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 <비즈니스 포스트> 연재 중
#비즈니스포스트 연재 중인 칼럼 일부 발췌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를 1위부터 나열하면 핀란드,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노르웨이, 뉴질랜드 순이다. 조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상위권에는 유럽 최고의 복지국가들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포함된다.
한국은 조사에 따라 25위~60위로 결과가 들쭉날쭉하다. 다만 명확한 것은 안타깝게도 OECD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그것도 OECD 평균을 큰 폭으로 넘어서는 1위라는 점이다.
굳이 숫자와 등수를 따지지 않더라도 서울의 휘황찬란한 고층빌딩과 철마다 돈 들여 조경하는 도심 공원 사이에서 매일 보이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모순적 풍경을 보면 답이 나온다. 한국에서 노인들의 지위와 행복도는 발전한 국가 수준에 비하자면 턱없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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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노인들은 다양한 여가 문화 활동을 하며 사회문화적 주체로 살아가는 편이다. 지역 문화센터는 물론 댄스학원, 당구클럽, 영화 모임, 미술학원, 극장, 어디든 취미생활을 하는 노인들이 많다. 여름이면 관광지답게 뚜껑 없는 차를 타고 멋지게 드라이브하는 노인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노년들이 많기에 이런 일들이 더 쉽다.
캐나다는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주는 보조적 연금도 한국보다 다양하고 많지만 일반 연금제도도 한국보다 잘 되어있다. 한국도 최대 월 32만 원까지 나오는 기초연금이 있는데 캐나다는 최대 월 50만 원 정도까지 나온다.
이 외에도 개인과 직장이 한국처럼 반씩 낸 국민연금도 있고 무엇보다 수입의 18% 정도까지 매년 비과세로 개인 퇴직 연금(RRSP)을 들어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한국처럼 벌어서 자녀 교육비로 매달 수백만 원씩 쓰는 일이 없으니 정부가 권장하는 대로 절세되는 이 퇴직 연금을 꼬박꼬박 불입했던 이들이 많다.
노인들을 대하는 사회문화적 시선도 한국보다 따스하다. 생산력이 다했으니 무가치한 퇴물처럼 무시받는다거나 세대 간의 혐오 갈등이 빈번한 한국의 차가운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
캐나다에서는 어린이, 여성, 노인, 장애인, 반려동물 등 한국에서 소외되거나 덜 존중받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런 이유로 이민을 오는 이들도 꽤 많다. 아이의 인간다운 학창 시절을 위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등.
나는 미세먼지 때문에 환경이민을 온 거지만 오고 나서는 여성의 권리가 한국보다 높다는 데에서 삶의 질이 꽤나 높아진 경험을 하고 있다. 중년인 내게 곧 찾아올 노년의 안정적이고 존중받는 삶에 대해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행복한 노인들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행복한 노인들이 많은 세상에서는 그들만이 아니라 중년의 나도 좀 더 안심하며 나이들 수 있다. 행복한 노인들이 많은 세상은 행복한 아이들, 행복한 여성들, 행복한 장애인들 등등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일 것이다.
존중과 배려, 복지와 안정성에 가치를 두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빠르고 효율적이지 못하더라도 한국보다 여유롭고 미소 짓게 되는 세상일 수 있다. 행복한 노인들이 많은 세상에서는 당신도 나도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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