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흠뻑쇼가 찾아왔습니다.
여름철, 물과 함께 즐기는 가수 싸이의 시그니쳐 콘서트인 흠뻑쇼가 2024년에도 성공적으로 진행됐습니다. 2011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싸이의 썸머스탠드 훨씬 THE “흠뻑쇼”>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흠뻑쇼는 2012년에 2회가 열렸습니다. 이후 5년간 열리지 않다가 2017년에 다시 개최되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 매년 개최됐고, 코로나19로 인한 공백을 깨고 2022년부터 다시 시작하여,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흠뻑쇼는 점차 공연 횟수와 지역을 확대해 왔는데요. 2024년에는 6월 29일 강원도 원주에서 첫번째 공연을 개최하고, 광주, 대구, 인천 등을 거쳐 과천까지 10개 도시에서 16번의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역대 흠뻑쇼 개요
흠뻑쇼는 어느새 여름철 화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면, 흠뻑쇼라는 단어가 귀에 자주 들립니다. 예전에 흠뻑쇼를 다녀온 기억을 이야기하며 다가오는 흠뻑쇼를 기대하는 이야기, 예약에 성공했다는 이야기, 실패했다는 이야기, 물을 너무 많이 맞아 추웠다는 이야기, 생애 최고의 공연이었다는 이야기까지. 공연 전, 공연 당일, 공연 후까지, 과정을 가리지 않고 흠뻑쇼와 관련된 다양한 얘기들이 오갑니다.
이러한 흠뻑쇼의 인기는 SNS 언급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2024년 1월 1일과 9월 12일 사이, 인스타그램, 블로그, 뉴스, X(구 트위터) 등의 SNS에서 ‘흠뻑쇼’라는 단어가 언급된 수를 보여줍니다. 그림에서 빨간색으로 색칠된 막대는 흠뻑쇼 공연이 있었던 날을 의미합니다. 1월부터 5월까지는 언급량이 잔잔하다가, 공연 한달 전인 5월 말부터 언급량이 급격히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4년 흠뻑쇼 SNS 언급량
흠뻑쇼를 즐긴 사람은 어디서 잘까요?
흠뻑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합니다. 공연을 다녀오면 손가락, 발가락은 쪼글쪼글해지고 옷은 물에 젖어 무거워지죠. 일반적인 공연이나 락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일 겁니다. 물에 젖어 치적치적 거리는 옷이 쪼글쪼글해진 몸에 달라붙은 채로 집에 가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고욕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흠뻑쇼를 본 날, 그 지역 숙소를 예약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흠뻑쇼에서 신나게 뛰어논 후, 집으로 돌아갔을까요? 아니면 외박을 했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흠뻑쇼가 열린 날, 숙박 예약이 늘어났는지 분석해 보았습니다. 흠뻑쇼가 숙박 수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잘 파악하기 위해 서울, 대전, 속초와 같이 비즈니스, 휴가 등 흠뻑쇼가 아니더라도 그 지역을 방문할 이유가 다양한 도시들은 분석에 제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글에서는 원주에서 열린 흠뻑쇼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강원도에 위치한 인구 36만 명의 도시 원주, 흠뻑쇼가 열린 곳은 명륜동에 위치한 원주종합운동장이었습니다. 6월 29일, 토요일에 공연이 있었는데요. 흠뻑쇼 당일 숙박 예약이 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원주시 숙소에서 발생한 숙박 수를 계산했습니다. 휴가철과도 비교하기 위해 8월도 분석에 포함시켰습니다. 아래 그림은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의 원주시 숙박 수를 나타냅니다. 그림에서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평일과 일요일, 보라색은 토요일을 의미하며, 빨간색은 흠뻑쇼가 열린 날을 나타냅니다. 6월 1일과 8월 31일 사이, 가장 많은 숙박이 있었던 날은 흠뻑쇼 당일이었네요. 흠뻑쇼를 방문한 사람들이 원주시 숙소에서 머물렀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흠뻑쇼가 있던 날 원주시 숙소의 숙박이 다른 날보다 많았다는 건 어느 정도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주시 숙박 수(2024.06.01~2024.08.31)
숙박 바가지 요금은 정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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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에 ‘흠뻑쇼, 숙박’ 이라고 검색했을 때 보이는 기사들입니다. 여느 축제와 마찬가지로 흠뻑쇼 역시 지역 숙박업주들의 과도한 요금인상, 소위 바가지 문제를 지적 받아왔습니다. 심지어 올해 원주시보건소는 흠뻑쇼 인근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점검에 나섰다고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가지 요금을 단속하고, 판매가격의 상한선을 정부가 정하는 것이 쉽게 받아 들여지진 않지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흠뻑쇼 당일에 원주시 숙박 요금이 평소보다 얼마나 올랐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2024년 6월 1일부터 8월 31일 사이, 원주시 숙소의 요일별 평균 숙박요금입니다. 이번에도 회색은 평일과 일요일, 보라색은 토요일, 빨간색은 흠뻑쇼 당일을 의미합니다.
숙박요금은 보통 금요일과 토요일이 높고, 주중에 낮습니다. 평일에는 손님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원주시에서 흠뻑쇼가 열린 날의 숙박요금이 비싼지를 평가하려면 다른 주의 토요일의 가격과 비교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고려해야 할 점 중 하나는 8월은 성수기로 인해 숙박요금이 전반적으로 오른다는 점입니다. 2024년 6월, 7월, 8월에는 각각 다섯번, 네번, 다섯번의 토요일이 있었습니다.
6월부터 살펴볼까요? 흠뻑쇼가 있었던 마지막 주의 토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네번의 토요일, 원주시의 평균숙박요금은 약 10만원 정도였습니다. 흠뻑쇼 당일의 평균숙박요금은 12만원 언저리로, 6월의 다른 토요일보다 약 1-2만원 정도 비쌌습니다. 7월과 8월은 어땠을까요? 7월과 8월, 원주시의 토요일 평균숙박요금은 약 11만원과 12만원이었습니다. 흠뻑쇼 당일의 평균숙박요금과는 1만원 아래의 차이를 보입니다. 보시는 분들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차이가 바가지 요금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원주시 숙소의 평균숙박요금(2024.06.01~2024.08.31)
흠뻑쇼로 물 들어올 때, 관광의 노를 저어라.
인구 감소는 현재 한국 사회가 맞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며, 그 속도는 특히 지방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방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각 지역은 경제를 활성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전략 중 하나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입니다.
하지만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방문객이 그 지역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는 것, 즉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관광객들이 잠시 들렀다가 아무런 소비 없이 떠난다면 그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울산의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지만 단지 트로트 가수의 공연만 보고 돌아갔다면, 축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가수 초청비를 줄이고, 그 돈을 지역 내 다른 경제활동에 사용할 수 있었다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측면에서 원주시에 개최된 '흠뻑쇼'가 지역 숙박업에 미친 영향은 주목할 만합니다. '흠뻑쇼'로 인해 원주시의 숙박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지역 경제에 상당한 기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숙박은 적어도 하루 이상 그 지역에 머무른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기간 동안 숙박비뿐만 아니라 숙박객이 소비하는 다양한 비용도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관광산업에서 중요한 전략은 바로 이러한 '체류 시간'을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단순한 방문을 넘어, 관광객이 해당 지역에서 숙박하며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싸이의 흠뻑쇼와 같은 대형 이벤트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그들이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지역의 고유한 매력과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