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번아웃이 왔다

무시하면 될 줄 알았는데 무시할 수가 없었다.

by 시에몽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과 함께 무기력,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을 경험하는 증상



내가 번아웃이 처음 온 건 첫 직장에서 야근을 하다가 두 주먹으로

"쾅. 쾅. 쾅" 책상을 힘껏 내려친 그때였지.


그때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너 이렇게 살다가 잘못될 것 같아"라는 말을 듣고 퇴사를 했었지.

그러고 나서 충분한 휴식 뒤 새로운 직장을 들어갔었고, 이런... 나는 잠시 잊고 있었나 봐.

나한테 번아웃이 왔었고, 또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 나는 또 번아웃이 왔어.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대처했지.

'나는 번아웃이 온 게 아닐 거야. 잠시 지쳤나 봐'라고 생각하며 무시했지.

'생각할 틈 없이 바쁘면 흘러가는 권태기처럼 몸이 힘들면 번아웃도 지나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

새벽운동, 바쁜 업무, 퇴근 후 드럼, 그리고 중국어 공부.


아니, 웃기지 마 번아웃은 무시할 수 없더라고

나를 더 깊이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수도 없이 분노하며, 우울하고 무기력했어.

출근할 때는 빠른 속력으로 추월을 하며 사고가 나는 상상을 했고,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언제 끝나지 빨리 퇴근하고 싶다. 버티자'가 아니라 '하기 싫다. 퇴사할까' 생각했고,

퇴근하면 누구보다 활기로 가득 차던 내가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봤었지.


지난번과 다르게 무시를 하니 이번에는 '우울감'도 같이 오더라고

늘 생각했어. '우울증은 왜 걸리지? 그리고 우울증이 와도 약 먹으면서 극복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래 맞아. 우울증이 걸리면 약 먹으면서 극복하면 되지. 하지만 행동하기가 쉽지 않더라.

나는 무기력해져서 침대에 누워만 있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


이제는 그런 나를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들의 조언과 위로조차 칼처럼 느껴졌었지.

"아무도 내게 뭐라 말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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