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 특강을 앞둔 날이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강의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강사 지원을 했었는데, 긴 기다림 끝에 감사하게도 연락이 왔다.
나는 롯데문화센터 인천점에서 글쓰기 특강을 진행했었다.
딱 하루, 한 시간 강의이지만 모든 게 처음인 나는 여러모로 신경 쓸 것이 많았다.
그런데 웬걸, 이상하게 강의 전날 밤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38도를 넘어선 체온은 쉽게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기에 당장 병원에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
하필이면 이렇게 중요한 일을 앞두고 몸살이라니.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다.
그래도 아픈 몸으로 어떻게든 강의 자료를 마무리했고, 부디 자고 나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써 잠에 들었다.
아침이 되니 다행히 열이 내렸다.
여전히 두통과 묘한 불쾌함은 남아있었지만, 이 정도면 해볼 만할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처음 맞이하는 공간과 시간이 무척이나 떨렸다.
지하철을 타고 보니 가족 단체 톡방에 메시지가 와있었다.
엄마가 보낸 메시지였다.
아들의 첫 강의가, 몸살로 인해 어려운 시간이 되지는 않을는지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 밑을 보니 할머니의 메시지도 있었다.
나의 외할머니 '귀녀 씨'는 나보다도 카톡을 자주 활용하신다.
비록 조금은 서툴고 느릴지라도, 지인들과 안부 인사를 전하고 따뜻한 글귀를 공유하며 MZ세대 못지않게 온라인 소통을 즐겨하신다.
그렇지만 나는 할머니와 주로 전화를 하기 때문에 메시지를 주고받을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서툴게 입력된 할머니의 문자가 나를 더욱 감동하게 했다.
맞춤법도 조금은 틀리고 군데군데 오타가 보이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진심이 담긴 문자는 그 어떤 메시지보다 힘이 되었다. "그까짓 감기놈따위 두발로 차벌이"라는 할머니만의 표현을 보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이어서 할머니는 '유튜브'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와 나는 23년 3월부터 <귀한 녀자 귀녀 씨>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초보 유튜버이지만, 할머니와의 소중한 시간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평소에 나는 걱정이 많은 할머니에게 "너무 좋아요. 잘하고 계셔!"라며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할머니는 생전 해보지 않은 낯선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셨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은 나도 할머니도 모두 즐겁게 임하고 있다.
할머니도 더욱 적극적으로 유튜브 운영에 함께하고 계신다.
그런데도 그 마음을 할머니가 직접 쓴 문자로 읽으니 느낌이 달랐다.
전과는 달리, 오히려 할머니가 나에게 빨리 회복해서 '유튜브'를 찍자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며 괜히 마음이 찡했다. 이제는 나에게도 할머니에게도 힘이 될 수 있는 것이 '유튜브'이구나. 지난밤부터 느껴지던 묘한 불쾌함이 싹 낫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가벼워진 몸으로 첫 강의를 무사히 마쳤다.
특강을 좋게 봐주신 담당자님 덕분에 정규 학기를 진행해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한 하루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벅찬 하루였다.
그리고 더 많이, 진심을 다해 사랑하길 다짐했던 그런 하루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