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란?

잠든책 깨우기 프로젝트 6

by 홍유

친구라는 말을 들으면 누가 생각나시나요? 저는 정말 소중한 사람 일곱 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이사 간 동네에서 처음 만난 친구,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친구 둘, 대학원 시절에 함께 공부했던 친구 둘, 직장에서 만난 친구 둘. 이렇게요. 같은 반이었던 사람들도 많았고, 함께 직장생활을 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사람들은 그냥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이었을 뿐이더군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겪었음에도 누구는 친구가 되고, 누구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되고, 누구는 잊지 못할 (안 좋은) 기억을 남기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친구로 남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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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어떤 사람일까? / 채인선 글 / 한지선 그림 / 미세기 / 2015 / 그림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친구는 나와 함께 놀고, 나와 함께 있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지요. 함께(한데 섞여 어우러지다, 다음 사전)한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요? 저는 이 말의 참뜻은 <어우러지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자리에 있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서로 다른 나와 친구가 각자의 개성을 유지한 채 그 경계를 서로의 색으로 물들이는 것. 그래서 따로 또 같이 있을 수 있는 것. 저는 어우러짐을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친구를 사귀려면 먼저 말을 걸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번 사귄 친구와 오래오래 함께 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서로 선을 지켜야 합니다. 채인선 작가님의 통찰이 다시 한번 빛나는 부분이지요. 어린아이들은 장난과 괴롭힘을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알려주는 것은 어른의 몫이지요-물론,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른들도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만. 작가님께서는 이 부분에서 어린이책이 가져야 할 덕목을 짚어주셨습니다. 책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신 것이지요.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요? 가장 마음을 울리는 글귀는 <친구는 서로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었습니다. 흔히들 결혼을 하면 친구 사이가 정리된다고들 합니다만, 그것이 아마도 서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진한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야 너그럽지 않더라도, 내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 한정으로라도, 그들의 행복을 순수하게 축복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친구. 한자로는 親舊라고 씁니다. 친할 친(親)에 옛 구(舊).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을 말한다네요 (다음 사전). 해를 거듭할수록 친구가 특별해지는 것은 단순히 친해서가 아니라, 그 위에 한 겹씩 쌓여온 기억 때문은 아닐까요. 돌아보면 친구는, 나와 함께 비를 맞으며 집으로 오기도 했고, 슬픈 날 함께 술잔을 들며 울어주기도 했습니다. 내가 어려울 때 남들은 돌아설지언정 친구만은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려주었습니다. 결혼을 했을 때,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함께 즐거워해 줬고, 누구보다 기뻐해 주었습니다. 종종 전화를 하면서, 밥 먹었냐고 물어보고, 밥 먹으라고 잔소리도 해주었지요. 지금도 제가 투덜거리면, 가만히 듣다가 "내가 (그 사람 혼내주러) 출동할까?"라고 물어봅니다. 결국 서로 깔깔 웃으며 상황은 마무리되지요.


저는 그 친구들에게 그렇게 좋은 친구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친구들만큼 잘해줄 자신이 없어서, 그저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친구에게 큰 폐만은 안 끼치려고 무던히 노력합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함께 찻잔을 기울이고, 같이 화내기도 하지요.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오직 그 친구의 마음만을 봅니다. 잘잘못이야 나중에, 마음이 가라앉은 후에 하나씩 가려보아도 늦지 않지요. 우리는 서로의 대나무 숲이니까요.


밥을 먹다가, 책을 보다가 문득 생각나는 사이. 시간을 내어 전화를 하고, 안부를 빙자해 회상에 젖고. 잘 만나지는 못해도 만나면 어제 만난 듯 떨어졌던 시간을 순식간에 넘어설 수 있는 사이.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고, 친구가 있어서 참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친구들에게 전화 한 통 해봐야겠습니다. 한동안 못 만났지만, 목소리라도 만나고 싶어서 말이죠.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여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芝蘭)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中에서
(유안진, 이향아, 신달자/지란지교를 꿈꾸며/정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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