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부터 90대까지, 두려울 게 없는 시니어의 챌린지

[리뷰] KBS1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

by 이서홍
지난 11일 방송된 KBS1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의 한 장면. ⓒ KBS1


KBS1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30분, 수많은 시니어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이 방영되고 있다.


'인생톡 공감톡', '황금빛 내 인생' 등의 코너를 기획하여 60년 이상의 삶을 살아온 시니어 출연진들이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공감 토크쇼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새로운 주제를 준비하여 시니어 출연진들의 다양한 얘깃거리를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풀어낸다. 그 때문에 주말 이른 오전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웃고 울린다.


최근 방영된 503회(2025.01.11.)에서는 '누구나 처음은 있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어르신에게도 처음의 경험은 있기 마련이다. 처음의 순간을 나누는 시니어 출연진들의 들뜬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짜장면을 처음 먹었던 순간, 첫 손주가 태어나던 기쁨, 정년퇴직 후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 이야기 등을 가지각색의 매력으로 풀어내며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그중에서는 방송 출연이 처음이라는 82세 시니어 유튜버도 있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1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의 한 장면. ⓒ KBS1


그녀의 이름은 이귀녀.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나의 외할머니이기도 하다.


2023년 3월부터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이귀녀 씨는, 80대라는 나이에 유튜브에 도전하게 된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어렵사리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여든이 넘어가면서 서서히 삶의 흥미를 잃어가던 이귀녀 씨는 손자의 계속된 설득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요리, 패션 등의 다양한 주제로 영상을 제작하는 시니어 유튜버가 되었다.


귀녀 씨를 열심히 설득했던 그 손자가 바로 나이고, 나는 <황금연못>에 잠시 출연해 할머니를 유튜브의 세계로 끌어들이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당시 할머니는 무척 지쳐 보였다. 반복되는 일상과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아파지는 몸이 그녀의 생기를 빼앗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종종 "내가 얼마나 더 살겠냐"며 쓸쓸한 미소를 보이고는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기에 할머니를 수차례 설득했고, 제2의 인생을 살아보시라고 권했다. 내게 할머니는 그 누구보다 멋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할머니는 80년 세월을 살았어도 걸어보지 못한 길에 발을 디뎠고, 지금은 '귀한 녀자 귀녀 씨'라는 제2의 이름으로 천천히 발자국을 남겨가는 중이다.


이귀녀 씨의 60대 시절. 전국 아마추어 댄스대회에 출전한 모습이다. ⓒ 이서홍


귀녀 씨의 유튜브 채널(귀한 녀자 귀녀 씨) 영상 중, 단언컨대 반응이 좋은 것은 바로 '챌린지'였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가수 로제의 '아파트' 챌린지부터 '아이유', '임영웅', '악뮤' 등 젊은이들이 쉽게 즐기고 따라 하는 챌린지 열풍에 함께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예전부터 댄스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도전해 왔던 할머니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80대에 들어선 그녀를 다시 새로운 세계로 이끈 것 같다. 귀녀 씨는 60대부터 다양한 무용을 접했었다. 한국무용, 댄스스포츠, 라인댄스 등 여러 장르에서 시니어 댄서로 활동을 했고(물론 아마추어 댄서이다) 단체 수상 경력도 다수 보유한 '춤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 82세인 현재까지도, 주 2회 복지관에 빠짐없이 출석하며 라인댄스를 배우고 있다. 비록 복지관의 이전으로 더 먼 걸음을 해야 하지만, 귀녀 씨는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삶이 무료해진다고 말했다.


11일 방영된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에서도 그녀의 댄스 실력과 챌린지 도전을 놀라워하며 출연한 모든 시니어가 함께 도전해 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는 어디서도 감히 찾아볼 수 없는 즐거운 광경이었다.


귀녀 씨의 맞춤 설명을 바탕으로 시니어 출연진들이 챌린지 동작을 따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60대부터 90대까지 모인 자리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요즘 챌린지'라는 처음의 경험을 자신 있게 선보이는 어르신들의 대담함을 나는, 그 무엇보다 닮고 싶었던 것 같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1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의 한 장면. ⓒ KBS1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결국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삶의 지혜를 다시 한번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부분 서툰 동작으로 보는 이의 웃음을 유발했지만, 챌린지에 도전한 시니어들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고 활기차 보였다.


또한 많은 사람에게 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나의 외할머니, 이귀녀 씨가 정말 존경스러웠다. 방송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머니 덕분에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1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의 한 장면. ⓒ KBS1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것을 '도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도전의 결과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도전이 있기에 실패가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성공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실패하든 성공하든 도전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이날 이야기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한 문장이었다.


귀녀 씨를 비롯한 시니어들의 삶을 듣고 배우며 위로받을 수, 그리고 용기 낼 수 있었던 기회를 마련해준 KBS1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에 고마운 마음이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선사하며 인생의 동반자처럼 잔잔하게 오래도록 남아준다면 좋겠다.

이전 08화쥐어짜 내서라도 주고 싶은, 그게 할머니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