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유튜버가 된 42년생 귀녀 씨의 인생 2막 도전기
2023년 이른 봄, 귀녀 씨가 말했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옷장에 한가득 쌓인 옷들을 정리한 뒤였다.
그중에 귀녀 씨가 유독 아끼는 옷, 몇 번 입지 않고 보관해 둔 옷도 꽤나 있었다.
"할머니! 왜 그런 말을 하셔? 옷 정리했으면 새 옷 사 입으면 되지."
"있는 옷도 다 못다 입고 죽어."
귀녀 씨는 이 말을 끝으로 다시 옷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필요하면 가져다 입으라고, 아님 몇천 원에 팔아서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태라는 말도 더했다.
나는 할머니의 이야길 듣고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 할머니가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녀 씨, 나의 외할머니는 그 누구보다 멋쟁이였다. 요즘 말로 하면, 패션에 진심인 '패피(패션 피플)' 그 자체였다. 그런데 할머니가 옷을 정리한다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큰 병에 걸린 게 아닌지 걱정도 했다. 할머니에게 솔직하게 말해달라며 조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할머니는 나이를 먹었고, 몸도 예전 같지 않으니 그녀의 화려했던 과거를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때라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나는 이대로 지켜볼 수 없었다. 그동안 내가 지켜본 할머니는 누구보다 패션을 즐겼고 사랑했다. 그런데 그것을 놓아버린다니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무턱대고 할머니를 졸랐다. 같이 유튜브를 해보자고.
"할머니, 내가 책임지고 다 할게. 할머니는 그냥 나랑 같이 해주기만 해요. 응?"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나 역시도 조금은 두려웠다. 영상 편집은 대강 할 줄 알았지만 기획부터 촬영까지 도맡아 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머리가 아팠다.
그렇지만 할머니가 함께해 준다면 그 과정들이 힘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설령 유튜브를 시작했다가 그만두더라도, 우리만의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이니 뭐든 잘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2023년 3월,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영상 바로 보기)
다소 어수선한 진행과 편집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할머니의 인생 2막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행복했다. 할머니 역시 '80세 할머니 이귀녀'가 아닌 '유튜버 이귀녀'로서의 삶이 조금은 어색해 보였지만 새어 나오는 미소를 숨길 수는 없었다.
나와 귀녀 씨의 유튜브 도전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가끔은 오르지 않는 조회수와 구독자가 야속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추억을 쌓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 좋자고 시작한 일이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출발부터 대박 나는 인생이 어딨겠는가? 귀녀 씨의 나이는 만 82세이지만, 유튜브에서는 이제 돌이 지난 새내기이다.
그래서 우린 앞으로 더 열심히 달려보기로 했다. 나는 나대로, 귀녀 씨는 귀녀 씨대로. 80대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귀녀 씨는 이제, 인생 2막의 막을 올렸다.
셋
둘
하나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