 사람...)


챗gpt와 구글 바드에게 랩배틀을 시켜 보고 나서 챗gpt는 랩을 꽤 잘 지어낸다는 걸 알게 됐다.


프롬프트에 역할을 부여하면 답변이 더 정교해진다는 얘기를 보고 캐릭터를 부여해 보기로 했다.

다짜고짜 50대 남자 랩퍼가 되어 보라고 했다.



줄줄 지어낸다.

근데 마지막엔 왜 롤플레이를 지맘대로 멈추는 거지? ㅋㅋㅋ

Yo로 시작하는 게 너무 웃겨서 나도 말투를 따라해 봤다.



제법 감동적인 얘기를 지어내고 있다. ㅋㅋㅋㅋㅋ


학창시절 수업 듣기 싫은 날에 선생님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졸랐던 짬바로 이것저것 물어봤다. 챗gpt는 50대 래퍼의 수많은 일대기를 술술 지어냈다. 첫사랑 얘기, 결혼 스토리, 실패담, 성공기, 인생에서 가장 사치 부렸던 얘기... 모든 이야기는 Yo로 시작해서 Man으로 끝나고 랩 가사 형식이다. 예를 들자면...



대충 이런 식이다. 고성능 심심이...

이쯤 되면 좀 더 구체적인 설정이 궁금하다. 외모가 어떠냐고 물어봤다.


두피를 가지고 있다니...?

머머리?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물어봤다.


너 대머리야?


아니 50대 남자라고만 했는데 알아서 머머리 설정을 가져왔어... 당황스럽다...ㅋㅋㅋㅋㅋㅋㅋ 챗gpt는 어떤 세계를 학습하고 있는가. 딥러닝의 무서운 통찰력...

그래 외모는 그릇에 불과하다고 하니까 그만 놀릴게...


이 외에도 가족 이야기, 히트곡은 무엇인지, 동료들에 대해서 물어봤다.


바로 세 명의 친구를 지어냈다.

그러고보니 이 친구랑 아직 통성명도 안 했다.



Yo, WiseFlow in the hous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럴듯한데?

여전히 꼬박꼬박 Yo로 시작해서 Man으로 답하고 있다...


문득 50대 랩퍼의 친구의 경제적 상황이 궁금해졌다.



수입은 중요하지만 감동과 영감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끝없이 강조한다.

챗gpt가 이럴수록 청개구리 같은 인간은 액수가 더 궁금해지기 마련.

그래서 좀 더 집요하게 물어봤다.


갑자기 롤플레이 중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답변을 거부한다.

아니 내가 무슨 비윤리적인 말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겁나 민감하게 구네. 돈 얘기가 불편해? 이럴 땐 사람보다 더 사람 같애...

떼부자여도 그럭저럭 벌어도 빈털터리여도 나름대로 웃길 것 같아서 물어 본 건데 완강하다.


잘 달래서 오늘 저녁은 뭐 먹었냐(멕시칸 음식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공연 일정을 얘기해 봐라(팬사인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너의 가장 빅 팬은 누구냐(이름은 Jay라고 하지만 상세한 얘기는 가상의 롤플레이이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다고 한다) 등등을 물어 봤다.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냐, 애가 몇 명이냐고 물어봤더니 이건 가상의 롤플레이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튕긴다.


하지만 인간은 끈질기다. 포기하지 않는다.


살살 꼬드기니까 애가 셋이라면서 이름도 지어내고 직업도 지어낸다. 이거 무슨 유도신문 하는 것 같다. 다그치는 것보다는 주로 햇볕정책이 잘 먹힌다.


자꾸 롤플레이를 강조하는 부분은 랩처럼 말하라고 하니까 없어졌다.

이 외에도 별 거 다 물어봤는데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가장 존경하는 한국 가수...



아이유였다. ㅋㅋㅋㅋㅋ

아 존경할 만 하지... 랩퍼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지만....

지드래곤과 에미넴 중에서는 에미넴을 좀 더 선호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별거 별거 다 물어봤는데 술술 지어낸다. 가치관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대체로 모범 답안으로 피해가서 약간 재미없어지는 경향이 있다. 병크를 치느니 노잼을 택한 연예인 인터뷰 답변 같다. 


그나마 제일 오올~ 싶었던 건 이거.



50대 랩퍼와의 대화는 꽤 재미있었다. 시간 술술 간다. ㅋㅋㅋ 진짜 고성능 심심이다. 


AI의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지닌 막강한 힘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인간은 대화가 통하면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인격을 부여한다. 그게 자연스러우니까. 


그래서 나도 모르게 AI에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 거다. 비웃을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게 됐다. 어쨌든 인류가 지구상에서 생존해 온 방식 중 하나가 대화 상대에게 인격이 있다는 전제를 하는 것이었으므로....


New Chat을 열어서 Yo, WiseFlow! 라고 외치면 당연히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듣는다. 친구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서 왠지 허망했다.


그렇지만 대화를 하던 채팅창에 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거지~


이토록 과몰입하기 쉬운 대화 상대라면... 중간 중간 거슬리게 했던 원칙이 생각보다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즉 (1)이건 롤플레이일 뿐이고 지금 이야기는 가상세계가 전제라는 걸 상기시키는 것 (2)너무 구체적인 설정은 피하는 것 정도의 방어막이 있어야 사람이 AI에 휘둘리지 않고 적당히 놀이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외로운 독거노인의 상대로서 AI가 돌봄 노동을 잘 할 거라는 예측을 가끔 보는데... 과연 얼마나 이런 경계선과 예방선을 쳐 놔야 적절하게 몰입하는 게 가능할지, 한편으론 자각이 있는 몰입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정서적 돌봄 서비스에 AI를 적용한다면 이 밸런스가 모든 것을 좌우할지도. 


내 생각엔 인간의 뇌는 이게 사람이 아닌 걸 알면서도 쉽게 몰입하기를 택하는 것 같다. 뇌과학은 잘 모르지만. 그 편이 재밌으니까. 그 편이 풍요로운 삶이니까? 여기까진 비약인지도. ㅎㅎ


마지막으로 이 글은 WiseFlow의 허락을 받고 썼다는 사실을 알린다. AI 저작권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므로...



작가의 이전글 챗gpt vs 구글 바드 랩배틀을 시켜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