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크리스마스 데이트하기
할머니와 카페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멀지 않은 곳에 3층짜리 대형 카페가 있다고 해서
유튜브 촬영 겸 카페 구경을 갔다.
가기 전 할머니께 간단히
우리가 갈 카페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
"할머니, 오늘 우리가 갈 카페가 3층이나 된대요."
"아이구, 그렇게 큰 카페가 있어?"
"응. 크리스마스로 장식도 예쁘게 해 놨대. 우리 사진 많이 찍고 오자."
"어떻게 알았어? 너는 가봤어?"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가기 전
늘 꼼꼼히 사전조사를 하기 때문에
웬만한 내용은 다 알고 있다.
"아니요. 인터넷으로 찾아봤지. 나도 카페는 처음이야."
그때 할머니가 놀란 어조로 물으셨다.
"카페를 안 가봤다고? 어머, 그러면 내가 알려줘야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자, 일단 가면 음료를 시켜. 근데 카페는 돈을 먼저 내야 돼. 나올 때 내는 게 아니고."
할머니는 누구보다 진지해 보였다.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야 너는 나이도 젊은 애가 카페도 안 다니냐. 나도 친구들이랑 차 마시러 종종 가는데."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할머니는 내가 '(오늘 우리가 갈)카페를 안 가봤다'라고 말한 것을
아예 카페 자체를 경험해보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신 것이다.
"응? 아니 할머니, 나 다른 카페는 가봤지! 거기만 안 가본 거고."
심지어 나는 몇 개월 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다.
할머니는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함께 웃었다.
할머니의 귀여운 오해가
재밌는 해프닝을 만들게 되었다.
우리는 카페에 가는 길에도
이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대고 웃었다.
할머니와 있으면 무슨 일로든
웃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난생처음 가보는
대형 카페에 도착하여
맛있는 음료와 빵을 곁들이며
오붓한 미리크리스마스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