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si Aug 30. 2018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내 글을 자주보는 습관

 나는 내 글을 자주 보는 습관이 있다. 막연히 멋지던 선배의 글을 보며 나도 저렇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스무 살 무렵, 그 선배에게 부끄러운 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땐, 무작정 쓰고 어려운 단어들을 열거하기 바빴다. 막상 선배는 그러지 않았는데, 나는 하얀 페이지에 커서를 올려놓으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극을 만들어 나의 멋을 채우는 것. 확실히 그 글들은 치기 어리다.
 군대에 다녀와서는 조금 솔직해졌다. 그 무렵, 혼자서 쓰던 짧은 일기들이 내가 누군지 알게 했고, 부대는 단순한 단어들로 진심을 담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수사가 어렵지 않아도 내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하기에 적당한 단어들은 너무나 많았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부대 안에선 오히려 어려운 수사들이 표현을 서툴게 했다. 봄의 벚꽃은 벚꽃이라는 단어로 충분했고, 달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달그림자라는 표현으로 충분했다. 나는 '좋다'라고 대답하면 완벽해지는 곳이었다. 나는 군대에서도 내가 써놓은 글을 자주 읽었다. 자주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자주 읽으면 자주 알았다.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보다 '내가 이런 사람이 되고 싶구나'라고.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서 종종 다짐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 하는 것이고, 나는 작게 쓰고 다짐하는 방식의 글을 쓴다. 그때도 그 선배처럼 되고 싶었다. 그때의 치기 어린 단어들은 내 안에 작은 선언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종종 더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써 내려 간 글과 나의 간극은 여전히 크고, 나는 썼던 글을 자주 보며 깨닫는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여전히 멋진 선생님과 선배들 앞에 부끄러워하며 써야지. 언젠간 그 단어들의 무게와 나의 삶의 무게가 같아지는 순간이 있겠지. 언젠간 그런 사람이 되어있길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라는 외로운 싸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