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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Jun 09. 2021

제가 본 가장 낭만적인 모습은요

인터뷰 DAY 6



Q. 당신이 지금까지 봐온 장면 중 가장 ‘낭만적인 모습’은 무엇인가요?



A.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라이벌인 양키즈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였죠. 양 팬의 격렬한 응원전을 기대하면서 갔습니다. 낮 경기였고 그늘이 살짝 지기 시작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경기가 끝나갈 무렵엔 노을이 야구장을 아름답게 삼키기 시작했죠. 희한하게도 경기 내용이나 응원 열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저는 제 앞자리의 노부부에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수수하지만 꽤 낡아서 포스가 느껴지는 야구점퍼와 모자를 쓰고 계셨어요. 더 자세히 보니 귀에는 중계 라디오 이어폰을 나눠 끼고 계시더군요. 두 분이서 점잖게 토론을 하며 돌돌만 야구기록지도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눈이 더 밝으신지 경기장의 상황을 할머니께 설명해주는 눈치였고, 할머니는 귀가 더 좋으신지 라디오 내용을 복기해주는 모양이었어요. 하나하나의 행동들이 너무 익숙해 보이는 모습이 오히려 귀엽고 감동적이었네요. 이 장면이 제가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로 낭만적인 장면이었습니다.




* 하루에 한 번 강제적으로 글을 쓰게 도와주는 [컨셉진]의 인터뷰 구독 서비스에 답변했었던 내용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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