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 241007-241013
“육아 휴직 기간에 뭐 했어?”
지인들이 슬슬 묻는다. 그러게 나 뭐 했지. 이것저것 그냥 해보려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긴 했다. 뚜렷한 성과나 입증된 발전은 없다. 그러고 보니 지금 쓰는 육아일기 하나만으로도 벅찼다. 나름 마감에 쫓겨가며 꾸준히 썼다. 일 년 동안 이 글자들을 위해 자유시간을 반납한 게 아쉽지 않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난 그냥 나쁘지 않았다고 답했다. 내가 올해 가장 꽂혀있었던 게 아이를 키우는 일이었고, 그와 관련된 생각 위주만 했다. 그냥 그 현실을 기록해 놨음이 뿌듯할 뿐이다. 영어공부를 안 했단 사실을 통탄하며 땅을 치고 있진 않다.
세상이 좋아졌다. 육아일기를 쓰는 사람이 모여서 서로 응원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육퇴시간에 맞추어 온라인 북토크가 열렸다. 책은 역시 육아기록물이었다. 작가님도 유용성에 대한 고민을 하셨다고 했다. 답은 역시 그냥이었다. 육아를 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해서 썼고, 쓰는 시간들로 일상을 채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용기를 얻었다. 물론 나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왜 넷플릭스도 안 보면서 밤을 지새우고 있는지 스스로 이해가 안 될 때도 있다. 그래도 그냥 했다. 아이를 위한 내 마음이 소중하니까 몇 번이고 접히던 의지를 잡아서 폈다. 무용할지 유용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휴직도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다.
우리는 왜 육아휴직을 망설일까.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더할 설명이 불필요한 장점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똑똑한 까닭에 모든 기회비용을 상상해보곤 한다. 손해를 면밀히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섣불리 하기 어렵다. '시원치 않은 사회제도 때문이다'라는 주장도 있다. 의외의 사실은 한국의 육아휴직 정책, 꽤 괜찮다(아래 참고). 제도의 실효성, 그러니까 문화와 인식의 문제다. 육아의 의무주체는 벌이와 성별에 관련 없이 부모 모두에게 있다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얼마 전 핀란드에서 남성 국방부장관이 나토 가입을 앞두고 육아휴직을 한 것이 이슈가 되었다. 물론, 북유럽국가들도 이렇게 되기까지에 5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스웨덴
- 아이 1명당 부모에게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 제공.
- 부모는 최소 90일씩 각자 휴직을 사용해야 한다(쓰지 않으면 소멸된다).
- 390일 동안 휴직 전 급여의 80%를 받는다(나머지 90일은 고정금액으로 수령한다).
한국
- 아이 1명당 부모에게 1,095일(각자 1년 6개월씩) 유급 육아휴직 제공.
- 고용노동부에서 통상 임금의 80%를 급여로 제공 (상한선은 250만 원이며 매월 상이함)
* 2025년 기준.
* 부모 모두 3개월씩 휴직해야 1년 6개월씩 휴직 가능(그렇지 않을 경우엔 1년씩)
* 남자 육아휴직 장려정책이 추가적으로 있음(생후 18개월 내에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 6개월간 상한선 450만원으로 휴직급여가 늘어남(매월 상이함)). 일명 6+6 휴직제도.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어떤 앙케트 결과가 씁쓸했다. 그들이 답한 휴직 사용이 어려운 이유를 살펴보면 1위는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 2위는 부정적 인식, 3위는 대체인력 및 추가채용에 대한 부담, 4위는 역시 소득감소였다. 타인의 시선에 초점이 맞추어진 고민이라는 점이 아쉽고 그들의 물질적 득실에 대한 걱정도 느껴진다. 공감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마음이 있다면 그냥 하자. 물론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상상하고 대비하느라 타이밍을 놓치진 않았으면 한다. 인생에서 준비보다 필요한 건 어쩌면 각오일 수도 있다. 특히 육아는 더 그러하다.
그래도 기분이 안 풀린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냥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이 시간을 손해로 귀결시키지 않을 방법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남들의 생각보다 더 미지인 세계가 있다. 쉬는 동안, 그러니까 본업의 부담에서 잠시 벗어났을 때만 볼 수 있는 본인의 가능성이다. 잊고 지낸 성장 욕구를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육아 휴직을 먼저 했었던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맞는 말이었음을 체감하고 있다. 그러니 그냥 하자. 안 하는 게 더 손해다.
241007(월) : 하원을 하고 아빠와 유모차 산책을 했다. '티치'에 오랜만에 방문해서 케일주스 사 먹었다.
241008(화) : 등원길 나팔꽃 앞에서 아빠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놀았다. '까루나' 포틀럭파티에 갔다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언니들의 스쿳앤라이드를 빌려 탔다. 엄마와 함께 들어왔다. 기저귀를 갈면서 엄마에게 아빠가 등원카드 놓고 간 이야기를 해줬다.
241009(수) : 바빴던 하루. 아침에 '폭포'앞에서 어린이집 친구들을 만나고, 오후에는 '독립문'에 가서 어린이 축제를 즐겼다. 저녁에는 '보틀라운지'에 가서 캠핑요리를 구경하고 왔다. 피곤하다!
241010(목) : 오후에 하원을 하고 아빠와 병원에 다녀왔다. 아빠의 표정이 안 좋다. 기침이 많이 나 잠을 제대로 못 잤다.
241011(금) :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일단 주말은 집에서 치료해 보기로 했다.
241012(토) : 동네 산책을 가볍게 했다. '보틀 라운지'에서 비우장 행사에 들렀다. 엄마친구를 만나서 같이 집에 와서 놀았다.
241013(일) : '사러가마트'에 갔다가 '커피가게 동경', '금옥호두과자'를 들렀다가(요즘 코스) 집에 왔다. 남양주 할아버지가 사 오신 갈비탕에 점심을 먹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집에서 놀았다. 밥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