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si Aug 31. 2018

아빠와 비슷한 사람

유령이 되어

아빠와 비슷한 모습의 중년 남성을 볼 때면 새로운 생각이 든다. 비슷하다는 기준은 약간 모호할 수도 있는데 체형과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옷의 스타일, 내가 인지하는 아빠의 어깨의 너비, 심지어 안경의 형태마저 포함된다. 그 중 하나만 얼추 맞아도 나는 그를 찬찬히 보게 된다.
 보통 이들이 혼자 있을 경우 마음을 많이 쓰게 되는데, 아마도 혼자 버스에 앉아 한강이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빵집에 그 하늘색 옷을 입고 빵을 고르는 아빠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맞다. 나는 아빠가 혼자 있는 모습을 유심히 본 적이 없다. 아빠를 본다는 것은 곧 그 공간 아빠와 나, 둘이 있다는 뜻이고 그때마다 아빠는 방선용이 아니라 그냥 아빠가 되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상기된 아빠는 새롭다. 타인에게서 아빠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죽은 건 아빠가 아니고 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유령이 되어서 아빠를 관찰하는 기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인 방선용과 비슷한 남성들은  때때로 멀리 보고, 생각한다. 빵을 집었다가 놓고 좀 더 큼지막한 것을 고른다. 걷다가 머리칼을 만지고, 운동화 끈을 고쳐맨다. 두리번거려도 묻는 일은 없다. 윤종신이 부른 Walking Man처럼 ‘길 잃은 사람은 싫어서’일까. 오늘도 아빠의 조각을 지닌 중년 남성이 개찰구 쪽으로 멀어진다. 좋은하루.

매거진의 이전글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