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신문[비즈니스포스트] 칼럼 연재 중
(전반부 생략)
은퇴하고 시간 부자가 되고 나서야 내면을 꼼꼼히 성찰해 볼 여력이 생겼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을 생각할 때 연봉, 경력, 성과란 단어를 빼고 나니 성격, 인품, 자아, 인간관계 등 그간 덜 살폈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가하고 심심한 와중에 창의력이 나온다는 말처럼, 자기 이해력과 성찰력도 한가하고 심심할 때 더 발휘되기 쉽다. 빡빡하고 옹졸했던 마음도 해실해실 풀어질 여력이 생긴다. 이해, 배려, 관용을 품을 준비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남의 실수에 ‘왜 저런담’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란 생각이 먼저 든다. 다른 생각 다른 차림새 다른 사상을 존중하고 교류하는 여유도 늘었다. 내적으로 성장하는 스스로에게 더 만족하며 자존감도 높아졌다. 속사포 같던 말투는 느려지고 날카롭던 인상은 온화해졌다.
갑자기 한 조기은퇴 덕에 이렇게 사색하면서 반성하고 보듬기도 하면서 내적 성장 중이다. 십대 때는 한창 몸이 자랐고 이십대 삽십대에는 한창 일머리가 커졌다면, 마흔이 넘어서는 이렇게 속을 키우고 있다. 아직도 이리 성장할 면이 많다는 사실에 다시금 인생에 겸손해진다.
비난 필자뿐만 아니라 한국인들 다수가 비슷한 긴장감, 비슷한 옹졸함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여유로움에 박한 문화, 다름을 이해 못 하고 비난하는 문화, 1등을 하면 성격이 좀 못나도 다 괜찮다는 식으로 배우고 가르치는 이상한 나라,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면서 자살률은 항상 1위인 나라, 사회적 약자가 상대적으로 너무 불행한 나라, 이런 사회문화 속에서 불안증, 독단, 혐오와 배타가 양산되기 쉽다.
학교가 이렇고 일터가 이렇고 거기서 비선택적으로 만난 다수의 사람들이 이렇다면 영향받지 않기는 어렵다. 그러니 여기서 멀찍이 떨어져 나올 수 있을 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성찰도 쉬워진다. 은퇴가 주는 장점 중 하나이다.
드디어 이런 회사를 떠나서 원하는 일을 하고, 드디어 이런 사람들과 억지로 부대끼는 삶에서 멀어져서 선택적으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 한국보다 여유로움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곳으로 필자처럼 이민을 떠날 수도 있다. 스스로 택한 삶을 여유롭게 살면서 내면을 성장시킬 기회를 늘릴 수 있다. 속이 풍요롭고 따스한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은퇴는 일로 성장할 시간을 줄이는 대신 내면을 키울 시간을 늘리는 즐거운 변화가 될 수 있다. -캐나다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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