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경제신문 연재 칼럼
요즘 비혼 파이어족이 늘고 있다. 파이어(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조기 퇴직함)의 약자이다. 검소하게 생활하며 최대한 많은 돈을 모아 마흔 전후에 은퇴해서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움직임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부담이 크고 비싼 양육비, 양육책임 전가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파이어’와 ‘비혼’이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의 성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들은 전 세대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에 의문을 던지고 빡빡한 삶을 벗어나 여유를 찾고 싶어 한다.
노인이 되기 전까지 직장, 월급에만 목매는 것이 옳은지, 그러고 싶어도 그게 불가능한 시대는 아닐지를 고민하며 급변하는 경제에 휘둘리지 않으려 전략을 짠다. 어떻게 자산 관리를 해야 하는지 공부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려면 당장 무얼 참고 무엇에 투자할지를 고심한다.
세상에 떠밀려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가 되려는 물음을 던지는 이들이다 보니 가족관계에 대한 선택도 이전 세대보다 다양해진다.
적당한 나이에 적당한 사람 만나서 출산 양육하는 삶이 나에게 진짜 맞는지, 내가 정말 원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관계는 어떤 것인지를 숙고한 끝에 비혼이나 무자녀를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비혼 파이어족은 다 행복할까? 이 질문은 ‘결혼 가족은 다 행복한가?’라든지 ‘정년 은퇴 희망자들은 다 계획대로 은퇴가 될까?’를 묻는 것처럼 한 가지 답이 있을 수 없는 물음이다. 어떤 삶에서든 나름의 답을 찾고 잘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아직 길을 찾는 중인 이들도 있고, 실패하고 방향을 돌리는 이들이나 방황 중인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다양한 변주가 있으나 그래도 이런 변화가 다행인 이유는 이전 세대보다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추구할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나이에 맞춰 남들 하는 대로 살면 된다는 식의 비논리적 이유가 아니라 자기 나름의 논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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