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사랑하는 사람을 함께 생각하는 일
아빠가 죽은 지 7년째 되는 날이다. 매년 그렇듯 나는 파주에 왔다. 원래는 내일 왔어야 하지만 엄마도 태원이도 가게일 때문에 부산에서 바쁘고, 나도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해서 혼자 아빠에게 왔다. 한번 쯤은 청승 떨러 혼자 오고 싶었는데, 서른이 되어서야 그 기회가 생겼다.
무덤가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다 생각나는 모습 몇 개를 그려보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모습이 내게 이상하긴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7년이 지난 오늘 혼자 올 수 있었나 싶다. 가을이 오면 아빠도 오고 멀리 낮아진 바람도 온다.
계절과 사랑하는 사람을 함께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지난 여름들은 유난히 더웠기에 그 동안 야속했던 가을이 반갑다. 오늘도 그 날처럼 날씨가 좋다. 청승 끝. 좋은 하루 아부지