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어려운 당신

한주두책 프로젝트7

by 홍유

성격을 유형별로 나누는 것은 꽤나 유구한 역사를 지닙니다. 싸이월드의 초창기 게시물 중에는 혈액형별 성격유형 분류가 많았습니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다혈질, O형은 자존심이 세고, AB형은 좋게 말하면 천재라고 했지요. 그중에 가장 기피할 혈액형은 B형, 특히 B형 남자를 멀리하라는 조언도 같이 있었습니다. 그 혈액형별 성격유형이 유행할 때, 저는 연구소에 근무했습니다. 특이하게도 연구소 신분증(사원증)에는 그 사람의 혈액형이 표기되었는데, 제가 근무했던 연구실 남성분들은 대부분 B형이었습니다. 그래서인가.. 암묵적으로 서로서로 조심하면서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흘러 에니어그램의 9가지 성격유형이 유행을 했습니다. 에니어그램이란, 9개의 점을 갖는 도형을 말합니다. 에니어그램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에니어그램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고대의 지혜가 그 유래가 된다고 추정됩니다. 에니어그램 시스템은 구전되어 온 고대 지혜와 보편적인 진리를 집대성해 놓은 것으로,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유태교 등 종교의 가르침과 더불어 여러 가지 철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정하기로는 기원전 2500년경, 바빌론 또는 중동지방(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일대)에서 유래했다고 하지요. 구전되던 에니어그램은 러시아, 프랑스 등을 거쳐 1984년에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되었고, 2001년에 표준화된 한국형 에니어그램 성격유형검사가 출판되었습니다.(위키백과)


최근에는 성격유형검사로 Meyers‐Briggs Type Indicator(MBTI)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4 분류, 9 분류를 거쳐 16 분류라니. 성격유형 검사에도 개인차가 점점 반영되는 것 같아서 즐겁습니다. 그 즐거움을 두 권의 책으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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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사람을 읽다 / 지순호, 홍지희 / 보아스 / 2018 / 그림: 알라딘 인터넷 서점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혜가 오롯이 담긴 그리스 신화는 정말 여러 가지로 활용이 됩니다. 그리스 신화는 유럽 문화의 근간을 이루지요. 이를 정신분석학 관점으로 다시 풀어 써놓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별자리도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되지요. 요즘에는 아이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책도 나옵니다. 그만큼 그리스 신화는 고대 인류 문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기에서 사람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성격 유형과 관련된 책을 보면, '나는 어디에 속할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모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279쪽부터 성격유형 진단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빈 종이 한 장, 볼펜, 계산기를 갖고 각 항목의 점수를 적어가면서 계산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이 책에서 성격 유형을 9가지로 나눕니다. 뒤표지에 보이시죠? 1번 헤라를 시작으로 데미테르, 파에톤, 아프로디테, 아테나, 프시케, 에로스, 아킬레우스, 헤스티아형으로 소개되네요. 어느 형에 속하시나요?


에니어그램은 인간 그룹을 크게 세 가지, 본능형, 가슴형, 머리형으로 나눕니다. 이들은 각각 세 가지로 다시 세분되고요. 본능형은 장에서 기인하는 강한 에너지가 특징입니다. 1번 헤라(개혁가), 8번 아킬레우스(도전가), 9번 헤스티아(평화주의자)가 여기에 속합니다. 가슴형은 따뜻한 마음을 에너지로 활용합니다. 2번 데메테르(조력가), 3번 파에튼(성취자), 4번 아프로디테(에술가)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머리형, 또는 사고형은 심사숙고를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지요. 5번 아테나(탐구자), 6번 프시케(충성가), 7번 에로스(낙천가) 형이 포함되지요.


책에서는 각 유형의 특성과 함께 우리가 익히 아는 인물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각 유형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누가 될 것 같으세요? 1번은 마하트마 간디, 2번은 오드리 헵번, 3번은 혜민 스님, 4번은 미생의 윤태호 작가님, 5번은 아인슈타인, 6번은 국민 MC 유재석 님, 7번은 김어준 님, 8번은 마틴 루터 킹, 9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소개됩니다. 이 책에서는 각 유형의 특징이 지나치게 발현되면 어떻게 되는지, 신화 속의 사례도 보여줍니다. 각 유형은 어떤 점이 취약한지,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주의하면 될 것인지,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어떤 유형에 속한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이제 MBTI로 넘어가 볼까요? 모녀 사이인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개발한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검사인 MBTI는,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과 관련되었다고 합니다. 분석심리학의 대가인 융은 집단 무의식을 연구했습니다. 여기에서 페르소나라는 원형이 제시되었지요. 아니마, 아니무스라는 개념도 융이 제시한 것입니다. 융은 1920년에 심리학적 유형론을 제시했는데, 인간의 성격을 태도/기능의 두 측면으로 나누고, 기능 유형을 합리적/비합리적으로 나누어서 8가지로 인간의 성격 유형을 분류했습니다 (성격심리학, 2018).


태도 유형은 자아가 향하는 방향이 외부이면 외향적(E), 자신의 내적인 주관적 세계이면 내향적(I)로 구분합니다. 기능은 주관적 세계와 외부 세계를 지각하고 이해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말하며, 합리적/비합리적 기능으로 구분합니다. 합리적 기능은 사고(T), 감정(F)으로, 비합리적 기능은 감각(S)과 직관(N)으로 나누어지지요. 초기에 융이 분리한 이 기준에, 인식(P)과 판단(J)이 들어가서 총 16가지 성격 유형(2x2x2x2=16) 분류가 탄생했습니다 (성격심리학, 2018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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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는 / 김경신/ 글로연/ 2021 / 그림: 알라딘 인터넷 서점


김경신 작가님의 <나는 너는>은 MBTI의 16가지 성격 유형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똑같은 자전거 경기를 하는 상황에서 총 16명의 선수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려주셨습니다. 생각을 그려주셨기에 모든 내용은 "나는"으로 시작합니다만, 이 글자의 색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이 글자의 색이 어떤 선수를 지목하는지는,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선수를 찾아야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온통 <나>만 나오지?'하고 생각했다가 글자색의 의미를 알게 된 후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앞쪽 간지에는 16대의 자전거가, 뒤쪽 간지에는 16명의 선수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거기에 반응하는 우리의 생각도 한 줄씩 적혀있습니다. 사실상 각 성격의 특성을 적어 놓은 것이지요. 역시나 나는 어디에 속하는지 그림만으로 유추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사람들이 성격 유형을 나누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 부분이 늘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려고 성격과 관련된 책들을 읽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그 책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성격과 관련된 책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성격유형이라는 언어로 자기를 이해하는 기술은 개인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개인을 해방시키는 힘이 있다.

자기를 선명하게 인식하는 언어로 무장하고, 전통과 관성에서 벗어난 이들은
자신이 곧 자신의 운명(개성)을 통제하고 결정하는 주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성격 유형은 저 현인들이 말한 금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문구 '너 자신을 알라'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
'내면을 들여다보라. 진리는 인간 내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풍자 시 '자기 자신에게만은 솔직해지시라.'
헤겔의 철학적 명상 '자기 인식은 진리의 원천이다'

이 글들을 현대적으로 풀이한 셈이다.

-메르베 엠레 (성격을 팝니다)


그 외 참고도서;
성격심리학, 김완일, 김옥란 공저, 2018, 학지사
성격을 팝니다-MBTI의 탄생과 이상한 역사, 메르베 엠레, 2020, 비잉(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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